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의대 김윤 교수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이 최근 정부가 내놓은 의대정원 확대, 지방국립대병원 지원 강화 계획을 놓고 충돌했다.
김 교수는 의대정원을 최대 5000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우 원장은 의사 수 증가는 건강보험료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의대정원 확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윤 교수 "최대 5000명 늘려 OECD와 인구당 의사 수 격차 줄여야"
김윤 교수는 22일 KBS 일요진단에서 “의대정원을 2500명 이상 늘리지 않으면 OECD 국가들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격차가 계속 벌어지게 된다”며 의대정원의 대폭 확대를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 당 의대 졸업생 수는 OECD 국가들 평균에 비해 2500명가량 적어 의사 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적어도 2500명,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최대 5000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고 분포의 문제가 있다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선 “동네병원에 의사들이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지금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흉부외과 의사, 동네 개원의로 20년간 일한 의사를 데려다가 대학병원에서 중중·중증환자를 진료하고 당직을 서게 할 순 없지 않느냐”고 했다.
우 원장은 의대정원 증원이 당장의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필수의료가 붕괴되니 의사를 늘리자는 건 산불이 났는데 나무를 심자고 하는 셈”이라며 “의대생이 입학 후 전문의가 되기까지 10~15년이 걸린다. 당장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의료계가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정원을 늘려주면 학부모들은 엄청 좋아할 거고, 공대생들은 (의대진학을 위해) 대거 자퇴할 것”이라고 의대쏠림 현상의 심화도 우려했다.
우봉식 원장 "의대정원 증원으로 필수의료 위기 해결 안 돼"
우 원장은 또 “나라마다 문화와 체계가 다른데 단순히 숫자로만 비교해선 안 된다”며 “실제로 OECD에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5.5명으로 가장 많은 오스트리아는 고관절 수술 대기일수가 570일인데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기다리는 환자가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우 원장의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병상수는 OECD 국가의 거의 3배인데다, 행위별 수가제라서 검사, 수술도 많이 한다. 이런 여러 제도로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비해 의사가 많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우 원장은 “병상수가 많은 건 의료전달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계속 (병상수가) 팽창하는데 그러면 결국 건강보험료 폭탄이 터질 것”이라며 “조만간 초고령사회가 오는데 의사 수가 증가하면서 건강보험료가 지금보다 2~3배는 높아질 거다. 의사 수를 대폭 늘린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우봉식 원장 "의료전달체계 개선해 수도권 환자쏠림 방지"
정부가 지역 간 의료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거점국립대병원의 역량과 인프라를 서울 빅5 병원들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두 전문가의 의견이 갈렸다.
우 원장은 의료전달체계 정비가 우선되지 않는 한 정책 효과의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 원장은 “사회보험이나 세금으로 의료체계를 유지하는 나라들은 환자의 의료이용을 합리적으로 유도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있는데, 우리는 1998년에 폐지가 됐다”며 “그래서 환자들이 KTX를 타고 매주 원정 진료를 온다”고 했다.
이어 “우선 환자가 지방에서 1차, 2차 진료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 수도권에서 6600병상이 신규 증설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장치가 없이 지방 대학병원들에 투자를 한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우 원장은 “(환자들의 상급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 제도가 없으면 환자들이 수도권 가겠다고 무조건 진료의뢰서를 써달라고 했을 때 향후 법적책임 등에 대한 부담으로 거부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윤 교수 "의료전달체계 붕괴, 환자 안 뺏기려는 병원과 정보 공개 안하는 정부 탓"
반면 김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붕괴의 원인은 의료기관들에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의료전달체게 붕괴는 병원들이 전부 자기 환자를 뺏기지 않으려 하는 게 중요한 원인”이라며 “의료기관들이 환자 생명을 담보로 자기 환자를 뺏기지 않으려는 진료행태를 보이는 데 이걸 국민 책임으로 돌리는 건 굉장히 비윤리적 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미 지방 대학병원들 중에도 우수한 역량을 갖춘 병원이 있다며 정부가 의료계의 반대를 의식해 국민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는 병원별 진료 질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수도권 빅5병원과 지방대병원의 의료수준 차이는 과장돼 있다. 환자중증도를 보정해 비교해보면 사망률이 낮은 상위 20개 상급종합병원에 지방 소재 대학병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 대다수가 수도권 병원으로 가고 싶어한다는 것도 과장”이라며 “암환자의 경우 자기 권역내에서 진료받는 환자 비율이 70~80%고 수도권으로 가는 건 20~30% 정도”라고 했다.
이어 “지금도 정부는 진료의 질 정보를 질병 단위, 의사 단위로 정확히 공개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 세상 평판에 따라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쏠린다”며 “정부가 이런 정보를 만들어내지 않는 건 병원과 의사들이 실어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의료전달체계 붕괴의 책임 상당 부분은 의료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 교수 "대학병원 의사 유출 막으려면 비급여 진료 통제·관리해야"
김 교수는 인건비 규제 완화를 통해 국립대병원의 우수 의료진 확충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대해서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병행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건비 규제 등으로 의사가 부족해 응급중증환자를 제대로 치료 하지 못했던 것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대형병원 인력 유출이 심해진 이유가 동네병원 의사의 수입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동네병원 의사 월급이 대학병원 의사 월급의 두 배 수준이 되며 대학병원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며 “동네병원 의사 수입이 급격하게 올라간 원인이 된 실손보험과 비급여 진료를 정부가 통제, 관리하해야 한다. 인건비만 올려선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 원장은 “월급은 개원의가 아닌 봉직의와 비교해야 한다. 동네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하는 전문의 수입이 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1억 85000만원 정도인데 이게 과다한 것이냐”며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평균 연봉이 2억으로 더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