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통령비서실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이 10일 “실제로는 2000명이 아니라 최소 4000명 이상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수석은 이날 서울의대 비대위 주최로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부의 의대증원 2000명은 충분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내놓은 숫자”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의대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8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장 수석은 “의료계는 의료개혁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의사를 늘릴 필요는 없다고 한다. 결국 의견 충돌 지점은 의사가 부족한가, 부족하면 얼마나 부족한가로 귀결된다”며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개인별 의료이용량이 매우 정확히 측정되고 의사면허 부여와 활동까지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장래 인구추계와 같은 기초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인력의 수급량을 매우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다른 어떤 분야에 비해서도 큰 오차 없이 전망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참고한 3개의 연구(보건사회연구원, KDI, 서울의대)에서도 미세한 가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2035년에 약 1만명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장 수석은 정부가 이같은 3개 연구결과를 그대로 정책에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연구에서 일부 비현실적 요소들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그는 “3개 연구는 몇 가지 비현실적 가정들, 에를 들어 의사는 90세까지 똑같은 생산성을 갖고 일한다든지, 모든 의사가 토·일요일만 빼고 1년에 265일을 줄곧 일한다는 연구보고서 상의 가정을 보다 현실에 맞게 보완했다”고 했다.
이어 “결론으로 나온 부족한 의사수는 2035년에 1만명이 아니라 2배 이상 늘어난다. 2000명 증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최소 4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단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정부가 줄곧 2000명이 필요 최소한의 숫자라고 말해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런 과학적 근거 외에도 우리 의료현장을 관찰해 보면 특히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급 의사가 더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암울한 요인이 많다”며 의사의 고령화, 진료 분야의 과도한 세분화, 피부·미용 분야로의 인력 유출 가속화 등을 언급했다.
장 수석은 정책 추진 과정이 일방적이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하며 의료계에 대화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개혁을 지난 2023년 1월부터 공식화하고 추진해 왔다. 법정 의사단체인 의사협회 등과 별도의 협의체를 만들어 증원 문제에 대해서만 37차례 걸쳐 협의했다. 발표 직전에는 공문으로 의료계의 여러 단체에 적정 증원 규모를 묻기도 했지만 모두가 답이 없었고, 유일하게 종합병원협의회만 3000명 증원이 적정하다는 답을 줬다”고 했다.
이어 “유감스럽게도 정부의 발표 이후 8개월째 전공의와 의대생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막 의사의 길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단언컨대 의대 증원이 이뤄져도 의사의 사회적, 경제적 처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장 수석은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유연한 자세로 이 문제를 풀어가고자 한다. 증원보다 중요한 건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의료개혁 과제를 실행하는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멈추고 정부와 함께 의료현장 혁신을 위한 지혜를 나눠달라”고 했다.
이어 “의료개혁은 정부도, 의사도 아닌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켜드리기 위해서라도 대화와 소통에 함께 나서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