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계는 의사 3명이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지 못한 책임으로 법정 구속되고 실형을 선고받은 판결이 부당하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당시 복통 외에 모든 증상이 정상이었고 외상성 횡격막 탈장이 생겼거나 수혈을 하지 못해 사망 원인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X-레이 외에 초음파, CT(전산화 단층촬영) 검사를 하도록 하고 상급병원에 의뢰를 보내는 방어진료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앞서 지난 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13년 6월 성남 모병원에서 발생한 8세 어린이 사망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의사 3명(응급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공의) 전원에게 1년 이상의 금고형을 선고했다. 의사 3명은 현재 법정 구속됐고 18일자로 항소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11월 11일 오후 2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통해 의사 석방 등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주장하기로 했다. 궐기대회 이후 의료계 모든 직역이 휴진 방식의 총파업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에 대한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①응급실 복통 외에 이상소견 없어
29일 판결문에 따르면 환자가 응급실에 방문했을 때 X-레이 소견에서 ‘흉통을 동반한 폐렴’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응급실에서 흉수를 동반한 폐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의로 진단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진단을 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는 “당시 응급실에서의 진료기록이 잘 정리돼있다. 환자가 복통 외에는 다른 통증이나 이상은 없었다. 모든 바이탈 사인이 정상이었다”라며 “특히 흉수가 문제였다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섭외이사는 “X-레이상에 이상소견이 맞긴 하지만, 다른 질병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라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일단 현재 문제 상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며 다른 진료과에 의뢰를 보낸다. 모든 진단명을 상세하게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②전문가에 의한 감정서 작성
감정서에 따르면 A병원 의사들이 제대로 X-레이 이상소견상 진단을 내리지 못한 과실을 묻고 의사라면 누구나 흉수를 동반한 폐렴 등을 진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감정서를 작성한 사람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이미 나온 결과를 놓고 보면 진단이 쉽다는 의견이다. 감정서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변호사)는 “감정서를 써준 사람은 이 분야의 전문가일 것이다. 당연히 전문가는 더 정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감정을 할 수 있다"라며 "제한된 상황에서 제한된 정보로 모든 질환의 진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은 “환자는 복통 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었고 제한적인 범위에서 한꺼번에 많은 환자를 보게 되면 진단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며 "특히 전공의에게 진단 책임을 묻는다면 수련을 받는 의미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③B병원 수혈 책임 여부
판결문에서는 B병원 처치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피고인1 응급의학과 전문의 변호인과 일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당시 상황을 보면 수혈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B병원 의료진은 2013년 6월 8일 오후 11시 4분 실시한 흉부 X-레이 촬영 결과에서 긴장성 기흉과 다량의 혈흉을 발견했다. 6월 9일 오전 0시 35분 흉강천자와 흉관삽관을 통해 좌측 폐 부위에 고여 있던 오래된 양상의 혈액 1000cc 가량을 배액했다. 오전 3시 40분 피해자의 우측 폐 부위에 고여 있던 오래된 양상의 혈액 830cc를 추가로 배액했다, 이 과정에서 수액을 공급했으나 수혈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이번 사건에서 수액 공급이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수혈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저혈량성 쇼크가 발생했다는 것은 수혈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판결문에서는 “수혈은 환자가 수혈을 할 정도의 출혈이 있거나 빈혈이 있는 경우에만 시행한다. 피해자는 배액되는 액체의 양상이 의미있는 출혈 양상이 아니고 단순히 피가 흐르는 양상이었다”고 했다.
또한 “피해자는 입원 중 측정된 헤모글로빈이나 헤마토크릿 수치 모두 수혈이 필요한 정도로 감소한 적이 없었다. 여러 번 측정된 중심정맥압도 정상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라며 “이러한 임상지표들은 수혈을 할 정도가 아니었거나 수혈로 적정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보였다. 수혈 및 수액과 관련한 B병원 응급실의 처치는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④외상성 횡격막 탈장 의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횡격막 탈장은 선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주로 외상성으로 발생한다. 피고인2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변호인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변호인은 “피해자는 피고인의 진료 행위 이후의 사정에 의해 사망했을 수 있다. 급성충수돌기염이나 강한 외부적인 충격으로 인한 탈장의 발생으로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당시 실제로 환자가 합기도장에서 가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결에서는 이를 외상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문은 “B병원의 진료기록에 따르면 피해자가 합기도 과정에서 외상을 입었다고 기재돼있다. 이는 피해자가 합기도장에 갔다 와서 배가 아프다고 했기 때문에 피해자의 보호자가 그렇게 말한 것이다. 합기도장에서 누구로부터 가격을 당했다는 진술을 한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이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⑤모든 환자 CT 찍고 방어진료 우려
외과 전문의들은 횡격막 탈장은 흔한 질환이 아니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진료를 한 의사도 진료실에서 거의 만나지 못하거나 1~2건 정도 접하는 질환이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매번 이런 희귀 질환을 발견하기 위해 별도의 CT나 초음파 검사를 하고 상급병원으로 의뢰를 보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급기야 최대집 회장은 복통으로 병원을 찾은 소아환자들에게 CT를 찍도록 하는 진료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화두를 제시하기도 했다.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검사비는 그만큼 올라가고 대형병원 환자 쏠림은 더 심해질 것이다. 필수의료의 기피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이라며 “이번 판결로 인한 의사들의 구속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는 "소아 환자에게 CT를 찍자고 하면 방사선 노출량 등의 문제로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하지만 이번 판결로 가급적 모든 환자에게 CT 검사 등을 시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 의료진 변호인인 법무법인 천고 이성희 변호사는 “의사들이 고의로 진단을 하지 못한 사건이 아니다. 이 사건으로 구속까지 하게 한다면 이대목동병원 사건 때처럼 중환자실과 응급의학을 하는 의사들의 사기를 떨어트리면서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