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2027학년도부터 도입되는 지역의사제가 지역 의료인력 확보 대책을 넘어 의대 입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28학년도 지역의사전형 선발 인원의 90% 이상이 수시 모집에 배정되면서, 학생부 기록과 면접을 통해 지역 의료 이해도와 정주 가능성을 평가하는 흐름이 강화될 전망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지역의사제가 실제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려면 선발 단계의 의무복무 조건을 넘어 수련환경, 근무 여건, 필수의료 보상체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의료계와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7학년도부터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에서 늘어난 입학정원은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선발된다. 지역의사선발전형 적용 증원 규모는 2027년 490명, 2028년부터 2031년까지는 연 613명이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간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에서도 필수의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선발된 학생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등록금, 교재비, 주거비 등을 지원받고,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선발 당시 공고된 의무복무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
지역의사선발전형은 지역 인재 중심으로 설계됐다. 선발 인원의 70%는 대학 소재지와 인접한 도 지역 진료권에서 선발하고, 나머지 30%는 인접 시·도를 포함한 광역권에서 선발하도록 했다. 진료권별 선발 인원은 부산·울산·경남 97명, 대전·충남 및 대구·경북 각 72명, 강원 63명, 광주 50명, 충북 46명, 전북 38명, 제주 28명, 경기·인천 24명 등이다.
지역의사전형은 실제 대입에서도 수시 중심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진학사가 2028학년도 지역의사제 운영 대학 31개교를 분석한 결과, 총 선발 인원 610명 중 93.6%인 571명이 수시 모집에 배정됐다. 정시 모집은 6.4%인 39명에 그쳤다. 이는 지역의사제를 제외한 지역인재전형의 수시 비중 81.1%보다 12.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전형 유형별로는 수시 선발 인원의 50.8%인 310명이 학생부종합전형, 42.8%인 261명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된다. 단국대·부산대·울산대·성균관대 등 16개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한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도 정성평가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학생부교과전형을 운영하는 14개 대학 중 8개 대학은 서류나 면접을 전형 요소에 포함했다. 강원대와 동아대는 서류평가를, 건국대 글로컬캠퍼스·계명대·순천향대 등은 면접을 실시한다. 고신대는 서류와 면접을 모두 반영한다.
이에 따라 지역의사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는 내신 성적뿐 아니라 학생부 기록과 면접 역량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입시업계는 지역의사전형의 높은 수시 비중이 지역 의료 환경에 대한 이해도와 장기 정주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역의사제가 수험생들 사이에서 ‘지역 정착’보다 ‘의대 진학 가능성’을 높이는 별도 전형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의대 선호 현상이 여전한 상황에서 지역의사전형이 기존 지역인재전형과 맞물려 지방 중·고교 진학, 주소 이전, 학생부 관리 등 의대 입시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초 종로학원이 중·고등학생과 학부모 9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일부 확인됐다. 당시 응답자의 60.3%는 지역의사제를 시행하는 의대에 진학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진학 의향 이유로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와 함께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 같아서’가 주요하게 꼽혔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진학 의향이 있는 응답자들은 이유로 의사가 되고 싶어서 39.4%,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 같아서 39.6%를 선택했다. 반면 ‘지역의사가 된다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은 8.3%에 그쳤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지역의사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의대 진학을 위한 새로운 입시 트랙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년 의무복무라는 강한 조건이 붙어 있지만, 의대 입시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는 일부 수험생들이 이를 감수하고 지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의사제가 실제 지역 정착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관건이다. 지역 의료인력 확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선발 단계뿐 아니라 수련, 근무환경, 필수의료 보상, 정주 여건 개선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무복무 기간 동안 지역에 머무르게 하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지역 의료인력 확보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지역의사제가 의대 입시에서 또 하나의 합격 전략으로만 인식되면 지역의료 강화라는 본래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며 “지역에서 수련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의무복무 이후에도 지역에 남는 의사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