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3일 2019년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고(故) 임세원 신경정신의학과 교수 피살 사건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처벌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의료계가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적정수가의 근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의원은 이언주 의원, 손학규 의원, 신상진 의원, 박인숙 의원, 남인순 의원, 정춘숙 의원, 김광수 의원, 윤일규 의원 등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언주 의원(바른미래당)은 이날 “근본적으로 이런 일이 왜 발생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회가 문제 해결방안으로 금속 탐지기도 이야기하고 처벌 강화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 과연 해결될 것인가”라고 말했다.
보건복지위원회 활동 경험이 있는 이 의원은 "근본적인 문제는 의료계를 비롯해 중요한 가치를 하는 지도자급의 역할을 하는 쌓여온 위상을 자꾸 부정하고 폄하하고 기득권 집단인 것처럼 편을 가르는 데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의료계를 상대로 편을 가르고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환자들이 왜 불만을 가질까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자신은 몸이 안 좋으면서도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공장에서 나오는 부품들처럼 수술이 잡혀도 충분히 소통하는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얼마 전 한 중소병원장이 도저히 수지타산이 안돼서 병원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같은 소식은 지방의 수없이 많은 병원으로부터 듣는다”라며 “병원이 어려워지면 환자들은 더 힘들어진다. 왜 근본적으로 의료계의 권위가 무너져가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금속탐지기를 설치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투쟁을 열심히 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 같다. 의사집단을 계속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하고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한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국종 교수 등의 사례도 그렇고 생명을 다루는 진료과가 비급여 없이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문제인 정부가 국가개혁을 화두로 내걸고 앞장서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더욱더 극대화시키고 있다. 수가의 구조적인 문제는 병원 서비스가 왜 이렇게 (환자 중심이 아닌 방향으로)갈 수밖에 없고 지방병원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환자에 대한 서비스를 잘하려고 하지만 근본적인 성찰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의료계에 우수한 인재가 모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다”라며 “이 문제는 단순히 복지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대한민국의 문제이자 국민 전체의 문제고 사회전체적으로 권위가 파괴되는 정치리더십이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짚어서 조금이나마 역할을 해주길 간절하게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고 임세원 교수 빈소에 다녀왔다. 의료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라며 “그동안 환자의 안전성에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의료인의 안전성 보장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덜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보건의료체계는 세계 최고지만 수가 정상화 문제가 있다. 사회가 정책적으로 함께 해결해야 하며 보건복지 제도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며 “이런 과제는 정치인들이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손 대표는 “우리나라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의료계가 4차산업혁명으로 발전해야 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아직 부족하다. 이를 개방하고 의료인들의 활동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상진 의원(자유한국당)은 “만약 환자가 진료실에 폭탄이나 화염병 등을 설치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 의료기관 내에서 날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라고 했다.
신 의원은 “정신보건법에 정신질환 환자의 입원에 대해 엄격히 입원시키게 했다. 하지만 이는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고 정신과에 입원시켜야 하는 환자를 입원을 못시키면서 환자가 제 때 치료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고 했다.
신 의원은 “자체적인 예방이 필요하다. 정부 특정 부처에서만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원경찰 등 종합적으로 문제 해결방법을 찾아보고 병의원의 안전, 의료진 안전 문제 해결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은 “마음이 무거웠다. 의료계 행사에 오면 원래 마음이 무거운데 오늘은 (고 임세원 교수 사건으로) 특히나 그렇다”라며 “지난해 의료현장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이 900건이 넘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년 전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할 때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신나를 뿌리려던 것을 막은 일도 있었고 진료 중에 화가 난 환자가 컵을 던지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모든 의료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고 처벌도 필요하지만 예방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무서운 나라에 가면 모든 사람을 상대로 금속 탐지기를 설치한다. 이번에는 간단한 법이 아니라 의료계가 심도 있게 예방과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계가 많이 소통하길 바란다. 우리나라가 임상에서는 세계 최고지만 연구나 4차산업에서도 앞서가는 의료계 리더가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고 임세원 교수는 예약하지 않은 환자까지 진료했고 환자를 정말 사랑했다"라며 "국회가 의료인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만들어왔다. 그럼에도 의료인 폭행 문제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남 의원은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만들어야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과 함께 관련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법안소위원회에서 노력하겠다. 의료계와 꼭 논의해야 할 부분은 적정수가, 적정부담 (어젠다를) 꺼내서 연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가 노력해야 한다"라며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올해 정부와 의료계가 소통을 화두로 함께 손잡고 함께 가길 바란다”라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의료인들의 건강을 책임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회의원으로 평소에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다.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다”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번 사건은 정신과 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들이 갖고 있는 문제다. 응급실 외에 진료실에서도 의사들을 위해 안전한 진료가 가능하도록 진료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라며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국회에서 관련 법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은 “의료인들을 보호하고 의료현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며 “정신건강 복지법에 따라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치료를 거의 손놓고 있는 상황이다”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환자가 병원을 나간 후에 실제로 얼마나 치료받는지, 걸어다니는 흉기가 될 수 있지만 이를 방치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의료인들은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수호자다. 의료인들은 과거에 서로 다 열심히 했지만 이제는 서로 협동해서 이 사회와 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라며 "우리만 잘하는 된다는 생각보다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감성적 보단 이성적으로 해결하길 바란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어 "국민들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으로 의료일원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