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의(Junior Doctor)가 다음 달 3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한 영국에선, 의사 파업과 환자 사망률의 연관성에 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수련의의 단체 행동이 환자들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고 경고한 반면, 의사와 의대생 협동조합인 BMA(The British Medical Association)는 파업이 환자의 안전에 영향이 없다고 반박했다.
본격적인 파업 시행 전, 시위 중인 영국 수련의 <사진 출처 : www.bbc.co.uk>
NHS(국민보건서비스)의 Medical Director인 Sir Bruce Keogh는 "의사 단체가 결정을 후회할 것"이라며 파업 동안 테러리스트의 공격 가능성을 우려했고, 제레미 헌트 복지부 장관은 수련의 파업 때문에 정부가 긴급 대책을 세워야 할 상황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BMA는 정부의 주장을 부정하며, 의학적인 근거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BMA는 이전의 어떤 파업도 환자 사망률을 증가시킨 사례는 없다며, 관련 논문을 제시했다.
BMA가 제시한 의학적 근거 'Doctors' strikes and mortality: a review'
2008년 'Social Science and Medicine(2012년 IF : 2.733)'이라는 저널엔 '의사 파업과 사망률 : 리뷰'라는 논문이 게재됐다.
이 논문은 짧게는 9일에서 길게는 17주 동안 진행했던, 1976년부터 2003년 사이 5개의 '의사 파업'을 다룬 메타연구다.
저자는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결과를 밝혀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어떤 파업 기간에도 환자 사망률이 평소보다 증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환자 사망률이 감소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일부 파업은 종료 후에도 사망률 감소가 이어졌다.
<사진 출처 : joyreactor.com>
예를 들어 1976년 1월, 캘리포니아주 LA에선 의사들이 치솟는 의료사고 보험료(medical malpractice insurance premiums)에 항의하기 위해 5주 동안 병원 밖을 나섰는데, 저자는 이 기간 지역 사망률이 평소보다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첫 주에 10만명당 21명이었던 환자 사망률이 파업이 진행되면서 꾸준히 감소하다가, 종료 후 2주 동안에도 각각 13명과 14명으로 의미 있게 줄었다는 것이다.
파업 후에 진료가 재개되자 사망률은 다시 올랐지만, 이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었다.
저자는 이런 뜻밖의 결과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그들이 지적한 가장 큰 이유는 파업이 시작하면서 대기수술(Elective surgery)이 연기됐다는 점이다.
파업이 결정되면 병원은 응급실에 외과 스태프를 재배치하기 위해 응급이 아닌 수술은 연기한다는 것이다.
이런 외과 의사의 유입은 응급실이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환자 사망률 상승의 주원인인 큰 대기수술을 뒤로 미루는 효과가 크다.
저자들은 대기수술이 병원의 환자 사망률에 크게 이바지한다고 언급했다.
시위 중인 이스라엘 의사들, 사진은 논문 내용과는 관계 없음 <사진 출처 : www.snipview.com>
물론 원인이 다른 사례도 있다.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파업은 LA와 사망률 결과는 비슷하지만, 그 이유가 좀 다르다.
1983년 3월 2일부터 6월 26일까지 정부와의 급여 문제로 파업에 참여한 예루살렘 의사 8,000명은 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거부한 채, 비용을 따로 받는 독립적인 응급 진료소를 설치했다.
메타연구에 포함됐던 한 논문은 이 기간의 사망진단서가 이전 대조 기간(1982년 2월 17일~9월 3일)보다 많지 않다고 분석했고, 파업이 끝나면서 연기됐던 수술이 재개돼도 결과는 같았다고 밝혔다.
저자는 예상 밖의 결과에 대해 의료인 '과공급(over-supply)' 문제를 지적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의사들은 독립적인 응급진료소를 통해 서비스를 충당하면서 병원이 붐비는 것을 막았다.
의사들이 4개월 동안 '법적'으론 파업에 참여했지만, '실제' 파업에 매달리진 않았던 것이다.
논문의 저자들은 5번의 파업에 관한 7개의 기존 연구 중 4개는 사망률이 오히려 떨어졌고, 3개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고 최종 정리했다.
메타연구에서 분석된 두 가지 파업 사례는 '공통된 예상 밖 결과'에, 그 원인은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더 흥미로운 건, 의사라는 직업은 노동권의 가장 기본인 파업조차도 직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메타연구라도 들이밀어야 하고, 그런 특수성으로 인해 영국 정부든 영국 의사 단체든 환자의 안전을 파업의 최우선 명분으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사실 그중에서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던 건, 영국 의사 단체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엔 행동으로 옮기는 데 주저하지 않고, 파업을 반대하는 세력을 논파하는 의학적 근거를 제시할 정도로 철저히 '의사답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수련의의 단체 행동이 환자들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고 경고한 반면, 의사와 의대생 협동조합인 BMA(The British Medical Association)는 파업이 환자의 안전에 영향이 없다고 반박했다.
본격적인 파업 시행 전, 시위 중인 영국 수련의 <사진 출처 : www.bbc.co.uk>
NHS(국민보건서비스)의 Medical Director인 Sir Bruce Keogh는 "의사 단체가 결정을 후회할 것"이라며 파업 동안 테러리스트의 공격 가능성을 우려했고, 제레미 헌트 복지부 장관은 수련의 파업 때문에 정부가 긴급 대책을 세워야 할 상황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BMA는 정부의 주장을 부정하며, 의학적인 근거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BMA는 이전의 어떤 파업도 환자 사망률을 증가시킨 사례는 없다며, 관련 논문을 제시했다.
BMA가 제시한 의학적 근거 'Doctors' strikes and mortality: a review'
2008년 'Social Science and Medicine(2012년 IF : 2.733)'이라는 저널엔 '의사 파업과 사망률 : 리뷰'라는 논문이 게재됐다.
이 논문은 짧게는 9일에서 길게는 17주 동안 진행했던, 1976년부터 2003년 사이 5개의 '의사 파업'을 다룬 메타연구다.
저자는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결과를 밝혀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어떤 파업 기간에도 환자 사망률이 평소보다 증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환자 사망률이 감소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일부 파업은 종료 후에도 사망률 감소가 이어졌다.
<사진 출처 : joyreactor.com>
예를 들어 1976년 1월, 캘리포니아주 LA에선 의사들이 치솟는 의료사고 보험료(medical malpractice insurance premiums)에 항의하기 위해 5주 동안 병원 밖을 나섰는데, 저자는 이 기간 지역 사망률이 평소보다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첫 주에 10만명당 21명이었던 환자 사망률이 파업이 진행되면서 꾸준히 감소하다가, 종료 후 2주 동안에도 각각 13명과 14명으로 의미 있게 줄었다는 것이다.
파업 후에 진료가 재개되자 사망률은 다시 올랐지만, 이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었다.
저자는 이런 뜻밖의 결과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그들이 지적한 가장 큰 이유는 파업이 시작하면서 대기수술(Elective surgery)이 연기됐다는 점이다.
파업이 결정되면 병원은 응급실에 외과 스태프를 재배치하기 위해 응급이 아닌 수술은 연기한다는 것이다.
이런 외과 의사의 유입은 응급실이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환자 사망률 상승의 주원인인 큰 대기수술을 뒤로 미루는 효과가 크다.
저자들은 대기수술이 병원의 환자 사망률에 크게 이바지한다고 언급했다.
시위 중인 이스라엘 의사들, 사진은 논문 내용과는 관계 없음 <사진 출처 : www.snipview.com>
물론 원인이 다른 사례도 있다.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파업은 LA와 사망률 결과는 비슷하지만, 그 이유가 좀 다르다.
1983년 3월 2일부터 6월 26일까지 정부와의 급여 문제로 파업에 참여한 예루살렘 의사 8,000명은 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거부한 채, 비용을 따로 받는 독립적인 응급 진료소를 설치했다.
메타연구에 포함됐던 한 논문은 이 기간의 사망진단서가 이전 대조 기간(1982년 2월 17일~9월 3일)보다 많지 않다고 분석했고, 파업이 끝나면서 연기됐던 수술이 재개돼도 결과는 같았다고 밝혔다.
저자는 예상 밖의 결과에 대해 의료인 '과공급(over-supply)' 문제를 지적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의사들은 독립적인 응급진료소를 통해 서비스를 충당하면서 병원이 붐비는 것을 막았다.
의사들이 4개월 동안 '법적'으론 파업에 참여했지만, '실제' 파업에 매달리진 않았던 것이다.
논문의 저자들은 5번의 파업에 관한 7개의 기존 연구 중 4개는 사망률이 오히려 떨어졌고, 3개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고 최종 정리했다.
메타연구에서 분석된 두 가지 파업 사례는 '공통된 예상 밖 결과'에, 그 원인은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더 흥미로운 건, 의사라는 직업은 노동권의 가장 기본인 파업조차도 직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메타연구라도 들이밀어야 하고, 그런 특수성으로 인해 영국 정부든 영국 의사 단체든 환자의 안전을 파업의 최우선 명분으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사실 그중에서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던 건, 영국 의사 단체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엔 행동으로 옮기는 데 주저하지 않고, 파업을 반대하는 세력을 논파하는 의학적 근거를 제시할 정도로 철저히 '의사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