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계적인 경제와 정치활동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일상을 변화시켰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바이러스가 사라지거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돼 널리 사용돼야 한다. 이 시국에 다행스럽게 올해 안에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게 될 가능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6개 회사에서 독자적으로 실시한 백신 후보물질들에 대한 임상시험 1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백신들은 모두 SARS-CoV2 단백질에 대해 면역반응이 일어나도록 제작됐다. 이 회사들이 발표한 내용과 각 백신들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백신들을 예상해 봤다.
캔사이노바이오 (CanSino Biologics)의 사람 아데노벡터 백신후보
캔사이노바이오는 캐나다 대학에서 공부한 중국 유학생들이 캐나다 국립연구소에서 기술을 이전 받아 건립한 중국 회사다.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리한 이후 곧 바로 백신개발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을 개발 실험결과를 공유했기 때문에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들에게 이정표를 제공했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백신은 SARS-CoV2 단백질의 유전자 코드 DNA를 감기바이러스에 넣어 사람세포에 전달하도록 했다. 유전공학적으로 변화시킨 바이러스는 여전히 야생 감기바이러스처럼 사람의 점막, 기관지, 폐 등의 상피세포에 침투해 유전물질을 사람의 세포에 주입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세포를 감염시켜도 복제하지 못하며 심한 감기증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감기바이러스를 사람세포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이 일부 유전자를 넣어 주기위한 도구로 변형시켜 이용한 셈이다.
캔사이노바이오의 백신후보를 이용한 임상시험 1상 결과는 의학 저널(Zhu et al. 2020. Lancet)에 발표됐다. 접종한 바이러스 양이 많을수록 면역반응이 높게 나타났다. 세포독성을 보이는 T-세포(CD4+)도 나타났으므로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며 중국에서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점이 이 백신의 약점이다. 감기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는 사람들은 부작용이 적었지만 면역효과도 낮았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바이러스를 없애는 항체가 어린 사람들보다 3~5배 이상 더 많이 만들어졌다.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반응이 일어나기 전에 감기바이러스가 제거될 가능성이 높다.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리고 온몸에 열(fever)이 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감기바이러스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은 백신으로 보인다. 후진국에서는 효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감염됐다 치료된 환자들에 비해 몇 배나 항체가 만들어지는지 비교하지 않았다.
옥스포드/아스트라제네카(Oxford/AstraZeneca)의 침팬지 아데노벡터 백신후보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 결과는 캔사이노바이오의 결과와 함께 같은 저널에 같은 날 발표됐다(Folegatti et al. Lancet, 2020.). 발표된 논문을 보면 꼭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매체에서 두 임상시험의 좋은 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일상을 잃어버린 대중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필요한 시기에 사회적인 책임이 있는 언론이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본다.
우리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할 고무적인 내용이 최소한 세 가지 있었다. 임상시험 1상에 포함된 사람수가 가장 많았다. 임상시험결과 안전성에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 T-세포가 증가하는 정도는 1회와 2회 접종을 받은 사람들에게 거의 동일했으며 접종 받은 후 14일째 최고치에 도달했다. 임상시험 3상으로 진행하기 전 확인해야 하는 과정으로 통과하기에 충분히 좋은 결과였다.
그 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의 최대 장점은 이미 운용가능한 대규모 생산시설과 잘 관리된 판매망이다. 가격도 도스당 3~4달러로 지구촌 모든 사람들에게 공급하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이 임상시험에 한계점들도 몇 가지 있었다. 백신을 1회만 접종 받은 사람들은 항체의 양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감염됐다 치료된 환자에 비해 1/10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총 2회 접종을 받은 경우에만 회복된 환자들과 비슷한 양이 생성됐는데 시험에 참여한 사람은 1000명이 넘지만 2회 백신을 투여 받은 사람은 10명 밖에 되지 않았다. 의료 종사자들은 위약을 투여했는지 백신후보를 투여했는지 알고 있었으며 참여자들은 거의 백인(Caucasian)들이었다. 시험디자인이 좀 더 잘 고안됐으면 하는 아쉬움과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조금 남아있다.
모더나(Moderna)와 화이자(Pfizer)의 mRNA 백신후보들
모더나와 바이오앤텍(BioNTech) 및 화이자는 SARS-CoV2 유전자 코드에 대한 mRNA를 사용한다. 이 회사들이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는 이미 지난번에 요약했다. 두 회사의 결과 모두 접종을 받은 모든 사람들의 혈장에 바이러스 중화항체가 감염됐다가 치료된 환자들에 비해 2~4배 높게 나타났다.
모더나의 임상시험결과 부작용이 상당히 심하게 나타난 것으로 유추되는 대목이 있지만 자세한 기록이 없다. T-세포 활성화에 대한 기록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봐 조사하지 않은 것 같다. 바이오엔텍과 화이자는 더 적은 양(10, 30ug)을 사용했으며 부작용은 낮지만 중화항체는 충분히 생산됐다. T-세포활성화도 CD4+와 CD8+모두 확인했다. 모더나는 백신 값을 도스당 39~59달러로 책정하려는 데 비해 화이자는 16달러 이하로 책정할 예정으로 보인다.
노바백스(Novavax)의 특이항원(subunit vaccine) 백신후보
노바백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생산하는데 다른 회사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다. 사스와 에볼라 백신 후보물질을 만들어 놓고도 창고로 보낸 경험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백신 개발을 망설이는 듯한 발표를 했었다. 대표적인 예가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을 만들었는데 필요하면 누군가 사갈 것이다"와 같은 애매한 발표를 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에피데믹대비혁신연합(CEPI), 미국국방성(DOD), 미국행정부 초고속 백신 개발계획(Operation Warp speed)에서 2조원 이상 개발비를 지원 받으면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발된 백신 후보물질은 일반적으로 특이항원백신(subunit vaccine)으로 분류되며 유전공학적으로 변형시켜서 만든 안정화시킨 SARS-CoV2 단백질이다. 총 131(106 실험군+25 위약군)명이 참가한 임상시험 1상에서 5마이크로 그램과 25 마이크로그램 백신을 사포닌이 주성분인 면역활성제(adjuvant)와 같이 접종했다. 결과는 ①백신후보를 접종 받은 모든(100%) 사람들에게 바이러스 중화항체가 만들어 졌다. ②두 가지 용량 모두 비슷한 정도의 면역효과를 나타냈다. ③감염됐다 회복된 환자들보다 4배 이상 많은 중화항체가 만들어 졌다(아래 그림 1). ④T-세포(CD4+)가 활성화됐다. ⑤면역활성제가 백신의 효과를 높인다.
이 발표와 함께 마카키 원숭이를 이용한 바이러스 감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백신을 접종한 후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면 감염시킨 후 2일 내에 바이러스들이 기관지에서 완전히 제거됐다. 백신을 받은 106명 중 5명과 가짜 백신을 받은 25명 중 3명에게 경미한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다른 백신 후보들과 달리 발열(fever)을 보이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문가들이 노바백스 임상시험 결과를 반기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① 면역활성이 매우 높았다. 중화항체의 농도가 감염됐다 치료된 사람들보다 4배 높았다. 여기에서 비교한 환자들은 특별히 베일러(Baylor)병원에서 항체의 양이 높은 사람들의 중화항체의 양을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표된 데이터 중에서 가장 높은 양이라고 한다. 직접 비교한 데이터가 없기는 하지만 모더나와 화이자 임상시험 결과보다 높다고 판단된다.
② 동물실험을 통해 예방효과를 확실하게 보여줘 사람에게도 예방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③ 후보물질 사용량이 매우 낮기 때문에 동일한 양을 생산하더라도 많은 사람을 접종할 수 있다. 노바백스에 따르면 올해 12월까지 1억 도스를 생산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2021년에는 20억 도스를 생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④ 부작용이 경미하며 특히 백신을 접종하면 흔히 발생하는 발열(fever)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계란을 이용해 생산한 감기바이러스를 백신으로 사용하면 흔하게 발열이 되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후보를 접종한 75% 이상 사람들에게 감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노바백스의 백신은 이런 증상이 매우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⑤ 가장 중요한 점은 안전성이다. 지금까지 mRNA로 만들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백신은 없다. 모든 나라에서 식약처는 엄격하며 선례를 중요한 요소로 인정한다. 치료약과 달리 선례가 없는 백신을 허가하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치료약은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도 백신보다 쉽게 허가해 줄 수 있다. 암환자 치료제의 경우에는 위험성이 있더라도 치료효과가 위험성보다 더 크다면 허가 할 수 있다. 환자수가 적으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질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사용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특이항원백신은 이미 허가한 예들이 있으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허가를 받기 쉬울 것이다. 특히 이 회사의 기술을 이용해 생산된 백신에 대한 안전성과 효용성은 4가 독감백신, RSV 백신후보, 에볼라백신 후보 등으로 어느 정도 증명됐으므로 FDA 허가를 받기 쉬울 것이다.
⑥ 백신을 액상으로 만들어 일반 냉장실에 보관할 수 있으므로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얼려서 보관하거나 -70˚C 이하에서 보관해야 하는 다른 백신들은 이송과 보관을 위해 특별한 시설이 필요하다. 이런 백신들은 사회시설이 빈약한 가난한 나라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는데, 이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특이항원백신은 가정 냉장고나 들고 다닐 수 있는 아이스 박스만 있어도 방문 접종이 가능할 것이다. 경제적인 상황과 상관없이 세계 모든 곳으로 퍼진 코로나19 백신으로 적합하다. 수입이 낮은 나라들에 공급할 백신을 인도에 있는 회사에서 생산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발표된 다섯가지 임상시험 결과를 비교해 보면 노바백스 백신이 후발주자지만 선두로 향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특이항원 백신이 인류가 개발하고 사용하게 될 가장 좋은 수단으로 등장했다. 미국 정부에서 이 회사에 1조 6000억원(16억달러)을 투자하고도 사노피(Sanofi)와 지에스케이(GlaxoSmithKline)에 2조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 이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을까?
미국은 3가지에 플랫폼을 대표하는 회사에 모두 이중으로 투자했다(아래 표 2). 미국정부에서 이 회사들과 세운 계약에는 공통적인 내용이 있다. FDA에 허가를 받은 회사들은 미국에 1억도스를 납품해야 하며 미국 정부는 추가적인 구매를 할 권리를 가진다. 약 3억명인 미국인을 모두 접종하기에 충분한 양을 매입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초고속 백신개발 계획에 포함된 회사들 중에서 생산한 백신이 FDA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미국 행정부는 2020년 11월 대선전까지 비상시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고 1억도스를 생산해 시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2021년에는 모든 국민들에게 접종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키아벨리 사상을 따르는 집권자의 구상으로 비춰진다.
한국은 GAVI를 통해서 백신 글로벌수급기구에 투자하고 있으며 SK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생산하고 있으니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백신을 쉽게 매수할 수 있을 것 같다. 값이 싸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대외적으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할 때 설득하기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족의 안녕만 생각한다면 특이항원 백신, 아데노바이럴 벡터 백신 순으로 선택하고 DNA와 mRNA 백신은 많은 사람들이 접종하고 안전하다고 확인될 때까지 선정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전 국민을 위한 백신을 매입해야 할 입장에 놓인다면 아데노바이럴 백신, 특이항원 백신순으로 매수해 국고를 낭비했다는 비난을 면하면서 효능이라는 구색을 갖추는 선택을 할 것 같다.
DNA와 mRNA백신은 원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만큼만 구입할 것이다. 제넥신에서 DNA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휴벳바이오/옵티팜/한국생명공학연구원/고려대 등 협의체에서 특이항원 백신을 연구하고 있으니 백신을 수입하더라도 값을 결정하는데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올해에는 한국산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더라도 내년에는 한국산 백신이 출시돼 국내 사용은 물론 세계보건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