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 전체가 파업을 비롯해 강경한 투쟁 의지를 밝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필수의료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사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그간 보수 진영 입장을 지지해 오던 의사들도 현 정부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전 정권부터 꾸준히 의사인력 확대를 주장해 온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의 발언이 관심을 받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로도 알려져 있는 김윤 교수가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적극 찬성하며, 오히려 의사 수를 늘려야 의사 인건비가 줄어 의료비용도 줄어들 것이라는 이론적 근거마저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실제로 보건복지부 내에 김 교수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케어' 설계자…윤 정부에도 "복지부에 의사 5만명 부족, 1년에 1000명씩 증원" 주장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비급여의 급여화로 대변되는 '문재인 케어'의 이론적 설계자로 2020년 의료총파업의 원인이 된 공공의대 및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도 기여한 바 있다.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예비후보 캠프 '세상을 바꾸는 정치 2022'에 참여해 정책자문을 했고, 앞서 4월에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산하 단체인 '더 좋은 보건의료 연대'에 추무진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혁용 전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정수연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와 함께 더좋은 보건의료연대 상임대표에 선임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에 가까운 그이지만, 올해 6월 '의사인력 수급추계전문가 포럼'에 참석한 김 교수는 일관되게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국가들에 비해 부족한 데 반해 의사들의 인건비는 높다며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교수는 "우리나라 의사 수가 10만 명이다. 500명을 10년 동안 늘리면 의사가 5000명 늘어난다. 현재 10만 명의 5%가 늘어나는 것이다. 응급환자가 제대로 진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문제, 지방에서 연봉 4억을 줘도 응급의학과 의사를 못 구하는 문제 등을 고려하면 5% 늘려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많이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사가 약 5만명 정도 부족하다. 5000명을 10년 동안 늘려야 5만명이 되는데 그렇게 급격하게 늘릴 수는 없으니 적어도 1000명 이상은 10년 동안 늘리고 그 사이에 의료 시스템을 정비해 의사 수가 적게 늘어나도 의료체계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식을 병행하면 좋겠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정부의 2025년 의대 증원 계획 발표 이후에도 의료계의 반발을 뒤로한 채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17일 KBS 뉴스에 출연한 김 교수는 의사 수가 부족한 근거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진료 대란, 지방에서 4억~5억을 줘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 그리고 아직 정부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의사의 수입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이는 시장에서 의사의 공급이 부족해서 의사의 몸값이 올라가는 현상인데 의사협회가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줄기차게 우기는 것은 지나친 억지라고 생각한다" 말했다.
김교수는 또 앵커가 "그렇다면 의협의 주장은 이기주의 더 나아가 밥그릇 문제라고 볼 수 있겠나"라는 질문에 "그렇다. 의협이 주장하는 주장은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고, 현재 일어나는 현상을 숫자가 아닌 배분의 문제로 전적으로 돌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숫자를 늘려야 제대로 배분할 기회도 생긴다"고 주장했다.
김윤 교수, 복지부 자문단 회의 참석해 의대 증원 제안…안상훈 사회수석과 인연 관심
이러한 주장은 실제로 복지부에도 닿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실제 보건복지부 자문단 회의에 참석해 의대 정원을 1년에 '1000명'씩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던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야권 전문가가 설계한 이론이 현 정부에서 그대로 쓰이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며 "의료계 전문가 중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대 정원 확대 및 지역의대 신설 등에 찬성하는 이들을 찾기 어려운 만큼 이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했고, 정치색과 상관 없이 오랜 기간 전문성을 갖고 의대 증원을 주장했던 김윤 교수의 의견이 정부 정책 설립 과정에서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경제 관료 출신인 만큼 보건의료 분야에 믿을만한 전문가가 필요한데, 정부 정책 기조에 맞는 보건의료 전문가가 많지 않았던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김윤 교수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신인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의 관계도 집중되고 있다. 안 비서관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2020년에는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윤 교수 역시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로 재임하며 보건대학원에서도 활동했는데, 당시 안 수석과 같은 과목을 가르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 당시 공공의대, 의대증원을 주창했던 김 교수는 정권 교체 이후에도 줄기차게 해당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의료계에서 미운털이 박혔음에도 우파 언론매체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더니 최근 수세에 몰린 정부가 의대 증원을 정치적 카드로 사용하려 하면서 김윤 교수의 이론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