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가 발생한지, 3년째에 접어들면서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임상적 특징들이 점차 베일을 벗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병리 소견은 발열과 기침 등 경증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바이러스 감염이 호흡기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 중증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폐렴의 경우 바이러스 침투로 인해 미만성폐손상, 허파꽈리세포의 반응성 변화, 폐의 작은 혈관에서 관찰되는 혈전 등이 주요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외 부검결과에서도 실제 이런 손상이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미만성폐포손상·세포변성소견…상피세포형·혈관형·섬유화형으로 나뉘어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폐 손상이 처음 알려진 것은 2020년 2월이다. 중국 국립 전염병 임상 연구센터 져주(Zhe Xu) 박사 연구팀은 란셋(Lancet)을 통해 '급성호흡곤란증후군과 관련된 코로나19의 병리학적 소견' 연구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50세 남자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폐 조직에서 미만성폐포손상과 바이러스에 의한 세포변성소견 등을 확인했다. 이는 사스(SARS)나 메르스(MERS)에서 보이는 폐 조직 소견과 유사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학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폐 손상의 병리학적 증상을 크게 상피세포형과 혈관형, 섬유화형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병원의 사무엘 폴락(Samuel B. Polak)교수 연구팀은 2020년 6월 네이쳐(Nature)에 발표한 '코로나19의 병리학적 소견에 대한 체계적 검토' 연구에서 198개 증례가 포함된 42개 논문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131개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폐 샘플에서 세 가지의 공통된 병태생리학적 경과가 관찰됐다.
우선 상피세포형 손상 소견은 미만성폐포손상 및 유리질막 형성, 허파꽈리세포의 탈락 및 증식, 편평세포화생, 다핵세포, 바이러스포함물 등 바이러스에 의한 세포변성 등을 포함하는 특징을 보인다.
혈관형 손상은 모세혈관울혈, 허파꽈리내출혈, 허파꽈리내 섬유소성 삼출액, 혈관내 혈전, 혈관염 등을 특징으로 한다. 섬유화형 손상은 사이질섬유화 및 벌집모양변화(honeycombing) 등의 소견을 보인다.
상피세포형과 혈관형 손상은 비교적 질병의 초기부터 나타나며 특히 혈관형 손상은 다른 바이러스감염과는 다른 특징이다. 또한 섬유화형 손상은 증상이 나타난지 3주 이상 경과 후에 뚜렷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각 손상이 나타나는 시기에 항바이러스제와 항응고제, 항섬유화제 등 각기 다른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혈전 형성 통해 거대핵세포 수 늘려
코로나 유행 이전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한 이들의 미만성폐포손상 소견 증례들에서 거대핵세포의 수가 더 많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스페인 라 프린세사대학병원 마리엘 발디비아 마제이라 병리과 교수 연구팀이 2020년 9월 스프링거 네이처(Springer natur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은 18명의 코로나 사망자와 14명의 비코로나 사망 환자 그룹의 폐 샘플을 부검을 통해 비교 분석했다.
연구결과, 미만성폐포손상 소견을 보이는 증례들에서 거대핵세포의 수가 더 많다는 것이 관찰됐다. 이는 혈전 형성으로 인해 혈소판이 활성화된 이후 소비되면서 연쇄 반응으로 거대핵세포가 증식된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혈전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부검 연구에서 우리는 급성 폐 손상으로 사망하는 코로나 환자에서 거대핵세포 수 증가를 관찰했다"며 "코로나 사망자의 경우 거대핵세포가 4 ± 4.17인 반면, 대조군은 1.14 ± 0.86였다"고 밝혔다.
국내 60대 남성 사망 후 부검 과정서 코로나 진단…파꽈리세포 탈락·염증세포 침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사망자의 폐렴 증례가 보고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구현영 법의관 연구팀은 2021년 11월에 대한법의학회지에 발표한 '부검 후 진단된 코로나 폐렴의 병리소견' 연구에서 60세 남성의 부검 사례를 소개했다.
사망자는 평소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고 있어 약을 복용 중이었고 사망 한 달 전 계단에서 미끄러져 갈비뼈를 다쳤고 사망 하루 전부턴 거동이 어려워 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식사를 못해 죽만 먹고 있었다.
사망 2일 후 부검이 이뤄졌는데 사망자의 혈액과 위내용물로 시행한 약독물검사에서 아세트아미노펜과 트라마돌, 디클로페낙 등 진통제 성분이 검출됐다.
심장은 무게 480g으로 심비대 소견을 보였고 왼심장동맥의 시작부위에서 중등도의 동맥경화증이 확인됐다.
또한 폐에선 울혈과 부종 증상을 보였고 현미경검사에서 허파꽈리 내부로 허파꽈리세포의 탈락 및 염증세포 침윤, 사이질의 부종과 염증세포 침윤 등 급성기 미만성폐포손상 소견이 확인됐다.
또한 크고 과염색되는 핵을 가진 세포들이 흩어져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세포들은 거대핵세포 표지자인 CD61에 대한 면역조직화학염색에서 양성으로 확인됐다. 특히 폐 실질 내의 세동맥 여러 곳에서 혈전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변사자의 심장에서 심비대와 심장동맥경화증이 보였으나 그 정도로 보아 폐의 병변에 우선해 사인으로 고려하기는 곤란했다"며 "검출된 약물 모두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것으로서 과량 복용에 따른 중독 가능성은 낮아 사인을 코로나로 인한 폐렴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