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패키지를 1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한다. 무분별한 증원보다 수가 정상화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가 우선적으로 시급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7일 개최한 ‘죄와 벌: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가?’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필수의료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필수의료특례법 제정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의료과실 형벌화 현황을 보면 전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건수 중 전문직은 22.7%이며, 이 중 의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73.9%에 달했다. 특히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가 입법취지와는 달리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법적 책임 증가 요인으로 필수의료인 기피진료 과목이나 의사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진료과에서 장애, 사망으로 인한 의료분쟁이 많다.
한국의 의사 1인당 연간 기소건수는 일본의 265배, 영국의 895배에 이른다. 영미법에선 의료과실로 인한 형사처벌보다는 손해배상과 면허관리기구를 통한 행정처분을 내리며, 대륙법에선 경찰조사 단계부터 기소 자제로 의료분쟁 당사자 및 진료 환자의 진료권을 보장하고 있다.
영국은 2017~ 2018년 의료행위로 인한 중과실치사로 경찰에 접수된 151개 사례 중 의사는 37명이었으며, 이 중 검찰 기소 결정은 연평균 0.8명에 그쳤다. 미국의 의료행위 관련 중과실치상은 약물 과다 처방과 사용 위반의 경우일 뿐, 수술 또는 술기상으로 처벌받은 경우는 없었다.
독일 또한 검사에게 제출된 독일 전역 법의학 감정서 4450건을 분석한 결과, 사망의 경우 의료과실과 인과관계가 인정된 건수는 4.2%인 189건에 그쳤다. 일본은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기소율이 1999~2010년에는 22.6%였지만, 2011~2015년에는 6.5%로 크게 줄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검찰에 입건송치된 의사 수도 연평균 8.7% 감소했다.
의료행위가 상해죄 대상으로 전제, 실패하지 않아야 형법상 책임 면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사법의료라고 할수도 있는 의료 행위의 사법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과거 자료긴 하지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형사정책연구(Korean Criminological Review제23권 제2호, 2012 여름호)'에 제시된 회복적 사법과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를 통한 이론적 근거를 소개한다.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는 조정이 성립하거나 조정절차 중 합의로 조정조서가 작성되거나 화해중재판정서가 작성된 경우에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에 한해 반의사불벌의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장애 또는 불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해당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
형사처벌특례조항의 과실의 정도에 따라 비교해 보면 형법은 원칙적으로 고의범을 처벌하며(제13조)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과실범을 처벌한다(제14조).
형법에서는 주의의무위반에 따라 과실범을 세 가지 유형(과실, 업무상 과실, 중과실)으로 구분한다. 사람의 신체, 생명은 형법상 가장 중요한 법익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과실’로 사람의 신체나 생명을 침해한 경우에는 각각 과실치상죄(제266조)나 과실치사죄(제267조)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업무상 과실’과 ‘중과실’로 사람의 신체․생명을 침해한 경우에는 가중처벌하고 있다(제268조).
형법상 과실치상죄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다. 과실로 인한 것이라도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업무상 과실로 상해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 중과실로 상해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의사에 의한 의료행위는 업무로 인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과실’만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업무상 과실’에 해당해 업무상과실치상죄로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는 업무상과실치상죄에 한해 반의사불벌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일반적인 ‘과실’이나 ‘업무상 과실’ 이외에 중과실도 적용을 받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과실치상죄를 규정하면서 중과실과 업무상 과실을 동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정의 구조상 중과실도 의료분쟁조정법상의 형사처벌특례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업무상과실과 중과실은 그 법적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중과실이 형사처벌특례조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현행 형사처벌특례제도는 당사자, 특히 ‘피해자’의 의사를 중시해 조정절차가 이뤄진다. 분쟁의 당사자가 조정절차를 원하지 않을 때에는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의료분쟁조정법 제40조), 조정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소를 제기할 수 있다(동법 제27조 제3항 제1호). 또한 조정결정 이후 이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에도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의료행위가 애초에 상해죄의 대상으로 전제되고 의료행위가 실패하지 않았을 때만 형법상의 책임을 면하게 되기 때문에 의료인은 소극적인 방어적 진료에 머물고 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행위의 상해죄 구성요건 해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견해가 등장했다. 상해행위와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성공한 의료행위는 건강을 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개선하고 회복시킨 것이므로 상해라고 볼 수없다. 결국 건강상태가 악화하면 상해행위가 존재한다는 ‘결과’ 중심의 평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민형사 제재 혼재, 형법이 민사강제의 최후수단으로 전락 현상 우려
즉, 현행법은 의사의 치료행위에만 중점을 둠으로써 환자의 의사에 대한 존중은 없다. 근래에는 의료행위를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중점을 두고 보려는 방식이 등장했다. 환자의 승낙이 있고 의료적 침습행위가 의술 법칙과 합치되는 한 의료행위는 상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형법 제24조의 피해자의 승낙 법리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
최근 대법원 판례도 의료행위를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법리로 파악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를 의료행위의 단순한 객체가 아닌 대등한 계약당사자로 보고, 의료행위의 객관적인 의술합치성 만큼이나 의사의 설명의무를 중요시하게 됐다.
의사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승낙이 의료행위 개념 형성에 고려되는 것은 꼭 환자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의사를 위한 것일 수 있다. 의료행위의 형법적 판단이 더 이상 의료행위의 결과에만 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행위가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본질로 한다면 의료사고가 발생해 의료분쟁이 생겼을 경우에도 분쟁해결의 실마리는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를 어떻게 회복시키는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민사상 손해배상은 특정한 권리침해에 대해 과거지향적 시각에서 피해자가 사후적으로 그 침해를 구제받는 성질을 가진다. 형사제재는 범죄에 대한 과거지향적 응보논리뿐만 아니라,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과 같은 미래지향적 성격을 띠고 있다.
형사처벌특례제도는 형사소송제도의 보완 없이는 시행될 수 없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형사처벌특례제도를 통해 형법이 민사강제의 최후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검찰이 시행하고 있는 형사조정제도는 민사적 분쟁 성격의 고소사건에 대해 조정을 거치도록 해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이 가해자의 급부행위를 통해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킨다는 특징 때문에 민, 형사간 제재의 성격이 혼재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형사처벌특례제도 중과실, 중상해까지 확대하고 반의사불벌 적용 기준 마련해야
의료분쟁의 발생시 형사처벌의 사례는 많지 않은데도 민사에 이어 형사소송과 묶이는 현상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의사의 형사처벌특례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과실, 중상해까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의료행위는 의사의 과실 정도와 관계없이 피해자의 상태에 따라 중상해가 발생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제1항 본문 중 ‘중상해’를 입은 경우에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부분을 위헌이라고 적시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문제될 수 있다. 해당 판결 이후에 교통사고특례법상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 특례 적용을 배제시켰고, 위헌 결정과 법률 개정이 의료분쟁조정법상의 형사처벌특례제도에서 중상해를 배제시키는 주요 근거가 됐다.
두 사안이 형사처벌의 특례를 다룬다는 점에서 동일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헌재의 위헌결정은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공소제기를 금지한 교특법 제4조 제1항의 사안에 국한된다. 즉 조정, 중재, 합의를 요건으로 반의사 불벌죄를 구성하는 의료분쟁조정법상의 형사처벌특례와는 그 전제조건이 다르다. 조정, 중재, 합의의 요건은 피해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회복에 중점을 두고자 하는 조항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해 효과에 차등을 두고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하는 것이 조항의 입법취지에 더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중상해의 경우에는 반의사불벌을, 경상해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강한 구속력을 가진 공소제기금지의 특례를 적용할 수 있다.
반의사불벌은 피해자에 의한 임의성 때문에 조정이 성립됐더라도 언제든지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수사기관에 명시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조정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는 조정이 성립하거나, 조정절차 중 합의로 조정조서가작성되거나, 화해중재판정서가 작성된 경우에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에 한해 반의사불벌의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해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장애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해당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 같은 예외조항을 삭제해야 하고 대안으로 조정․중재․합의의 요건은 피해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회복에 중점을 두고자 하는 조항으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는 "조정이 성립하거나, 조정절차 중 합의로 조정조서가 작성되거나, 화해중재 판정서가 작성된 경우와 의사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상죄에 한해 반의사불벌의 특례를 인정한다"로 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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