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대형병원 중 하나인 A병원이 전공의 급여체계를 일방적으로 변경한 후 항의에 직면하자 뒤늦게 강압적으로 동의서를 받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A병원 전공의 대표는 1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병원 측이 강압적으로 급여체계 변경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A병원은 지난 3월 전공의 급여체계를 임의로 변경한 바 있다.
기존에 일괄적으로 지급하던 당직비를 일당으로 변경하고, 늘어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본 급여를 줄였다.
이는 작년 10월 한 수련의(건양대병원)가 당직비 소송에서 승소해 3,340만원(이자 포함 약 4,500만원)의 수당을 뒤늦게 환급받은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당직비 소송에서 수련의 손을 들어준 첫 판례가 나오자, 소를 제기하는 전공의가 줄을 이었고, 수련병원들이 선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련병원은 판례에 따라 기본 급여의 1.5배 액수를 근무시간별로 지급하는 당직비 규정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기본급을 낮추는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가볍게 무시되는 근로기준법
A병원 역시 올해 3월부터 기본급을 낮췄지만, 절차상의 문제가 터졌다.
전공의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급여체계를 바꾼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94조 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1항 뒷부분엔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단서 조항도 있다.
설령 병원이 전공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을 바꾼다 해도, 변경으로 인해 불이익(줄어드는 급여)이 예상되는 전공의들의 개별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새로운 규정을 거부자에게 적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자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전협은 A병원에 공문을 보내 "전공의 동의 없이 통상임금을 약 30% 감봉해 9개월째 지급하고 있으며, 전공의 대표와 협상중 일방적 통보후 일방적으로 동의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민원을 접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전협은 A병원이 각과 교수들까지 동원해 동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으며, 그것도 충분한 설명과 시간을 주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동의서를 제출하고 업무에 복귀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전협은 "전공의 임금개편안에 대한 동의는 전공의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회의방식에 의해' '과반수 이상이 동의해야' 유효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이라고 환기하고, "현재 병원에서 시행중인 불법적인 취업 규직 변경은 고용노동부 고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병원 현재 상황
A병원 전공의 대표는 현재 병원 측이 원칙 없이 동의서를 들이민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대표는 "병원 측이 의국장을 통해 과별로 접근해 수련의들의 동의서를 구하고 있다"며 "전공의 측과 협상하기로 약속한 상태에서 협의 하루 전날 갑자기 고지도 없이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병원 측은 전공의들의 주장을 100% 반영했다고 하지만, 연차별 구체적인 액수조차 명시되지 않은 동의서를 내밀고 있다"면서 "액수도 액수지만, 그동안 일방적으로 진행한 불법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는데 병원 측은 끝까지 거부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