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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 당직수당 두가지 '꼼수'

    변호사 자문 결과 '수련병원 조치는 무효'

    기사입력시간 2015-11-09 06:48
    최종업데이트 2016-01-24 22:54



    "600만원을 지급받아야 하는 전공의들에게 450만원을 지급하고도 '전에 받던 돈보다는 더 많이 받는 것 아니냐'고 부당한 설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최근 자문 변호사에게 세브란스병원의 전공의 월급체계 개편에 대해 법률 자문을 의뢰했고, 7일 대의원총회에서 검토의견을 공개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자문 변호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은 2015년 10월 1일부터 전공의 월급 체계를 현행 시급 1만 2000원에서 6600원으로 줄이고, 실제 당직횟수(최대 13회)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방침을 세웠다.
     
    세브란스병원은 법원에서 전공의 당직수당을 인정하라는 판결이 잇따르는데다 보건복지부가 2013년 '레지던트 1년차부터 관련법령에 따라 당직일수를 고려해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지침'을 마련하자 이런 후속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수련병원들은 실제 당직일수대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 당직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포괄임금에 포함돼 있다는 논리로 일관했다.
     
    하지만 법원은 전공의 당직수당을 포괄임금에 포함시킬 수 없으며, 실제 근무시간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해 왔다.
     
    이에 대해 모 수련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당직수당을 모두 인정할 경우 전공의 연봉이 조교수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일부 수련병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꼼수를 만들어냈다.
     
    근로자의 각종 수당을 포함한 임금은 시간당 급여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따라서 시급을 낮추면 그간 안주던 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연봉 총액을 현 상태로 묶을 수 있거나 최소 수준으로 인상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이 전공의 시급을 1만 2000원에서 6600원으로 줄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페이스북 인용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이런 식으로 월급체계를 변경할 수 있는지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변경 불과'라는 회신을 받았다.
     
    자문 변호사는 "수련병원들은 임금체계 개편 이전에는 근로기준법상 지급해야 하는 50%의 연장, 심야, 휴일 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원래 취업규칙에 기재되어 있지 않아도 당연히 지급해야 할 법정수당을 취업규칙에 기재했다고 해서 이를 두고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예를 들면 월급으로 60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사람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다가, 사법부에서 이를 문제 삼자 임금체계를 조정해 45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한 뒤, 임금이 올랐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자문 변호사는 "이는 600만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450만원을 지급하고도 '전에 받던 돈보다는 더 많이 받는 것 아니냐'고 부당한 설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문 변호사는 "임금체계를 개편하면서 법정수당 외의 본봉, 연구수당, 상여수당, 정근수당, 명절수당, 급식보조비, 복리후생수당, 위험수당, 장기근속수당을 모두 삭제했다면 '전공의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났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
     
    오히려 정확한 사실은 '전공의들의 임금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공의 집단에 대한 취업규칙이 불리하게 변경될 때 전공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그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은 기존 전공의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주목해야 한다.
     
    이와 관련 자문 변호사는 "결국 전공의들의 임금이 크게 줄어드는 방향으로 취업규칙이 개정되었으므로, 해당 취업규칙 개정안은 '전공의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하며, 개별적 회람‧서명을 통해 전공의 과반수의 찬성을 받은 것만으로는 집단동의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업규칙 변경은 소속 전공의들이 같은 장소에 집합한 회의에서 개개인의 의견 표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무기명 투표 등)으로, 과반수가 찬성하는 방식으로 동의를 얻어야 유효하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즉, 전공의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으면 취업규칙을 개정해도 개정 전 취업규칙이 그대로 적용되며, 월급체계를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