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집단행동으로는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공감과 지지도 얻을 수 없다”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단체 행동 자제를 재차 요청했다.
박 차관은 또 전날 토론회에서 지적된 ‘2000명’이라는 의대 증원 숫자는 오히려 부족한 수준이라며,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협상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21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세종 10동 공용브리핑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차관은 대한의사협회 비대위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것이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한 데 대해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면서 병원이 대비할 시간적 여유조차 주지 않고 일시에 집단적으로 사직하는 게 과연 헌법상의 기본권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들의 권리를 환자의 생명보다 우위에 두는 의사단체 인식에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집단행동이 전공의의 기본권이라는 주장은 국민의 본질적 기본권인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 역시 인간의 생명권은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인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판시한 바 있다. 또한, 헌법은 모든 자유와 권리는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의료법 제59조에 따른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집단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날 박 차관은 전공의가 많은 상위 50개 병원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71.2% 수준인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63.1%인 7813명으로, 정부는 이미 전날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15명을 제외한 5397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지금 복귀하면 아직 처분이 나간 것이 아니므로 모든 것이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며 전공의 부재로 수술이 취소된 환자가 경기도 국군수도병원에서 수술 받은 사례를 전하며 “집단행동으로는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공감과 지지도 얻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의료인들이 중증 ·응급 분야의 환자를 방치하면서까지 집단행동을 하는 사례는 없다. 어제 임상강사 및 전임의 모임도 성명을 발표했고 정부와 대화하라는 요청이 있었다. 정부는 임상강사 및 전임의와도 대화할 용의가 있습니다. 정부가 접촉해 주시고 대화의 장에 함께 하여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아직 업무개시명령에도 이에 불응한 전공의들에 대한 검찰 고발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생 동맹 휴학의 경우, 교육부가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20일 기준 27개 대학교에서 7620명이 휴학 신청을 했으며 아직 요건 충족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6개교에서 학생 30명이 휴학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는데, 이는 모두 학칙에 근거해 요건과 절차를 준수해 진행된 허가였다.
박 차관은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3개교로 파악됐으며 해당 학교에서는 학생 면담, 학생 설명 등을 통해 정상적 학사 운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 중에 있다”며 “교육부는 각 대학에게 학생들의 휴학 신청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면밀히 그 허가 여부를 검토하고 수업 거부 등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학칙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날 박 차관은 필수의료정책패키지에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해 온 내용이 대부분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필수분야의 사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초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고, 수가 공정성 제고를 위해 필수의료 분야에만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정부가 마련한 정책 패키지의 각론에 대해 의사단체의 이견이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전면 백지화라면 그동안 협의한 모든 필수의료 지원 정책을 중단하라는 의미이다. 대안 없이 모든 것을 거부하는 반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수정하기를 바라는지 밝혀주시기 바란다며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가동되는 비상진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이 2~3주라는 의견에 대해 박 차관은 ”현재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의 약 50%는 지역의 종합병원이나 병원급에서도 충분히 진료가 가능한 환자“라며 ”정부는 이들을 적극 연계·회송하여 전공의 이탈이 심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중증도가 높은 나머지 50%의 환자는 병원의 지원을 위해 임시 인력 추가 채용 위한 중증·응급진료 수가 대폭 확대, 권역외상센터와 응급의료센터 인력의 탄력적 운영, 공보의 등 외부 인력 지원 등의 대책으로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박 차관은 또 전날인 20일 MBC 100분 토론에서 제기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참고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KDI, 서울대 3개 연구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박 차관은 ”3개 연구 모두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미래의 의료 수요가 증가해 2035년 기준으로 약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추계했다. 보사연은 9654명, KDI는 1만 650명, 서울대학교는 1만 816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계했다“고 밝혔다.
먼저 보사연 연구는 과거의 의료 이용량과 활동 의사 수 추이를 토대로 미래 수급을 예측했으며 한 해 의사 진료일을 공휴일 제외 265일로 계산하고 의사들이 환자 진료량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해 2035년 9654명이 부족하다고 추계했다고 밝혔다.
KDI 연구는 장래 인구 추계와 연령별 의료 이용량을 고려해 미래 총 의료수요를 계산하고 의사의 연령별 이탈률을 적용해 미래 의사 공급을 산출한 결과 2035년에는 1만 650명, 2050년에는 2만 2000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추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연구는 KDI와 유사하게 장래 인구 추계와 연령별 의료 이용량을 고려해 미래 총 의료 수요를 계산하고 의사 공급은 과거 추이를 토대로 산출한 결과 2035년 1만 816명, 2050년에는 2만 6570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추계했다.
박 차관은 ”위 3개 연구에서 추가적으로 의료 수요인 의사의 근로시간 축소 필요성, 새로운 수요의 증가 경향, 그리고 제약 바이오 등 임상 외의 분야의 의사 수요를 반영하게 된다면 필요한 의사 인력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며 ”정부는 위 3개 연구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하여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차관은 ”20일 TV 토론에서도 드러났지만 의료계와 기본적인 인식 전제가 다른 것 같다. 팩트에 대해 대화를 충분히 하면 소통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다만 정부의 현재 판단은 2000명이라는 숫자도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환자를 볼모로 파업을 줄이기 위해 협상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숫자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나 복지부 각각 다른 의견이 있어서 2000명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 정말 증원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전부 다 펼쳐놓고 논의를 했고, 증원하는 학교의 사정과 현장에서의 수용 가능성 등을 모두 고려해 2000명 정도가 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필요로 한 의사 숫자는 훨씬 많다. 우리가 2035년에 부족한 숫자가 1만5000명이기 때문에 증원으로 다 채우려면 매년 3000명이 늘어야 한다“며 ”다만 은퇴 의사의 활용, 인력의 재배치 등 배분의 문제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정책을 풀어서 해소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정진행 교수의 대화 요청에 대해서는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 정진행 교수 외에도 많은 분들이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 ‘대화의 장을 만들 테니까 나올 수 있느냐’고 해서 저는 언제든지 나간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그런 중재 노력이 많이 이뤄지고 있고, 의료계도 대화에 뜻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협의가 되면 조만간 대화의 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