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경기도로 병원을 옮겼더니, 특정 치료가 갑자기 전부 삭감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기준은 물론 심사위원 정보도 알 수 없다.”
“심평원의 부당 삭감이 이뤄지면 의사들의 경제적인 이익을 침해 당한다.”
대한의사협회 심사체계개편 특별위원회가 6월 30일 첫 번째 정기회의를 열고 심평원의 심사체계 문제를 공론화했다. 위원회는 심평원의 심사기준과 심사기준, 심사위원 등의 정보를 의료기관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또 현재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진행하는 심사체계 개선방안은 의협과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의료계가 원하는 심사체계 관련 건의안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차례 이뤄진 비상대책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간 의정협상에서 초안이 마련됐다. 복지부는 이 건의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협 집행부와 복지부 간 의정협상에서 다시 한번 해당 내용을 건의하게 된다.
의협 심사체계개편 특별위원회를 거쳐 의협이 정부에 건의할 내용을보면 ①급여 및 심사기준 상설협의체 운영 ②심사실명제(이의신청 포함) 도입 ③심사기준 전면 공개 ④심사위원 구성 및 운영방식 개선 ⑤1차 심사 적정성 평가 실시 ⑥심사의 공정성과 형평성 확보 ⑦부적절한 급여 및 심사기준 완전 폐기 ⑧행정 소명 절차 간소화 및 투명화 등 8가지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⑨복지부·심평원 심사체계 개선방안, 의협과 공동 논의를 건의한다.
비대위에 이어 이번 의협 집행부에서 의정 실무협의체 협상단에 참여하는 의협 박진규 기획이사(위원회 간사)는 “심평원은 삭감 사유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심사 내용도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비대위 때부터 복지부에 심사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요청했고 일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회에서 나온 안건을 토대로 7월 5일 심사체계 개편을 주제로 열리는 3차 의정 실무협의체에 건의하겠다”라고 했다.
박 기획이사는 "7월말까지 복지부, 복지부가 최종적인 심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라며 "이 과정에서 의협이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고, 의정 실무협의체를 통해 여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기획이사가 발표한 의협이 건의할 9가지 심사체계 관련 내용이다.
①의료계-심평원 상설협의체 구성 필요
위원회는 의료계와 심평원의 '급여 및 심사기준 상설협의체'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협이 급여기준과 심준기준 설정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위 논의 당시 복지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기획이사는 “의협이 심평원 심사위원 선정 과정부터 관여해야 한다. 급여기준가 심사기기준을 체계적으로 개편하고 하나하나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심사실명제 도입
위원회는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고 심사자의 책임감 부여를 위해 심사 실명제 도입을 건의한다. 심사결과를 서면으로 통보할 때 심사 담당 직원과 심사위원, 자문위원 등 실명 정보를 전부 공개하자는 것이다.
비대위 논의 당시 복지부 역시 심사위원 전체 공개를 목표로 분야별 대표위원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기획이사는 “복지부는 비상근 위원까지 완전히 공개하자고 했다. 반면 심평원은 공개하게 되면 자칫 심사위원들이 그만둘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③심사기준 전면 공개
위원회는 심평원 본원·지원의 진료비 심사 세부규정을 완전 공개하고 상시 검색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심평원 내부지침, 심사사례 등은 요양기관 업무포털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위 논의 당시 복지부 검토의견은 '심사정보 종합서비스'를 오픈해 심사 세부규정 모두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기획이사는 “서울에서 인정한 수술이 경기도에 가면 100% 삭감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가 유독 삭감이 많고 광주, 창원 등은 거의 다 인정한다는 말도 있다“라며 "판결도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징역이고 다른 곳에서는 집행유예다. 심사위원 마음대로 심사가 이뤄진다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 심사를 겪는 의사 개인은 재산권과 다름 없다. 본인이 갖고 있는 재산권이 박탈되는 상황에서 심사기준이 투명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④심사위원 구성 및 운영방식 개선
위원회는 진료심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할 때 반드시 의협과 합의하도록 법적 절차를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심사 관련 위원의 임기를 현행처럼 2년으로 하되, 연임을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근심사위원 15명 내외로 구성된 중앙심사조정위원회 결정사항을 전면 공개할 것도 요구한다.
비대위 당시 복지부 검토의견은 중앙심사조정위원회의 의료계 추천 인사 참여를 일정부분 보장하고 연임 제한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 기획이사는 “심사위원 구성과 운영방식은 반드시 의료계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⑤1차 심사 적정성 평가 실시
위원회는 부당한 1차 심사로 인한 불필요한 이의신청 등을 막기 위해 상설협의체를 통해 연1회 이상 1차 심사 적정성평가를 실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 기획이사는 “의료계는 1차 심사 때 심평원에 불신이 쌓이기 마련이다. 이후에 2,3차 심사가 이뤄지면 그만큼 심사에 소요되는 세금(비용)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상설협의체를 통해 연 1회 이상 1차 심사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자고 했다"라며 "비대위 논의 당시 복지부는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요양급여 심사에 대한 평가체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⑥심사의 공정성과 형평성 확보
위원회는 심평원 본원․지원간, 의료기관 종별간, 심사분과간 편파적 삭감 해소를 건의한다. 심평원 본원과 지원 간 심사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심사위원에게 전문심사 의뢰 건수를 균등하게 배분하고 일부 특정 심사위원에게 의뢰가 집중되는 문제 해결도 제안한다.
비대위 당시 복지부는 심사 일관성 확보를 위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심사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심사위원간 공정한 배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박 기획이사는 “모 대학병원 교수가 서울에서 척추수술을 할 때는 한달에 한 건 정도 삭감이 있었다고 했다. 현재 경기도로 옮긴 다음에는 전체 수술의 40~50% 삭감됐다고 했다. 이유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라며 병원간 삭감률에 차이가 많고 심사위원, 지역간 차이가 많다. 내과는 삭감이 별로 없고 수술은 삭감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는 또한 “특정 분야의 전문심사위원이 10명이면 이들에게 심사건수가 10%씩 배분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 사람이 특정 심사의 80%를 담당하기도 한다. 전문심사 의뢰건수도 균등하게 배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⑦부적절한 급여 및 심사기준 완전 폐기
위원회는 부적절한 급여과 심사기준 완전 폐기할 것을 주장하기로 했다.
박 이사는 “척추의 경우 보존치료를 아무리 해도 삭감부터 한다. 환자가 응급실에 가더라도 정당하게 소견서를 써줘야 보험급여를 인정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라며 “애매한 급여기준 때문에 환자들이 한방으로 많이 간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수술을 받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⑧행정 소명 절차 간소화 및 투명화
보통 의료기관이 심사평가에 불만이 있으면 이의신청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절차가 까다로워 지레 포기하게 된다. 위원회는 이의신청절차 간소화하고 심판청구의 판결과정을 투명화할 것을 요구한다.
⑨기관별 경향심사 논의체계 공동 구성 제안
위원회는 심사체계 개편의 논의 과정에서 의협-복지부-심평원의 공동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정부의 기관별 경향심사를 바탕으로 한 심사체계 개편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 기획이사는 "7월말까지 심평원 복지부가 합의를 거쳐 심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의협이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고 복지부, 심평원과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 기획이사는 "경향심사는 평균 추세에 벗어나는 기관을 중점으로 심사한다. 하지만 충분한 적정 진료가 아닌 과소진료로 하향평준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기획이사는 "평균 수치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인정할지, 하향평준화가 이뤄지지 않을지 범위 설정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라며 "평균 이상의 구간이라면 치료에 문제가 없더라도 과도한 규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