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자금운용 다변화 계획’을 통해 투기적 투자에 준비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투자자산 다변화 등 자금운용 방식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14일 “이로 인해 건강보험은 앞으로 부동산투자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할 수 있으며 위험성이 높은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된다”며 “공단 측은 수익률 향상을 주장하지만 그만큼 손실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공단이 임의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건강보험 자금은 기금이 아니라 국회에 보고되지 않으며 법적으로 공시의무도 없다. 현재 투자전략 변경도 지침 개정만으로 이뤄졌다”며 “이중삼중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된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달리 건강보험은 별다른 장치가 없어 공단이 자의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윤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연간자금운용계획 원안에서 기대수익률은 건강보험의 경우 1.96%(단기자금 1.87%, 중장기 자금 2.0%), 장기요양보험은 1.86%(단기자금 1.85%, 중장기자금 1.89%)이었다. 그러나 변경된 안에서 기대수익률은 건강보험의 경우 2.18%(단기자금 1.87%, 중장기 자금 2.33%)로 상향조정됐다.
윤 의원은 “이는 중장기 자금 기대수익률 변경에 따른 것이다. 그전까지 건강보험 중장기 자금은 확정금리형(정기예금 1년~2년), 실적배당형(특정금전신탁, 채권형펀드, 절대수익추구형) 투자로 운용됐다”며 “중장기투자라 해도 자산손실의 위험이 적은 채권자산군에 투자하는데 그쳤고 기대수익율은 1.95%~2.20%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경된 안에 따르면 중장기 자금 투자가능 상품군에 주식과 대체투자가 추가됐고 주식은 기대수익률 5.99%, 대체투자 4.33%로 기존 기대수익률에 비해 대폭 상승됐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문제가 기대수익률과 함께 위험도도 상승한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원안에서 표준편차는 중장기 자금의 경우 0.31%이었는데 변경 안에서는 0.50%로 대폭 상승한다. 이는 주식투자 표준편차 12.13%, 대체투자 6.05%가 새로 추가된데 기인한다”며 “주식투자는 기대 수익율이 5.99%로 높지만 표준편차가 12.13%로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체투자도 마찬가지다. 수익률 4.33%, 표준편차 6.05%로 역시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변경안에 따른 주식 투자 비중은 2%, 대체투자의 비중은 4%이지만 허용범위 최대치를 반영하면 4%, 8%까지 증가한다. 이는 중장기 투자가능 자금 14조원 중 주식에 4100억원~8200억원, 대체투자 8200억원~1조6400억 원이 투자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측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공공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수익성을 함께 추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법은 건보 재정의 20%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2019년 예산상의 정부 지원율은 13.6%에 그쳤다. 국고지원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위험 투자 확대를 통해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건강보험 준비금이 바이오헬스 분야 민간 기업 육성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했다.
윤 의원은 “단기자금인 건강보험 준비금으로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은 건강보험 성격에 맞지 않는다. 수익률을 높여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재원을 보충하려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의료산업 육성 자금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라면 이는 더욱 가당치 않은 일”이라며 “건강보험의 투자 다변화라는 이름으로 투기적 투자에 준비금을 사용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건보공단은 규칙 변경을 통한 자의적 위험투자를 중단하고 국회와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