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일본 지역의사제(Chiiki-Waku)로 입학한 의대생들이 '열등감'과 '좌절감' 등 다수의 부정적 심리상태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낮은 성적으로 입학했다는 열등감과 유급에 대한 불안, 특정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의무로 인한 직업적 자유 상실감과 만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이다.
한국 역시 2027년도부터 늘어난 의대 정원 증원 분이 모두 지역의사로 모집한다는 점에서 향후 지역의사 선발 학생들에 대한 각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오키나와현 류큐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2025년 10월 류큐의대 지역의사제 입학 학생 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질적연구 논문을 SCI급 의학저널인 '큐레우스 (Cureus)'를 통해 발표했다.
일본은 지방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지역의사제(地域枠)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의대에 입학한 학생은 졸업 후 지자체가 정한 지역에서 9년간 의무 근무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역의사제 시행 전인 2007년에 지역 학생 선발 제도로 입학한 학생은 173명, 전체 정원의 약 2%에 그쳤다. 그러나 2008년 지역의사제 도입 후 의대에 입학한 지역 학생 수는 꾸준히 늘었고 2021년에는 1723명까지 증가했다.
류큐의대 미유 야라(Miyu Yara) 교수 연구팀 연구결과, 지역의사제 입학 의대생들은 입학 전부터 학업 불안에 시달렸다. 또한 '학업적으로 열등하다'는 낙인으로 인해 자신감 저하, 열등감 등을 경험했다.
유급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지역의사제는 재정적 지원을 받기 때문에 유급은 단순한 학업 실패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한 학생은 "장학금을 받는 만큼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 실패하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 전체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제약된 미래에 따른 불안도 확인됐다. 일반 전형 의대생들은 자유롭게 전문과를 선택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지만, 지역의사제 학생들은 선택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 중심 경력이나 대학병원 근무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의무 복무 기간 동안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좌절감을 표현했다.
연구에 참여한 한 학생들은 "졸업 후 정확히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일하게 될지 모른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또 다른 학생은 "외과 의사가 되고 싶지만, 지역 병원에 그런 수련 시스템이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 학생들은 죄책감과 만성 스트레스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의무 복무 지역이 섬이나 외딴 지역일 경우 배우자의 직장, 자녀 교육, 문화생활 등 개인적 삶의 질에 대한 우려가 컸다. 아울러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중요한 시기를 특정 지역에 묶인다는 느낌이 만성적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일부 학생들은 의무 기간 종료 후 지역을 떠날 것인지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외 정책이 자주 변경돼 입학 당시와 현재의 조건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긍정적인 동기부여도 확인됐다. 열등감과 유급에 대한 두려움이 오히려 학습 동기로 전환된 것이다. 이런 심리는 1~2학년 저학년 시기에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9년간 의무복무가 단순한 법적 계약을 넘어 도덕적 책임으로 내재화돼 '지역사회가 나를 키워줬으니 꼭 보답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갖게 됐다. 특히 지역 보건소, 섬 진료소와 같은 지역의료 교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의사로서 본질적 정체성을 확인했다.
한 학생은 "외딴 섬 진료소에서 주민들이 의사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보고,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정책적 시사점에서 "지역의사제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기 위해, 제도의 목적과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며 "저학년 시기의 열등감과 학업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맞춤형 튜터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일반 전형 학생과의 학업 격차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필요시 보충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책 변경 시 재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공지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의무 복무 기간 동안에도 전문성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발굴하고 지역의사제 학생들의 특수한 스트레스 요인을 이해하는 상담사를 배치해야 한다. 의무 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근무 지역 선택권을 확대하는 옵션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