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계가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판결이 무효가 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오후 3시 30분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진행한 뒤 대법원으로 장소를 옮겨 오후 5시 경부터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논의 끝에 의협 대의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대의원회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이원적인 의료 체계를 택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 큰 혼란이 발생하고, 국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공정과 상식에 벗어나 한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며 대법원판결 역사에 오점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의원회는 "만일 법 규정이 미비하면 입법부와 정부가 논의를 거쳐 법령을 보완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사실상의 입법적 행위를 하며 삼권분립의 원칙을 스스로 훼손했다"며 "대의원회는 14만 회원과 함께 회원의 권익과 국민 건강을 수호하기 위해 대법원판결이 무효로 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을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대표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향후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든 점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큰 공감대를 이뤘다.
이날 항의집회에 참석한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의협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이번 판결로 인한 국민건강 피해와 국가 의료체계 혼란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법원에게 귀결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민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향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신중한 검토와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며 "한의사들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삼아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면허의 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면, 이를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의학과 한의학은 진단과 치료 영역에서 태생적으로 엄연히 근본이 다른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며, 사람의 생명과 신체 및 일반 공중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의료법은 자격을 갖춰 면허를 취득한 자만 의료인으로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의료인일지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의사와 한의사는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관련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범위 내에서만 각자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이광래 회장도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든 점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현행 의료법은 그 체계상 모든 의료기기에 대해 법으로 일일이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뿐, 의사와 한의사 각자의 면허와 무관하게 모든 의료기기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학회의 우려도 이어졌다.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 총무이사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검사와 판독, 진단을 하는 의료행위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줄곧 의사에게만 허용돼 왔다"며 "초음파 기기는 판독과 진단을 아울러 진행하게 되므로 이를 잘못 사용할 경우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했다.
정 총무이사는 "수십 년 전부터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쳐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갖춘 의사만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의료행위를 수행해오고 있다"며 "그럼에도 현재 허가된 의료용 초음파 진단기기가 인체에 유해성이 적으므로 전체 초음파 진단기기를 누구나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것은 극히 단편적이고 비전문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