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델타형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수가 계속 급증하면서, 데이터가 부족하더라도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이르게 긴급사용승인(EUA)하는 국가들이 늘었다. 백신을 이미 충분히 확보한 국가에서는 부스터샷(추가 접종)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19일 뉴욕타임즈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트래커(Tracker)에 따르면 현재까지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완전히 승인 받은 백신은 8개, 조기 또는 제한적 사용으로 허가 받은 백신은 11개다. 이 외에도 32개 후보물질이 대규모 효능을 평가하는 3상 임상단계, 41개는 2상 단계, 54개는 1상 단계에서 개발되고 있다.
승인된 백신을 보면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더라도 제약 강국은 아니지만 백신 수급을 위해 올해 상반기 자체 개발한 백신을 긴급사용승인한 사례가 많아졌다. 대부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상 시작과 함께 긴급사용승인으로 대중에게 배포되기 시작했다.
쿠바·이란·대만·인도·카자흐스탄 등 3상 돌입과 함께 배포 시작
쿠바는 2개 백신을 개발했다. 먼저 핀레이백신연구소(Finlay Vaccine Institute)가 개발한 소베라나 2(Soberana 2)가 있다. 이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일부가 포함돼 있고 표준 파상풍 백신과 융합돼 있어 안정적이며,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보조제로 수산화알루미늄을 포함하고 있다.
두 번째 백신은 쿠바 유전공학 및 생명공학 센터가 개발한 압달라(Abdala)다. 압달라는 수용체 결합 도메인이라는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조각으로 구성되며 3회 투여된다.
두 백신 모두 올해 3~4월 각각 4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3상 임상시험에 돌입했지만 5월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쿠바 정부는 대규모 백신 접종 캠페인을 통해 두 백신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쿠바 당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소베라나 2의 효능은 62%, 압달라의 효능은 92.28%다.
압달라는 6월 말부터 베네수엘라에서 사용되기 시작해 7월 쿠바 정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으며, 소베라나 2는 6월 이란 정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이란 정부는 같은달인 6월 이란 제약회사 샤파 팜 파르스(Shafa Pharmed Pars)가 개발한 불활화 백신인 코비란 바레카트(COVIran Barekat)도 긴급사용승인 했다. 4월부터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해 많은 참가자가 2차 접종을 받지 않았음에도 이른 결정을 내렸다.
대만 정부도 7월 대만의 백신 제조사인 메디젠 백신 바이오로직스(Medigen Vaccine Biologics Corp.)가 만든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허가했다. 메디젠이 만든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과 다이나백스(Dynavax)의 면역증강제를 혼합한 것이다. 올해 1월 2상 시험 참가자에 대한 첫 번째 투여를 시작했고, 7월 12~18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또 다른 2상 시험을 시작했다. 7월 20일 파라과이에서 3상 허가를 받았다.
2상 시험 결과 백신 접종 후 강력한 수준의 항체가 생성됐고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메디젠은 8월 대만에서 사용할 첫 번째 백신을 제공하고, 올 한해 1000만 도즈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 바래트 바이오텍(Bharat Biotech)이 개발한 코백신(Covaxin)은 올해 1월 인도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데 이어 4월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 7월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서 연구팀은 증상이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효능은 77.8%, 중증 코로나19에 대한 효능은 93.4%였으며, 무증상 질병에서 효능은 63.6%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RIBSP(Research Institute for Biological Safety Problems)은 지난해 12월 카즈백(QazVac)에 대한 2상 시험을 완료하고 백신이 안전하고 유망한 면역반응을 생성시켰다고 보고했다. 올해 3월 3상 임상시험에 돌입했으나, 카자흐스탄 정부는 4월 말부터 백신을 대중에게 투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웃 국가인 키르기스스탄에도 2만 5000도즈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아직 승인된 자체 개발 백신은 없으나 SK바이오사이어스와 유바이오로직스, HK이노엔,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큐라티스, 셀리드 등 7개 기업이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이달 10일 SK바이오사이어스가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으며,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대한 집중 지원 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스라엘, 7월부터 부스터샷 제공 이어 미국·독일도 9월부터 접종 준비 완료
이들 국가와 대조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19 백신을 많이 확보하고 빠르게 예방 접종을 시작한 일부 국가에서는 부스터샷(추가 접종) 제공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8일(현지시간) "사용 가능한 데이터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SARS-CoV-2 감염에 대한 보호는 감소한다. 최근 평가 결과 예방 접종 초기 단계에 백신을 맞았거나 고위험군인 사람들에서는 보호 효과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감소할 수 있다. 이에 백신에 따른 보호를 극대화하기 위해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화이자(Pfizer)/바이오엔텍(BioNTech)과 모더나(Moderna)의 mRNA 백신 3차 접종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독립적인 평가를 진행한 결과 이번 가을부터 추가 주사를 제공할 예정이다.
FDA는 "9월 20일 주부터 2회 접종을 받은지 8개월이 지난 모든 미국인에게 추가 접종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대상자는 의료종사자와 요양원 거주자, 기타 노인을 포함해 가장 먼저 2회 접종을 마친 초기 접종자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존슨앤드존슨(J&J)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도 추가 접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J&J 백신 투여는 3월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만큼 앞으로 몇 주 동안 나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스터샷 제공 시기에 대한 계획을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델타 변이로 신규 확진자 수가 늘자 이스라엘은 이미 7월부터 성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에 대한 부스터샷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독일도 9월부터 화이자(Pfizer)·바이오엔텍(BioNTech)와 모더나(Moderna)가 만든 부트서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부스터샷에 대해서는 아직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제공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비판이 크고, 추가 주사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과학자들 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사무총장은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백신 접종 격차가 벌어지면서 코로나19 백신 부스터를 최소한 9월 말까지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