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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나는 아이 업고 응급실에 간 아빠, 의사가 폭행 당해서 없다면"

    개원의협의회, 대국민 차원의 응급실 의료진 폭행 관심 당부

    "의사와 환자의 안전한 진료 위해 정부·경찰·법원 나서야"

    기사입력시간 2018-07-03 17:48
    최종업데이트 2018-07-03 17:4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몸이 펄펄 끓는 아이를 업고 30분을 쉬지 않고 달려 응급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응급실 분위가 이상하다. 바닥에 혈흔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데 환자가 하나도 없다. 간호사 한 명만이 데스크를 지키고 있다.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다급하게 아이를 봐 달라고 했으나 의사가 없다. 술 취한 사람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다음 수술을 받기 위해 다른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한다. ‘이제 우리 아이는 어쩌지?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30분이 걸리는데 가는 도중 별 일이 없을까?’ 의사에게 폭력을 휘두른 술 취한 환자가 원망스럽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일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응급실 의료인 폭행 상황을 가상한 이야기를 전하며 대국민 차원으로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당시 전북 익산의 한 병원에서 술 취한 사람이 진료 중 특별한 이유 없이 응급실 의사를 폭행해 뇌진탕, 목뼈 염좌, 코뼈 골절, 치아 골절로 치료를 받는 중이다. 
     
    대개협은 “열이 펄펄 나고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를 업고 응급실로 뛰어간 아빠의 이야기를 가상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아이는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대개협은 “응급실에서 촌각을 다투다가 발생한 폭력 사건은 문제가 많다. 의사에게 적절히 치료 받을 진료권을 박탈당하고 소중한 생명을 잃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대개협은 “응급실은 위급한 환자들이 와서 위기를 넘기고 치료를 받아 생명을 구하는 곳이다. 응급실 중심에는 의사가 있다. 가상의 이야기에서 등장한 아이가 죽는다면 폭행으로 응급 치료를 받기 위해 다른 병원으로 간 의사에게 진료 거부로 죄를 뒤집어 씌울 것인가. 혹시 술 취한 사람이 간접 살인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2015년 1월 28일 응급의료법 개정을 통해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대개협은 “법 강화 이전이나 이후에나 진료 중 의사에 대한 병원 내 폭력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아무리 엄격한 법이 있더라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과 같다”고 했다. 대개협은 “응급실 및 병원 내 난동자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과 법원의 솜방망이식 처벌이 반복된다면 응급실 뿐만 아니라 진료 현장이 또 다른 비극의 현장이 될 수 있다"라며 "그래서 진료권은 중요하다"라고 했다. 

    대개협은 "환자와 의사의 진료권은 의사의 노력으로만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들에게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대개협은 "안전한 진료권을 보장받기 위해 응급실과 진료 현장에서 무차별 의료진 폭력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라며 “이는 여러분 자신, 또는 여러분 가족들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비극을 막는 중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대개협은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안전한 병원 진료를 위한 정책 마련과 사회적 분위기 형성에 앞장서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안위를 책임지는 경찰은 올바른 적극적 공권력을 발휘해 병원 내 의사 폭행 사건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법원은 이런 폭행 현행범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시는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