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울 거리에 나서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증 환자들은 2월 3일 기준 15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노력과 뉴스보도를 통해 일반인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를 하고 있다.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1월 30일 19시 45분(GMT) 국제사회 공중보건비상(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을 선포했다. 이 선포의 의미와 이 선포를 하기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이 바이러스가 확산될 속도와 그 여파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했다.

 

공중보건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여러 나라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내리는 경계령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단계의 경고다.

지난주에도 모임을 갖고 선포를 할 것인지 토의했지만 국제수준의 문제로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 회의를 주재했을 당시에 확인된 환자들이 중국과 베트남에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 선포를 하기까지 국가들 사이에 막후 협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중국 정부에서는 가능하면 이런 선포를 하기 전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공중보건비상을 발표한 1월 30일에는 지난주와 달리 27개국에서 환자들이 확진을 받았으므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장만 고려해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발표를 할 때 유엔 사무국장(Mr. Tedros)은 ‘중국에 여행이나 무역을 제한하라고 제안하지는 않는다’라는 말을 붙였다. ‘중국정부에 오명을 씌우지 말고 국제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중국의 입장을 배려했다.

우리는 이 선포를 국제사회의 번영을 위해 보건제도가 열악한 나라에 부유하고 보건제도가 잘 정비된 나라에서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신호로 봐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마스크 200만개, 보호복 10만개, 고글 10만쌍을, 삼성은 3000만 위안(51억원), 현대자동차 중국법인은 500만 위안(8억5000만원) 규모의 의료용품과 현금 1000만 위안(16억9000만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확산속도에 대한 예측
 

이 글을 쓰고 있던 2월 2일 19시 공식 발표에 따르면 1만 4555명이 감염됐으며, 305명이 사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들을 감염시키며, 소와 돼지에게 설사를 유발시키고, 닭에게는 기관지병을 일으킨다.

사람에게 전파되는 경우는 희귀하지만 사람에게도 기관지에서 일반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킨다. 사람에게 전파된 후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경우는 더 드물지만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한 바이러스를 포함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허가된 백신 혹은 치료용 약물은 아직 없다. 

 

중국 정부에서 이 전염병이 우한과 주변에 있는 시에 한정된 지방병 혹은 풍토병(endemic)으로 한정시키기 위해 지방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원래 격리조치는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여행할 때 전염병 환자의 입국을 차단하기 위해 고안됐다. 유럽인들이 미국 항구에 도착하면 바로 입국시키는 대신 격리시설에서 1주일간 지방사람들과 접촉없이 지내도록 한 다음(hard quarantine)에 살아남은 사람만 입국을 허락했던 적이 있다.

우한에서는 시 안팎을 연결하는 공용 교통시설을 차단해 시 전체를 외부와 격리(soft quarantine)시켰다. 이 조치가 효과를 발휘해 더 이상 외부 시와 국가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속도를 늦추게 될까?

 

우한에서는 감기중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hard quarantine)시킨 후 관리했다. 21일 발표할 당시 격리된 사람수는 1400명이었는데 일주일이 지난 27일에는 4만 4000명으로 30배 증가됐다.

같은 시기 확진 환자수는 400명에서 4500명으로 10배 증가했다. 이렇게 환자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이유는 격리된 사람들 사이에 바이러스가 쉽기 전파되기 때문일 것이다. 격리된 사람들 중에 일부는 단순한 감기 환자인데 그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돼 감염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환자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면 전염병이 세계적인 문제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어 전문가들은 우려하며 관망하고 있다. 앞으로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되는 경우가 계속 보고될 것이다. 우리는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이 되는지 혹은 공기를 통해 전파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전파되는 방법에 따라 속도와 환자수 및 적절한 수준으로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을 지 결정될 것이다.

아직 전파방법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데이터가 거의 없으므로 이 바이러스가 전파될 범위와 환자수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 바이러스가 만연한 중국지역에서 감염된 가족 구성원들의 감염여부와 이들의 상호작용을 조사하면 확고한 자료를 얻게 될 것이지만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상황에 외부 과학자들의 접근이 허용될지 낙관할 수 없다.

 

지금까지 발표된 보고들도 모두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측했으므로 믿을 수 있는 예측이 아니며 교육받는 사람들의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 중국 정부에서 발표한 숫자가 정확하다면 2.5일 마다 환자수가 두배로 증가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2월 2일에 약 1만 5000명의 환자들이 있었으므로 2월 5일에 3만명, 2월 8일에 약 6만~7만명 정도로 증가하며 2월 10일까지는 10만명을 초과할 것이다.

이렇게 추측한 대로 환자가 증가하는지 관망할 필요가 있다. 이미 2002~2003년도에 나타났던 SARS 환자수보다 3배나 많으며 경제적인 충격도 SARS 때보다 적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대비를 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1100만명이 거주하는 우한과 700만명이 거주하는 후앙간시의 대중 교통을 제한해 시민들을 외부사회로부터 격리시켰다. 이 결과 외부로 이 전염병이 파급되는 효과는 감소시킬 수 있겠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 바이러스에 노출돼 감염될 위험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갇혀 있는 시민들에 대해, 감염실험을 할 때 시험관내 세포들과 같이 감염이 촉진될 수도 있다고 염려한다

그 도시에 있는 사람들에게 구호물품과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는 인도주의적인 조치가 필요하며 그들의 안전을 위한 기도가 필요한 시기다. 국제사회의 공조가 절실히 필요한 이 시기에 한국의 정부와 민간기업에서 보여주는 도움은 매우 적절하며 개인적으로 이런 조치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