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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FDA의 코로나 19 혈장치료 긴급사용승인, 정치 엘리트와 감염병 전문가

    [칼럼] 조양래 생물학 박사

    기사입력시간 2020-08-26 13:53
    최종업데이트 2020-08-26 13:53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020년 8월 23일 일요일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치유된 환자의 혈장을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부로 허가했다. 세부적으로 분별해 말하면 아직 임상검사를 거치지 않은 약물을 특별하고 긴박한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응급사용권한(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부여했다.

    이 권한을 부여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치료약을 허가하는 것과 다르다. 응급사용권한을 받기위한 절차, 신청에 사용된 데이터, FDA 발표의 내용과 의미, 미국내 정치 상황, 신약허가를 담당하는 관료 및 전문가들의 입장과 우리나라의 사정 등을 정리했다. 


    응급사용권한(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받기 위한 절차

    인류는 끊임없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상황과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이런 위협의 한 종류이며 이미 지난 7개월 동안 70만명 이상이 생명을 잃었다.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빠르고 안전하게 보급하기 위해 미국정부는 식품의약국에 응급사용권한(이하 '사용권한')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설비해 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과 같은 세계적인 위기상황에서 치료제 개발자는 치료약의 효능을 증명하는 내용과 증거를 조금이라도 보여주면서 신청을 해야 한다. 렘데시비르(remdesivir)도 이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 최초로 조건부로 허가된 약물이었으며 혈장이 두번째 예가 됐다. 치료제가 아닌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용 키트도 이 과정을 거처 사용권한을 부여 받았다.

    이 권한을 획득한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약물의 판매를 허가를 받은 것과 다르다. 사용권한을 받기위해 효능을 시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그러므로 아직도 내재적인 위험 및 효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상태이며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만 개별적으로 다시 허가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절실히 필요한 백신도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이 계속되면 응급사용권한을 먼저 부여해 사람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부로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권한을 받으려면 전형적인 임상시험은 할 필요가 없으며 안전성과 약효성을 어느 정도 증명하면 된다. 보통 임상시험 2상에서 이런 데이터를 생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FDA는 완벽하게 디자인해 실행한 임상시험결과 분석 대신 '전체적으로 봐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전하며 효능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심사한다.


    FDA에 제출한 데이터

    현재까지 7만명 이상의 환자들이 혈장으로 치료를 받았다.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에서 FDA에 제출한 혈장의 치료 효능에 대한 증거자료는 일반적인 임상시험 결과와 다르다. 일반적인 임상시험에서는 반드시 치료약을 투여 받은 환자군과 위약을 투여 받은 환자군 사이에 안전성과 치료효과의 차이를 비교한다. 

    이번에 제출한 데이터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진단 받은 후 3일 이내에 혈장을 받은 집단과 4일 이후에 혈장을 투여 받은 환자군 사이에 사망률을 비교했다. 3일이 지나기 전에 혈장치료를 하면 사망률이 8.5%인데 4일 이후에 치료받으면 11.9%로 사망확률이 높아졌다. 이 데이터를 재해석해 3일전에 치료를 받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망률이 35% 감소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치료 효능을 정량화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없다. 혈장이 치료효과를 보이는지 확인하려면 혈장을 투여 받은 환자들이 위약을 투여 받은 사람들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비교해야 하는데 그런 비교를 하지 않았으므로 결론을 낼 수 없다. 그렇지만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을 상대로 이런 실험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임상시험에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치료 받지 않았을 때의 사망률과 혈장으로 치료를 받았을 때의 사망률을 비교해 보면 혈장치료를 했을 때 사망률이 낮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론적인 결론을 임상시험 결과로 제출할 수는 없다.


    발표된 내용 및 의미(자료: 미국 FDA에서 출간한 Recommendations for Investigational COVID-19 Convalescent Plasma)

    아직 FDA는 치유된 환자의 혈장을 전형적인 치료약으로 허가하지 않았으므로 혈장을 연구약품으로 취급하며 규제한다. 혈장을 치료에 사용하려는 의사는 세가지 방법 중에서 편리한 항목을 선택하면 된다.

    1) FDA에 IND를 신청하여 임상시험에 참가하면 된다. 신청 즉시 승인여부를 결정해 준다.

    2) 무작위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없을 만큼 생명이 위험한 환자를 치료하려면 혈장을 사용하는 확장된 접근(expanded access)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FDA의 허가를 받은 병원이나 대학병원의 응급환자치료 시설에서 이미 허가 받은 IND 프로토콜을 통해 혈장을 사용할 수 있다

    3) 대형병원이 아닌 시설에 입원한 환자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는 단일 환자를 위한 응급 IND신청을 통해 허가 받을 수 있다. 담당 의사가 FDA에서 서류를 다운받아서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아침 8시에서 오후 8시까지 신청한 경우에는 신청 후 4시간 안에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혈장치료를 받으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1)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2) 심각하게 생명이 위험하며, 3)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 외에도 혈장을 채취하는 방법, 혈장 표기법, 기록보관 등에 관한 규정이 포함돼 있다. 

    2003년 사스(SARS-CoV-1) 유행(epidemic), 2009~2010년 H1N1 인플루엔자, 2012년 메르스(MERS) 유행 때도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이번에 발표한 내용과 비슷하게 허가했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 중에서 생명이 위태로운 위급한 환자들에게 합법적으로 혈장을 이용해 치료하는 방법을 세 가지 지정했다.


    미국내 정치상황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이번주에 있을 예정이다. 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FDA에서 혈장치료제에 대한 발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는 '번개와 같은 속도로 치료제를 허가하도록 했다' 혹은 '코로나판데믹과의 전쟁에서 역사적인 혁신을 이뤄 냈으며 많은 생명을 살릴 매우 강력한 치료법을 허가하도록 했다'고 발표하며 캠페인 카드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발표가 있기 전인 금요일까지 FDA의 일부 고위관료들 사이에서 정치권과 달리 혈장을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사용허가를 할 가치가 없다는 의견이 나돌았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에 냉소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보도들도 몇 번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하면서 '데이터를 보면 허용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이 주류인 것처럼 보도하는 곳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관리도 혈장의 효능을 확신할 수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재선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일부 정치세력이 FDA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혈장을 이용한 코로나 치료도 허가를 못하도록 하며 코로나 백신을 이용한 임상시험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비난한다. 코로나19는 미국내에서 감염자와 사망자 모두 역대급으로 치료와 예방을 위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시기에 하필이면 대통령 선거를 2개월 정도 남겨놓고 있으며 정치적인 줄다리기에 이용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판단해 본다면 행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안을 제시하며 개발자들을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 것보다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아 질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을 전쟁에 비유하고 있는 시점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거나 냉소적인 민주당 엘리트들 보다 능동적인 집단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대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혈장치료를 허가하도록 했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야유를 보내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이유는 있다. 이전에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과, 식물 추출물이나 라이솔과 같은(Lysol-type) 세정제의 예방 효능에 대한 주장을 했는데 임상시험결과 효능이 거의 없다고 판명된 사실이 있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친 소년과 같은 꼴이 되는 것 같다. 그 뿐 아니라 10월 22일 FDA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모임 날짜를 잡아놨으며, 10월에 놀랄 사건을 설정해놨다는 말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선일 이전인 10월에 백신을 허가하기 위한 판을 짜고 있다고 의심하며 현 상황을 해석하는 것 같다.


    정치 때문에 의심받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결정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경쟁양상을 분석해 보면 정치지도자들이 중도우파 혹은 중도좌파일 경우에 체제가 안정된 모습으로 발전했던 것 같다. 대통령 선거 시기에 처음에는 극우 혹은 극좌로 등단했더라도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중도파로 편향되는 경향을 보였다. 우측이든 좌측이든 한쪽으로 지나치게 편향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가여론이 양극화되며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금은 어느때보다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진실을 말하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코로나19 혈장치료를 놓고 정치적 상황때문에 의심을 받고있다.

    FDA는 "완치자의 혈장이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효과적이며 일부 환자들에게 병을 앓는 시간을 단축시켜준다"고 발표했다. 그 뿐 아니라 현재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치료 효능이 부작용의 위험보다 높다는 점과, 치료하도록 허가된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표시했다. 혈장은 수혈하는 것과 같이 알레르기 반응, 수혈과 관련된 순환계 문제, 폐손상 및 수혈에 따른 감염 등 위험부담도 있다는 점도 밝혔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으로 백신 승인 과정에서도 비슷한 사회현상을 보게 될 것 같다. 완치자의 혈장은 정도의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과학자로 훈련을 받은 본인은 정치지도자들의 이념이나 영향력에 괘념하기보다 전문가들의 최종 발표를 믿는다. 중간에 있었던 부정적인 의견들은 최종 결론을 내리기 전에 실행한 건전한 토론으로 간주한다. 

    효능이 낮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렘데시비르도 긴급한 경우에 사용하도록 권한을 부여했지만 이 치료약의 효능도 그렇게 높지는 않으며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혈장도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 치료 효능이 낮기 때문에 긴급사용권한을 내주면 안된다는 주장을 하기에 앞서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FDA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 중에서 생명이 위급할 경우에 한해 환자의 동의를 얻은 다음에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혈장치료 반대자들은 모든 환자들에게 자유롭게 사용하라는 일반적인 약품허가와 다르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서 혈장치료와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

    한국에서도 대구시와 경북지방에서 코로나가 빠르게 퍼져 나갈 때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를 인지하면서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일부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혈장치료를 제안했었다. 그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아직도 그 의견에 변함이 없다.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전염병을 일으키는데 치료제가 없는 경우 혹은 치료제를 구입하기 어려운 국가에서는 여전히 혈장치료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최근에 다시 신규감염이 증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비상시에는 이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도 혈장치료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법제를 개선하고 어느 병원에서 허가 받은 생명윤리위원회(IRB) 허가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한다고 발표했었다.

    혈장치료와 조금 다르지만 GC녹십자에서 혈장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임상시험용으로 사용할 제제 GC5131을 개발하고 있다. 혈장치료와 혈장치료제는 차이가 있다. 모두 감염됐다 치유된 환자들의 혈액속에 들어있는 항체를 이용한다는 공통점은 있다. 그러나 혈장치료는 혈액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제거한 반투명한 액체를 수혈하는 것처럼 한다. 혈장치료제는 혈장에서 항체와 같은 면역 단백질을 분획해 농축시킨 면역항체로 만든 의약품이다.

    이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감염됐다 치유된 환자들의 혈액이 필요하다. 혈액을 기증자들은 이전에 전화를 신청해야 했지만 이제는 홈페이지에서 혈장공여를 신청할 수 있다. 혈장공여를 신청하면 가능한 채혈 일정, 채혈이 가능한 헌혈의 집 위치 등을 안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신규환자수가 다시 증가하는 시점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감염상황이 퇴보한 사실이 안타깝다. 우리 모두 코로나19가 너무 퍼지지 않도록 같이 조심하기를 바라며, 비정상적으로 신규 감염자들이 늘어날 위험에 대비해 의료체계는 혈장치료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모두 가족과 이웃 동료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매일 조심하며, 많은 사람들이 일선에서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는 의료종사자들과 방역에 노력하는 분들의 헌신을 기억하기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