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는 법인화를 단순히 회원사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정부·제약업계와 소통할 대표 창구를 확보하고, 교육과 감독, 공정경쟁규약, 인증, 회원 징계 등을 통해 CSO 업계 스스로 영업질서를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의약품판촉영업자협회 이규현 회장과 임원진은 9일 한국제약바이오기자모임과의 인터뷰에서 사단법인 설립 추진 배경과 향후 협회의 역할, CSO를 둘러싼 리베이트·고수수료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세 번째 법인화 도전…"정부와 소통할 대표 창구 필요"
협회가 법인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CSO를 둘러싼 제도 환경의 변화가 있다.
2024년 10월 의약품 판촉영업자 신고제가 시행된 데 이어 신규·보수교육 등 관리체계가 마련되면서 CSO가 제도권 내에서 관리되는 영업주체가 됐다.
하지만 현재 임의단체 형태로는 업계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하고 CSO 업계를 대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상황이다.
이규현 회장은 "신고제가 도입되고 신규교육이나 보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저희가 제도권 안에 들어왔다는 얘기"라며 "그에 발맞춰 우리 사업을 대변하고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채널은 당연히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대표성 확보와 함께 회원 권익 보호와 시장 정상화를 법인화의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임충용 사무총장은 "법인화의 핵심은 세 가지"라며 "가장 큰 것은 회원들의 권익 보호다. 또한 시장을 정상화하고, 보건복지부나 제약사 중간에서 대표성을 가지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자율규제체계 구축과 정책 대화 창구 확보, CSO 종사자의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임 총장은 "자율규제체계를 구축하고 정책 대화 창구를 확보하고, 인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협회를 설립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사단법인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협회는 2022년과 2025년 두 차례 법인 설립을 추진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다. 협회에 따르면 앞선 신청에서는 활동실적과 회원 대표성, 재정 안정성, 사무공간·전담인력 등이 보완과제로 제시됐다.
이에 협회는 이번 신청을 앞두고 회원 대표성을 확대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10월 복지부에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회원 2000명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터뷰 당시 회원은 900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두 번째 신청 당시 규모의 약 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회장은 "회원 모집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목표의 절반 정도를 달성했다"며 "다만 2000명은 자체적으로 목표를 잡은 부분이고, 꼭 2000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 총장은 "두 번째 신청 때는 100여명을 조금 넘게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회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준비해왔다"며, 복지부가 법인화를 위해 구체적인 회원 수를 제시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법인화 후 교육·감독·시장질서 관리 나선다
협회는 법인화 이후 핵심 역할로 교육과 감독, 시장질서 수호를 제시했다.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그치지 않고 CSO 영업현장에서 지켜야 할 기준을 만들고 이를 업계에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보수교육 외에도 실제 영업과정에서 마주하는 리베이트와 지출보고서, 위수탁계약 등 컴플라이언스 문제를 다루는 실무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총장은 "현재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1인 사업자들에게 불법 리베이트 관련 등 실질적인 교육은 저희 협회가 담당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위수탁계약 등이 투명하게 관리되는지 점검할 수 있는 자율감독체계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 역시 협회의 역할을 위반행위에 대한 직접 처벌보다 사전 예방과 기준 제시에 뒀다.
그는 "어떤 CSO 업체가 일탈 행위를 한다고 해서 저희가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우리는 그걸 계도하고 개선하기 위해 지침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이드를 정립해서 주게 되면 잘못인지 알고 하는 것인지, 모르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가 CSO 전용 공정경쟁규약이다. 협회는 리베이트 금지와 허용 가능한 경제적 이익의 범위, 제품설명회 운영기준, 지출보고서 관리, 재위탁 관리, 윤리교육 등 실제 영업현장에서 적용할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우수 CSO 인증제도도 추진한다. 재무건전성과 준법감시시스템(CP), 교육 이수, 개인정보 보호, 지출보고서 관리 등을 기준으로 일정 수준을 충족한 업체를 인증해 제약사가 거래 상대방을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자율규제체계는 회원 관리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는 의약품 판촉영업자 신고증을 보유했다면 1인 CSO를 비롯해 사업 형태나 규모와 관계없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플랫폼과 계약해 활동하는 사업자 역시 플랫폼 단위가 아닌 개별 사업자로 가입한다.
협회는 우선 신고된 CSO를 폭넓게 포괄해 대표성을 확보하되, 향후 자체 기준을 마련해 불법행위나 컴플라이언스 문제가 있는 회원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회원 확대 이후 별도의 자격기준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질의에 "협회 기준에 맞지 않는 행위나 불법·컴플라이언스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고, 향후 기준에 부합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규약을 위반한 회원에 대해서는 자체 제재도 검토한다. 협회는 향후 자율징계위원회를 구성해 경고·회원 자격정지·제명 등을 적용할 계획이다.
차상준 플랫폼 부회장은 "협회를 구성해 자정 노력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의식을 고치고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SO=리베이트 온상 아냐"…고수수료·N차 위탁, 구조 자체보다 '관리'가 핵심
협회가 자율규제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CSO를 둘러싼 부정적 인식도 있다. 일부 업체의 불법행위가 업태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되면서 CSO 자체가 '리베이트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협회는 불법행위가 발생한 개별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CSO 업태 전체를 동일시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현 회장은 "기이한 한두 건으로 전체가 매도당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가끔 이슈로 터져 나오는 CSO 행태가 일반화되지 않도록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해웅 대외협력이사도 "불법행위를 하는 CSO나 불법영업을 하는 CSO는 있어도 '불법 CSO'라고 하면 CSO 자체가 불법인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높은 수수료를 리베이트와 연결하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수수료가 너무 높기 때문에 다 깎아야 한다는 논리보다는 그 수수료를 많이 받아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수료가 품목과 제약사의 판매정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높은 수수료 자체를 불법 리베이트의 근거로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수수료율만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실제 영업행위와 자금흐름, 위수탁관계가 투명하게 관리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N차 재위탁 역시 단계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적인 구조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재위탁이 몇 차례 이뤄졌는지보다 최종적으로 누가 의약품 판촉활동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위수탁 관계와 책임 소재가 투명하게 관리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2차, 3차, 4차보다 하청에 하청을 줬을 때 어디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의약품 판촉활동을 하는지가 확인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충용 사무총장도 "재위탁 자체가 잘못은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라며 "정부에서 정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주면 그 기준에 맞춰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협회는 몇 단계까지를 적절한 재위탁으로 볼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협회는 불법적인 다단계 하청구조까지 용인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불법적인 재위탁과 정상적인 아웃소싱을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며, 재위탁이 필요한 경우 제약사의 사전 동의를 받고 사유와 범위를 문서화하는 방식도 제시했다.
"제약은 R&D·생산, CSO는 영업"…전문 파트너로 자리매김
협회는 법인화를 계기로 CSO를 제약사의 전문 영업·마케팅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제약사는 연구개발(R&D)과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CSO가 영업·마케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규현 회장은 "제약회사가 앞으로 크게 발전하려면 R&D와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미국이나 일본 같은 사례를 보면 기능적인 역할을 나누고 있다. 마케팅과 세일즈에서는 CSO가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협회는 일본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일본에서는 CSO가 의약품 영업에 그치지 않고 임상연구 관련 중개 등 보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국내 CSO 역시 단순한 판매대행을 넘어 전문 영역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연말에 일본 CSO 관련 단체를 찾아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어떤 기업들이 있는지 직접 얘기를 나눠보고,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나 자정에 활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배우려고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려면 CSO 자체의 전문성도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금의 CSO는 다르다"며 제약회사에서 오랜 기간 영업 경험을 쌓은 인력들이 CSO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의학·약학 지식과 제품정보를 바탕으로 의료진에게 제품의 특성과 다른 계열 성분과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전문 영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그렇게 만들 것이다. 과거 품목도매라고 불렸던 분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전문성을 기반으로 가는 CSO 업체들이 앞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