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는 20일 지역의료 강화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 고찰을 통한 문제점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지역의료 불균형 지표가 오류투성이라 신뢰할 수 없으며,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민간병원을 마치 공공병원이나 정부 정책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앞서 11일 보건복지부는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를 어느 지역에서나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관련기사=내년 하반기 필수의료 수행 중소병원 '지역우수병원' 지정, 지역가산 검토]
지역의료 강화대책에 따르면 필수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병원을 '지역우수병원'으로 선정해 지원한다. 또한 지역에 부족한 공공병원의 신축 및 확충, 지역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 및 재정 지원 확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 책임의료기관 지정 및 지역 필수의료 협력체계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복지부는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역별 필수의료 보장 강화와 지역 공공의료 기관 확대의 명분으로 지역별 의료불균형 문제를 제기했다. 수도권 및 대도시 지역과 비도심 지역의 건강 관련 지표들을 비교하면서 지역별로 의료 불균형이 심각하기에 이를 개선시키기 위해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추진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지역별 불균형의 예로 들고 있는 지역들의 건강 지표 비교를 보면, 자료 인용의 편견이 심각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보도자료에서는 입원환자 사망비는 충북이 서울에 비해 1.4배, 뇌혈관질환 환자 사망비는 충북이 부산에 비해 1.5배 높다고 예를 들면서 마치 비도심 지역 일수록 사망비가 더 높은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자료를 자세히 보면 도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의 입원환자 사망비는 1.16으로 비도심 지역으로 볼 수 있는 강원(0.98), 전북(0.9), 전남(1.01)보다 높으며 경남(1.16)과 같은 수치를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다. 뇌혈관질환 사망비도 대도시인 울산(1.18) 보다 비도심 지역인 경남(1.05), 경북(1.17), 전남(1.16), 전북(0.89)의 수치가 더 낮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결국 보도자료에서 제시한 사망비를 보면, 대도시와 비도심 지역의 사망비는 비교적 대도시 지역이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보도자료에서 인용한 사망비 자료는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필수의료 진료권 구분 및 의료현황 분석 연구(서울대, 2019년)'라는 연구 보고서에 나온 것이다"라며 "그런데 문제는 연구 보고서의 밑바탕이 되는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가 신뢰할 수 없는 오류투성이 연구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연구소가 올해 1월 연구 용역을 의뢰 받아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의 문제점 분석 및 관련 의료 정책들의 오류'의 보고서를 보면 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된 통계는 신뢰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문제와 분석에 사용된 '입원 에피소드와 사망 에피소드'라는 개념이 동일 환자에서 중복 데이터가 다수 발생할 수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라며 "도심과 비도심 지역의 극명히 다른 연령대 차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지역을 이동해 발생한 에피소드를 통계 분석에서 제외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중증질환자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도 사망 통계에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복지부가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추진함에 있어 가장 큰 명분으로 삼은 지역별 의료불균형은 학문적으로 증명되지 못한 상태로 볼 수 있다. 부실한 연구를 통해서 도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책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왜곡시켜 의료 현장에서 부작용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구소는 "현재 도심과 비도심 할 것 없이 각 지역별로 인구 분포에 따라 다양한 중소병원과 종합병원들이 각자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2차 진료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역 내의 일부 병원들을 지역우수병원으로 지정하면 정부가 해당 병원들을 나서서 지원하고 홍보해주는 것이 되고, 지역우수병원으로 지정받지 못한 의료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는다"라며 "일반 국민들은 가급적 정부가 선정한 지역우수병원으로 가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지역우수병원 선정이라는 정부 개입으로 지역 내 의료기관들 간의 공정경쟁이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기존의 각종 지정제도도 제도 시행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인센티브 등을 통해서 의료기관들을 정부의 정책에 순응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운용되는 것을 보면 지역우수병원 지정제도 또한 의료기관들을 더욱 정부 정책에 순응하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악용될 것이다. 이는 결국 관치의료 시스템이 더욱 공고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부의 관치의료 강화 속셈은 지역책임의료기관 지정과 필수의료 협력체계 구축 등의 정책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17개 권역과 70개 지역별로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지역 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공공보건의료계획의 수립과 필수의료 서비스를 연계하는 '기획·조정' 역할을 수행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권역책임의료기관(주로 국립대병원으로 지정)과 지역책임의료기관에는 필수의료 협력체계 구축 등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고 전담조직으로 '공공의료 본부'를 설치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결국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를 시행주체에 관계없이 공공의료의 영역으로 판단해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한 공공병원이나 일부 정부 정책에 순응하는 민간병원을 이용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속셈이다. 따라서 관치의료 강화의 검은 속내를 감춘 채 필수의료 보장을 위해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철저한 국민 기망 행위이며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