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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미용 의료기기업체, 한의원 판매 중단이 의사단체 때문?…의협 “금시초문”

    클래시스, 한의원·치과에 슈링크·볼뉴머 공급 제한…의료계 “한의사 사용, 면허 범위와 환자 안전 측면에서 문제는 사실”

    기사입력시간 2026-07-27 16:12
    최종업데이트 2026-07-27 16:1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한의사의 피부미용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한 갈등이 의료기기 판매와 유통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피부미용 의료기기업체 클래시스가 한의원을 대상으로 슈링크와 볼뉴머 등 의료기기와 소모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대한한의사협회가 의사단체의 압력에 따른 불공정 거래라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기업체에 한의사 대상 판매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내거나 관련 요구를 전달한 사실이 없다며 한의협의 주장을 일축했다. 다만 한의사가 레이저 등 피부미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면허 범위와 환자 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기존 입장은 분명히 했다.

    클래시스, 한의원·치과에 장비·소모품 공급 제한…한의협 “의사단체 압박 의심”
     
    클래시스 공지문

    27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클래시스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한의원과 치과를 대상으로 자사 의료기기와 소모품을 유통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공지했다.

    판매 제한 대상에는 신규 장비뿐 아니라 중고·리퍼비시 제품도 포함됐다. 한의원과 치과에서 사용되는 자사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사후관리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클래시스의 대표 제품인 슈링크는 고강도집속초음파(HIFU), 볼뉴머는 모노폴라 고주파(RF) 에너지를 피부에 전달해 피부 탄력 개선과 리프팅 효과를 유도하는 의료기기다. 해당 장비는 전용 소모품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하고 정기적인 점검과 수리 등 사후관리도 필요하다.

    이번 공지는 최근 일부 한의원이 슈링크와 볼뉴머를 도입했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리고 시술 프로모션을 진행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나왔다.

    이에 한의협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일부 피부미용 의료기기업체가 한의원에 의료기기를 판매·유통하지 않겠다고 공개한 데 대해 “자유로운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심각한 불공정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의협은 업체들이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판매를 제한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의사단체의 지속적인 압박과 불이익 우려로 정상적인 거래를 포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지난 10일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와 대한비만연구의사회, 대한임상미용의학회, 대한일차진료학회, 대한리프팅학회, 한국피부비만성형학회, 대한비만미용학회 등 7개 단체가 발표한 공동 성명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미용의학계는 일부 업체가 한의사와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레이저와 에너지 기반 장비, 주사약물 등 전문 의료기기의 사용법을 교육하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유사 사례가 반복되면 파트너십 중단과 관계기관 신고, 회원 공지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이를 두고 의사단체가 업체에 사실상 “한의사에게 장비를 판매하면 문제를 삼겠다”는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일부 업체들이 한의사에 대한 판매를 거부하는 것은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안전성 때문이 아니라 의사단체의 조직적인 압력과 보복을 우려한 결과”라며 “특정 직역의 눈치를 보며 거래 상대방을 차별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 신고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 손해배상 청구 등 가능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한의협이 이처럼 한의사의 레이저와 고주파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관련 형사고발 사건에서 잇따라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점이 있다.

    한의협에 따르면 2019년 대구지방검찰청은 한의사가 고주파 기기를 활용해 여드름을 치료한 사건에서 면허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6년과 2025년에도 한의사가 CO2레이저와 고주파 의료기기를 진료에 활용한 사건에서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한의협은 또 레이저침술은 1987년 당시 보건사회부가 침술료의 한 유형으로 인정했고, 1994년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등재된 이후 한의과대학과 관련 학회에서 교육과 연구가 이뤄져 왔다고 밝혔다.

    의협 “판매 중단 요구한 사실 없어”…미용기기 사용에는 환자 안전 우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의협은 한의협이 제기한 ‘의사단체 압력’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의협 이재만 정책이사는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기기업체에 한의사에게 레이저 장비 등을 판매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적은 없다”며 “한의협의 주장은 추측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의협의 공식 입장으로 레이저 업체에 한의사에게 장비를 팔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할 이유가 없고, 실제로 그런 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의사의 피부미용 의료기기 사용 자체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이사는 “한의사가 당연히 사용해서는 안 될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레이저의 위험성이나 작동 원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사용한다면 환자에게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용의학계는 레이저와 RF, HIFU 등 피부미용 의료기기는 출력과 조사 깊이, 조사 시간뿐 아니라 환자의 피부 상태와 병력, 복용 약물, 기저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해야 하는 전문 의료장비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해당 장비를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화상과 흉터, 색소침착, 조직 손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안면부에는 혈관과 신경이 복잡하게 분포해 있어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적응증과 금기사항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경우 신경 손상과 조직 괴사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술 과정에서 이상 반응이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판단하고 적절한 약물치료나 응급처치를 시행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용의학계는 “면허 범위와 교육과정이 서로 다른 직역을 대상으로 전문 의료기기를 무분별하게 판매하고 약식으로 교육하는 행위는 임상적 안전이라는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는 위험한 처사”라며 “상업적 이익을 앞세운 교육과 판매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 “개별 무혐의 처분, 모든 미용기기 사용 허용 의미 아냐”

    의료계는 한의협이 근거로 제시한 개별 형사사건의 무혐의 처분을 한의사의 레이저·고주파·HIFU 의료기기 사용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허용 판단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각 사건에서 사용된 기기의 원리와 출력, 시술 목적과 방법, 한의학적 진료와의 관련성 등에 따라 면허 범위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출력 레이저침과 피부 조직에 고주파나 초음파 에너지를 전달하는 피부미용 의료기기를 동일한 범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도 의료계와 한의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 역시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한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이었다.

    의료계는 해당 판결이 한의사에게 모든 현대 의료기기의 사용을 일반적으로 허용한 것은 아니며, 의료기기의 특성과 사용 목적, 위해 가능성, 해당 직역의 교육과정과 합병증 대처 능력 등을 기기별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의협은 2016년 의사단체들이 의료기기업체와 진단검사기관에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가 공정위로부터 총 11억37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례도 언급했다.

    한의협은 “공정위 신고를 비롯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 손해배상 청구 등 가능한 모든 법적·행정적 조치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은 한의협이 공정위 신고에 나서더라도 의협 차원에서 업체에 판매 중단을 요구하거나 거래를 제한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는 만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