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2021년부터 적용되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이 일차의료와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차의료기관의 진찰료 상대가치점수를 높이고 상급종합병원의 진찰료 상대가치점수를 낮출 수 있다. 또는 의료기관 종별로 총점을 고정해 쏠림 현상을 막거나, 종별 가산 없이 종별에 따른 진찰료를 같게 책정할 수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1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향‘ 주제의 월례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의 연구를 맡고 있다.
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로 이뤄진다. 여기에 의료기관 종별가산율을 곱하면 최종 가격이 나온다. 상대가치점수(Resource-Based Relative Value Scale)는 일선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료 행위들 간 상대적인 가치의 순위를 매기는 것을 말한다. 환산지수는 상대가치점수당 단가이며 매년 유형별 수가협상에 따라 정해진다.
일차의료 가산, 또는 요양기관별 상대가치 총점 고정
그는 우선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상대가치점수 개편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검토한다고 밝혔다. 일차의료를 가산하거나 요양기관 종별 총점을 고정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신 위원은 “일차의료에 대한 중요도가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 대형병원으로 쏠림 현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상대가치 측면에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상대가치점수는 매년 올라가고 있는데, 미국식으로 도입해 점수는 그대로 두고 정책가산을 둬서 한쪽으로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요양기관 총점을 고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신 위원은 “자원투입량 기준으로 기본상대가치 점수를 만들고 플러스 알파를 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점수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일차의료기관에 정책가산이라는 이름으로 가치를 더 주고, 상급종합병원의 외래를 둔화할 수 있도록 점수를 깎아야(마이너스) 한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의료전달체계를 위해 입원료도 역방향으로 하겠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입원료도 현재보다 많이 올릴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신 의원급 의료기관의 입원료는 전체적으로 낮추기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 의료기관 종별 총점을 고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환산지수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되는데 여기에도 담아서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신 위원은 “자원 투입 대비 실제적으로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받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합리적이거나 효율적인 의료비 지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 가산 등 다양한 가산 제도 고려
상대가치점수는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 가산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임대료 등의 부담이 큰 서울 지역에도 가산을 할 수 있다. 진찰료, 입원료 등의 기본진료료는 자원 기반의 상대가치점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을 다양한 가산으로 개선한다.
신 위원은 “진찰료는 시간, 강도에 대한 반영이 돼있지 않다. 진료과별로 의사 경력에 따라서 진단 여부도 다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각종 문서화를 해두면 서류 작성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진료과목에 따라 상황이 현격하게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지역은 의사, 약사, 간호사 등의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책가산의 필요성이 있다”라며 “반대로 서울에서도 기회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별도의 가산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의료의 질이나 효과가 담보되는 행위는 자원 투입과 관계 없이 추가적으로 가산(알파)를 해야 한다”라며 “만성질환관리 등 필요한 영역은 보다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6개 유형별로 부문간 균형을 추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때 원가보상률을 초과하는 영상, 검체 수가는 깎아야 하는데 2차 상대가치점수 때처럼 해당 분야에서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위원은 “검체 수가의 원가보상률이 150%라고 하더라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원가보상률이 다르다. 일괄적으로 상대가치점수를 깎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간호등급제 개편, 내과 가산 등 다양한 각도 검토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통해 입원료 수가를 인상할 수 있는 정확한 근거도 제시한다. 입원료는 의학관리료, 병원관리료, 간호관리료 등으로 구성돼있다. 간호등급제도 현실적인 운영을 검토한다.
신 위원은 “간호등급제는 내부적으로 보면 의료법상 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인데 유명무실한 법조문이 돼있다. 간호등급제를 중증 기준으로 이원화체계로 만들어야 한다. 회계를 통해 중증환자가 많은 곳은 유지하고, 요양병원이나 경증 환자 입원 등은 법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과 입원료에 대한 가산도 다시 검토한다. 신 위원은 “외과계에 비해 내과계가 상대적으로 수가가 적게 책정됐다고 해서 내소정(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질환) 입원환자에 대해 30% 가산을 해왔다. 하지만 내과계가 검사 등으로 외과계에 비해 수익구조가 나쁘지 않아 가산이 필요 없다. 이런 방식으로 다양하게 접근해보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종별 가산도 전체적으로 검토하겠다. 현재 기본진료료의 원가보상률이 75%라면 17조원 규모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해야 한다”라며 “입원료와 진찰료를 검토하면서 문재인 케어 이후의 보상체계를 여기에 투입할 수 있다. 부족하면 가산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신 위원은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현선 교수가 가산에 대한 구체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소아 가산, 임산부 가산 등의 건의가 있었고 노인 가산은 어떤 자원 투입이 이뤄지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계조사의 어려움도 있다. 1100개의 샘플 의료기관을 추려서 12월 중으로 회계조사 요청 작업이 이뤄진다. 하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선 정보 제공과 서류 작성의 부담이 있는 대신 인센티브는 없다.
신 위원은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재정 확보가 불가능하다. 현지조사 면제를 검토했지만 법적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해 결국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의원급은 400개 이상의 회계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내년 2월까지, 늦어도 3월까지 자료가 완성되면 몇 달간 준비해서 이를 갖고 본격적인 3차 상대가치점수를 위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