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공공의대 설립법’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또한, 정당한 진료 거부 사유를 법률에 명시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7일 오후 제3차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했다.
제3차 법안소위에서 이정현 의원, 박홍근 의원, 기동민 의원, 이용호 의원, 김태년 의원이 대표발의한 5개 법안이 병합 심사됐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계속심사하기로 했다.
특히 지역별 의료수준 격차 심화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으로 공공의대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기존 의과대학 활용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교차했다. 동시에 10년 의무복무 기간이 과도하다며 의대 신설보다 중장기적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설립이 공공의료 분야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며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논의가 갈피를 잡지 못하자 법안소위 측은 공공의대 법안을 향후 계속심사하기로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이번 회기에서 입법 공청회를 열고 제출된 제정법안에 대한 전문위원실 검토의견 등을 일독한 것은 큰 의미”라며 “다음에는 더 진전된 논의로 의견 통합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를 구체화하는 내용의 법안의 법안소위 통과도 불발됐다. 현행법 제15조는 의료인이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이 ‘정당한 사유’를 법률에 구체화하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법안이기 때문에 당장 통과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며 제동이 걸렸다.
보건복지부는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법률에 명시하려는 취지에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진료 거부를 할 수 있으므로 입법 실익은 크지 않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면 환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조문을 보완하고 구체적 사유는 복지부령으로 위임하는 방안 중 하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진료기록 열람 허용 범위에 ▲보훈심사위원회가 보훈심사와 관련해 요청하는 경우 ▲‘군사법원법’에 따른 압수·수색·검증의 경우를 추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반면, 진료기록 열람 허용 범위에 ‘한국소비자원·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소비자 피해구제·소비자 분쟁 조정과 관련해 요청하는 경우’를 추가하는 내용의 법안은 의결되지 못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해당 환자의 동의 없이 소비자원이 진료기록을 열람하거나 그 사본을 발급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소비자기본법령에 환자 동의 절차를 신설한 이후 개정안 반영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는 “정보주체인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정보관리자인 의료기관의 개인정보보호 활동에 역행하므로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도 “현행 제도 하에서도 신청인에게 직접 자료를 제출하거나 한국소비자원의 직원 등을 대리인으로 지정해 진료기록을 교부받을 수 있으므로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요양병원 정의에서 정신병원을 제외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도 통과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는 28일 예정된 법안소위에서 의약품 공급자의 리베이트 행위 적발 시 약가 인하 처분 소급 적용법, 음주진료 금지법,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 의사면허 박탈법 등을 심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