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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 경쟁 이후의 생존 방정식: 민간 종합병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경영 고도화 전략

    -일본 야오 토쿠슈카이 종합병원의 데이터 중심 체질 개선이 던지는 시사점

    [칼럼] 김도훈 한국병원정책연구원 연구원

    기사입력시간 2026-06-30 09:49
    최종업데이트 2026-06-30 09:54

    야오 토쿠슈카이 종합병원(八尾徳洲会総合病院)

    [메디게이트뉴스] 대한민국 보건의료 현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필수의료 강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역의료 살리기 등 대대적인 제도 변화가 휘몰아치면서 일선 민간 종합병원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규제와 수가 압박 속에서 병원의 고유한 자율성과 경영 안정성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가 당면 과제다.

    이 시점에서 우리와 유사한 급성기 의료 인프라를 지닌 일본의 대표적 민간 종합병원, ‘야오 토쿠슈카이 종합병원(八尾徳洲会総合病院)’의 혁신 사례는 규제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닌 ‘병원 주도의 독자적인 경영 고도화’라는 관점에서 매우 실천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1. 지표 압박을 돌파한 ‘병원 주도형 임상 데이터’의 힘

    일본 병원계 역시 정부의 진료비 억제 정책과 각종 경영 지표 압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인위적인 재원일수 단축이나 정형화된 지표 관리는 병원 입장에서는 진료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수익성 악화와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야오 종합병원은 제도적 압박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내부의 임상 및 경영 데이터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방식을 택했다. 병원 자체의 임상 지표 데이터를 정밀하게 역분석해 질환별·수술별 진료 과정의 낭비 요소를 자발적으로 개선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여력을 암 치료, 심혈관 질환, 고난도 로봇 수술 등 병원 고유의 강점인 전문 진료 영역에 집중 투자했다.

    우리나라 병원계 역시 복잡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와 정부의 각종 평가 지표 압박 속에 놓여 있다. 병원이 독자적인 생존권을 확보하려면 정부가 제시하는 틀에 단순히 맞추는 수준을 넘어, 병원 자체의 ‘임상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해 진료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내부 데이터 통제력을 완벽히 갖춘 병원만이 어떠한 제도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2. 병원의 진료권을 지키며 시너지를 내는 ‘지역 연계 거버넌스’

    의료 전달체계 개편이라는 명목 하에 환자 유입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거나 분산하는 정책은 병원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무조건적인 환자 회송이나 외래 축소는 병원의 생존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야오 종합병원의 해법은 병원의 진료 기능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의료 생태계의 주도권 확보’에 있었다. 이들은 급성기 치료가 완료된 환자가 효율적으로 퇴원할 수 있도록 인근 의원급(클리닉) 및 요양·회복기 병원들과 철저한 상생형 연계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환자를 외부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1차 의원들과 견고한 신뢰 관계를 맺어 중증·급성기 환자가 다시 우리 병원으로 신속하게 유입되도록 만드는 ‘환자 선순환 허브 전략’이다.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원이 각자의 명확한 역할 분담을 바탕으로 상생 생태계를 조성할 때,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 없이도 병원의 본원적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중기 전략의 핵심: 인력난 해소를 위한 스마트 병원 전환과 복합 대응

    초고령사회의 진입은 병원계에 두 가지 무거운 숙제를 던진다. 다제약물 복용 및 복합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의 급증, 그리고 심각해지는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이다. 야오 종합병원은 이에 대응해 병원의 운영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입퇴원 지원 및 다학제 연계 거버넌스 고도화: 고령 환자가 원활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병원 내 전담 부서의 기능을 강화했다.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 이후까지의 경로를 정밀하게 관리하며 병상 회전율을 최적화하고 있다.

    -실천적 스마트 병원(Smart Hospital) 구축: 이들이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은 화려한 구호가 아닌 현장 인력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간호 및 행정 인력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진단 보조 시스템, 전자의무기록(EMR)의 표준화 및 고도화, 원내 물류 자동화를 통해 ‘한정된 인력으로 최고의 진료 효율’을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4. 맺으며: 초고령사회, 지속 가능한 의료 생태계를 위한 정부와 병원계의 과제

    야오 토쿠슈카이 종합병원의 사례가 주는 궁극적인 시사점은 명확하다.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서 민간 종합병원의 핵심 경쟁력은 외형적인 병상 규모나 단순 외래 환자 수가 아니다. ‘얼마나 정밀하게 내부 데이터를 분석하여 진료 효율을 높이는가’, 그리고 ‘의료 환경 변화에 맞춰 주변 의료기관들과의 연계 주도권을 어떻게 선점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병원계의 자발적인 체질 개선과 노력은 정부의 유연하고 전폭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부는 일방적인 지표 규제나 획일적인 감축 드라이브로 병원계를 압박하기보다, 각 병원이 지역 실정에 맞는 연계 거버넌스를 주도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자율성을 보장하고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 병원 전환과 인력난 해소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과감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정책의 틀에 갇히지 않고 병원계가 먼저 한 발 앞서 고령사회에 최적화된 경영 모델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나갈 때, 그리고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파트너십이 확립될 때,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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