국내 암환자의 약 62%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했으며,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빅5병원에만 37%의 암환자가 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5 병원 중 올해 8월 기준 암환자가 가장 많이 방문한 의료기관은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순이었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 무소속)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5년~ 2020년8월) 국내 의료기관 종별 암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의료기관을 이용한 전체 암환자 수는 172만9365명으로 이 가운데 61.8%에 달하는 107만270명이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했다. 또 상급종합병원 중 빅5병원을 이용한 환자는 38만5243명으로, 상급종합병원 이용 암환자의 37%에 달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국내 의료기관은 전체 6만9118개로, 이 중 상급종합병원은 42개(0.06%)에 불과하지만 암환자의 약 62%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빅5병원에만 암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쏠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환자 중 경증환자가 중증환자보다 5배나 많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따른 건보재정은 19조원 넘게 투입됐다.
이 의원이 2015년부터 2020년 8월까지 국내 의료기관의 중증 및 경증질환별 수진자 및 건보공단부담금 누적현황을 분석한 결과, 빅5 병원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의 경증질환 수진자는 4618만577명으로 중증질환 수진자 954만5122명에 비해 5배 가량 많이 이용했다.
같은 기간 이들 경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함에 따라 투입된 건보공단 부담금은 무려 19조4000만원(2015년 2조6651억원, 2016년 3조320억원, 2017년 3조3361억원, 2018년 3조8271억원, 2019년 4조2746억원, 2020년 8월말 2조255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이용에 따른 건보공단부담금(35조5469억3000만원)의 54.5%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히 경증 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수진자 수는 2015년 766만명, 2016년 816만명, 2017년 819만명 2018년 823만명, 2019년 845만명, 2020년 8월말 현재 546만명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의원은 “빅5병원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의료 생태계를 혼란시키고 의료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심각한 지경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가 의료 관련 각계 당사자의 눈치만 보는 사이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증 또는 긴급한 환자의 의료서비스 제공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치료가 가능한 환자가 비싼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며, 그 부담은 오롯이 국민들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상급종합병원의 이같은 현실은 정부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후 이렇다 할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뚜렷하게 시행하지도 못하고 있다”라며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 ‘의료전달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지만, 진료거부권이 없는 현행 의료법 체계를 감안하지 않고 수가나 지원금 위주로 해결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단기대책’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각 의료기관 종별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1·2차 의료기관 진료에 대해서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의료질관리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