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원들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대의원제를 폐지시켰다.
국가예방접종사업(NIP) 탈퇴 여부와 같은 현안이 발생했을 때 '보다 빨리' 여론을 수렴해 신속하게 의사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생각이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11일 회원총회를 열어 대의원제 폐지안을 상정했다.
그 결과 의사회 총유권자 2610명 중 1639명이 투표에 참가해 찬성 1523명, 반대 115명, 무효 1명으로, 93%라는 절대적인 지지로 대의원제 폐지안을 의결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정관에 따르면 전체 회원의 1/4 이상, 대의원 1/3, 상임이사회의 요구에 따라 회원총회를 소집할 수 있으며, 회원총회에서 참석 회원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정관을 개정할 수 있다.
의사회는 직선제 또는 간선제 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하고,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예산과 사업을 집행한다.
문제는 현안을 의결하기 위해 대의원회를 소집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의원회가 회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의사회 회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꾸길 원했지만 과거 대의원회는 이 안건을 부결시킨 바 있다.
이와 관련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회원들의 의사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와 임시 회원총회를 소집했고, 회원들의 전폭적인 찬성으로 대의원회 폐지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임현택 회장은 "회원들은 의료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져 가는 비상 상황에서 의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반영하는데 대의원제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대의원제가 폐지됨에 따라 조만간 전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영유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참여할지 여부를 물을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5가지 예방접종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DTP-IPV-Hib 콤보백신을 도입, 5월부터 영유아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DTP-IPV-Hib 콤보백신이란 DT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IPV(소아마비), Hib(뇌수막염)를 의미하는데 소청과 의사들은 접종비가 터무니없이 낮다고 반발하고 있다.
임 회장은 "질병관리본부는 지극히 부당한 조건으로 펜탁심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을 강제 시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회원들에게 직접 NIP 전격 탈퇴 여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그 결과에 따라 NIP에 계속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의사회가 대의원제도를 폐지한 것은 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처음이며, 과거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도 회원총회를 소집해 대의원회를 해산하려다 실패해 역풍을 맞아 탄핵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