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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를 위한 의료분쟁조정법? 중범죄로 분류된 약물 투여 전 과민반응 의무화 처벌 조항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기사입력시간 2026-04-12 16:07
    최종업데이트 2026-04-12 16:2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의료계 내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조만간 국회에서 최종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에는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한 ‘중대한 과실이 있는 12개 의료행위’에 대한 정의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약제 투여 전 필수 과민반응 조사 미실시’ 조항이 눈길을 끈다. 개정안의 12개 조항을 보면, 의료체계적 실패(System failure)와 개인적 활동에 대한 문제가 혼용돼 섞여 있다. 그중 ‘과민반응 조사 미실시’가 짙은 그림자처럼 다가온다.
     
    필자는 40년 전 캐나다에서 성형외과 전공의 과정을 막 시작하던 시기에 환자에게 페니실린 과민반응 검사를 하지 않고 ‘클록사실린(Cloxacillin) 정맥주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사전 검사를 하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당시 담당 전문의는 "진정한 페니실린 계통의 과민반응이라면 검사 자체로도 유발할 수 있고, 환자들이 흔히 표현하는 ‘민감증 현상’은 정확한 페니실린 계열의 반응이 아니라서 사전 검사 없이 직접 주사한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수련병원의 인턴 과정에서 잡일(?) 중 하나가 항생제 사용 전 사전 피부 반응 검사였다. 물론 대부분 음성으로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약간의 피부 발작만으로도 항생제는 교체된다. 캐나다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항생제에 대한 사전 검사가 의무규정도 아니고, 이를 어겼다고 해서 ‘중범죄’로 처벌한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캐나다에서의 관행은 환자의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병력이 없는 한 사전 검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세계 찾아보기 힘든 사례 약물 과민반응 테스트 의무화 법안 ‘분쟁 조장법’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약물에 대해 사전 과민반응(알레르기) 테스트가 필요한 것도 아니며, 극히 예외적인 사항에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과민반응 조사의 의무화와 미실시에 대한 중범죄 분류는 문제가 많아 매우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약물 사전 검사 자체의 위양성 및 위음성 문제와, 제한적인 임상적 예측력뿐 아니라 실제로 사전 검사 자체로도 드물게 과민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과민반응에 대한 과거 병력을 채취하는 것은 진단의 기초적인 절차로 이제는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조영제 등의 사용 후 두드러기, 호흡곤란, 아나필락시스 등의 경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사전 검사가 필요하다. 대다수의 약물 과민 반응은 실제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진정한 의미의 과민반응 검사는 시간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아무리 짧게 해도 약 45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건강보험공단 청구 항목에 약물 사전 검사 패키지 코드가 잡혀 인정해주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국내외 학술지에 실린 약물 사전 과민반응 검사에 대한 공통적인 결론을 보면, 환자의 자가 보고에 의한 알레르기는 약 90~95% 정도는 실제 알레르기가 아니었다. 과민반응 피부 시험의 특이도는 높아서 양성은 의미 있으나, 민감도는 낮아 음성만으로 완전히 민감 여부를 배제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사실을 보면 병력을 기반으로 한 위험 분류를 통해 저위험 환자는 바로 약물 투여가 가능해 사전 시험을 하고, 중등도에서 고위 범위의 위험 환자에 한해 피부 시험이 필요해 보인다.
     
    중범죄로 규정한 약물의 과민반응에 대한 법안은 이제 무슨 약물이든 조금이라도 이상 반응의 조짐을 보이면 모든 환자가 페니실린 알레르기 라벨과 유사하게 불특정 다수 약물에 대한 'allergy labelling'도 필요해 보인다. 법으로 약제의 종류나 과민반응은 정의하기 어렵다.

    아마 약물 과민반응 사전 검사 의무 법안이 통과되면, 환자 스스로 보고한 알레르기가 진정한 특정 약물에 대한 과민반응 판별과 알레르기가 아니라는 증명을 하는 일종의 ‘allergy de-labelling’이 활발해질 것이다. ‘de-labelling’이란 잘못 붙은 약물 알레르기 꼬리표를 과학적으로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KAAACI) 약물알레르기 워킹 그룹의 2022년 전문가 의견에 의하면, 병력과 무관한 사용 전 beta-lactam 피내시험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기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험 역시 페니실린 알레르기 유병률은 대략 1~2% 수준이며, ‘페니실린 알레르기’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실제 알레르기는 일부에 불과하므로, beta-lactam 사용 전 일률적인 피부 시험은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자원 소모와 위양성에 따른 불필요한 알레르기 라벨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의정 갈등에 금이 간 신뢰 관계 플러스 정책 알레르기 반응 또 다른 의료 붕괴 위기

     
    즉, 국내의 학술 근거도 전원 선별검사보다는 병력 기반 선별검사로 이동하는 방향이다. 결국 무증상, 무 병력 환자에게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사용 전 일률적 과민 반응검사를 하는 근거는 약하고, 약물 사용 후 두드러기·혈관부종·호흡곤란·아나필락시스 같은 병력 있는 환자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의 경험도 유사하다. 약물 과민반응에 대한 사전 검사가 중범죄 항목이 되는 순간 우리나라의 모든 잠재적 민감성 약물은 모두 민감 반응의 진정성 여부를 정확히 판별해야 하는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검사가 급여 항목으로 청구되는지, 또는 병원에서 비급여 검사로 운영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병원급이나 상급종합병원의 알레르기내과에서 검사 패키지(진찰+피부 시험+유발시험)로 묶여 운영되는지 불분명하다. 현행 법규상 한번 사용한 항생제 주사액 용기도 과민반응 검사를 위해 일부를 뽑아 사용했으면 나머지도 폐기해야 한다. 이런 비용 역시 전부 다 고려해야 한다. 

    영국의 NHS(국가보건서비스)는 페니실린 사전 과민반응 검사는 전문클리닉 자원이 부족(scarce resource)하여 비전문의가 수행 가능한 대규모 'de-labelling' 모델을 추천한다. 다른 국제기구도 'penicillin allergy label'이 입원 기간의 연장과 수술 후 감염, 사망,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 C.difficile(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위험 증가와 연결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므로 de-labelling을 하면 더 좋은 1차 항생제 사용이 가능하고,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 감소, 내성 감소, 의료비 절감, 입원 기간의 감소를 가져오는 일종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주장한다.
     
    이번에 통과할 새로운 법안이 과연 담당 보건복지부 과장의 주장대로 의료 형사사건을 약 50%가량 감소시킬 것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과민반응을 보이는 환자가 이를 배상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사전 과민반응 검사 미비로 이용할지, 그리고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정책적 알레르기 반응이 모든 잠재적 과민반응 약물에 대한 ‘사전 전수 검사’로 이행할지 그 또한 매우 궁금하다. 아마도 실질적 보건 성과와 무관한 의료수요의 창출과 법률시장의 활성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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