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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와 교섭 마무리한 아주의대 교수노조...의사노조 '안전한 진료환경' 위한 것"

    [인터뷰] 노재성 아주의대 교수노조위원장 "밤샘 응급수술 후 다음날 또 진료·수술...이대론 의사도, 환자도 위험하다"

    기사입력시간 2022-11-07 06:57
    최종업데이트 2022-11-10 16:04

    아주의대 교수노조 노재성 위원장(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노조를 만들 때 제일 중요한 목적은 안전한 진료환경을 확보하자는 거였다. 돈이 아니라 안전한 환경.”

    올해 환갑을 맞았다는 노재성 교수(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7일 노조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밤샘 수술을 마친 의사가 눈 붙일 틈도 없이 또 다른 환자가 기다리는 수술장으로 뛰어들어가야 하는 현실은 의사뿐 아니라 환자들을 위해서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에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대교수노조를 포함한 의사노조를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의대전임교수를 노조원으로 출범한 아주의대 교수노조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아주의대 교수노조의 행보 하나 하나에 ‘최초’란 타이틀이 달렸고, 노조는 최근 학교 측과의 지난한 교섭을 최근 마무리했다. 양측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중재 재정 결정을 받았다. 물론 이 역시 ‘최초’였다.

    항상 최초라는 타이틀이 달리는 데 따른 부담이 있을 법 하지만 노 교수는 “의사들은 원래 ‘연구자’이기도 해서 최초로 무언가를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오히려 최초의 의대교수노조를 이끄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이번 교섭은 내용보다 '경험'에 의미...쟁의 불가∙학교의 불성실 태도에 어려움

    Q. 최근 학교 측과 모든 교섭 과정을 처음으로 마무리했다. 교섭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교섭 내용만 보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임금인상률의 경우 기존처럼 다른 직원들과 동일한 인상률을 받았다. 이걸 하기 위해 일년 반 동안 교섭을 한 게 비생산적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우리는 항상 효율에 대한 얘기를 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인데, 그런 점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두 가지 중요한 게 있다. 첫 번째는 의대에 교수노조를 만들고 처음으로 교섭, 조정, 중재 등 모든 과정을 겪어 봤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처럼 교수노조가 쟁의를 할 수 없는 시스템에서 최선의 형태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사실 의사는 기본적으로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는데 의대교수노조가 쟁의를 못하는 건 교원이기 때문이다. 이는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이다. 노동자가 사측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건 법률적 보조가 있기 때문이고, 그게 사회에 더 도움 되는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의사노조 분야에선 노사 간 관계를 대등하게 해주는 법적 장치들이 미비하다.

    아무도 교섭을 해보기 전까진 이런 시스템 상의 문제를 알 수가 없다. 이제 현행 시스템 하에서 돌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걸 알게됐고, 이걸 계기로 법이나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올 수 있다. 그게 처음 노조를 만들고 활동해나가면서 해볼 만한 일이 있다고 느끼는 대목이다. 
     
    Q. 교섭 과정에서 어떤 어려운 점들이 있었나.

    학교 측이 노조를 교섭 파트너로서 진지하게 보고 있지 않았다. 지금도 의대교수노조 설립 무효를 놓고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학교 측은 의대교수노조가 단과대학에 설립된 노조라서 적법하지 않고 주임교수는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대교수노조는 법에 따라 단위로 설립되고 조합원이 의대교수인 교원노조이다. 인제대의 경우도 의대교수노조와 비의대교수노조가 함께 있다. 이는 의대교수와 비의대 교수가 근무상태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주임교수 문제는 지난번 아주대병원의 교수를 조합원으로 의사노조를 설립하고 중노위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하면서 이미 문제가 없다고 결정된 사항이다. 당시 내가 주임교수 겸 임상과장이어서 학교 측이 이 부분을 거론했었다.
     
    이런 점들을 보면 학교가 이긴다고 생각해서 소송을 건 것은 아니라고 본다. 노조를 압박해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려는 수단일 뿐이다. 실제로 지금 노조는 조합원이 60여명인데, 법률 비용이 꽤 많이 든다.

    학교 측의 단과대학 단위 노조 설립이 문제라는 주장에 따르면 상급단체가 있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서 해당 방법도 고려 중이다. 지금 아주의대 교수노조는 독립노조인데 아무래도 상급단체가 있는 게 협상에서 훨씬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아주대 교수노조를 만들 수도 있고, 현실적 방안은 상급단체를 찾는 것이다. 다만 의대교수노조가 들어갈 수 있는 상급단체가 마땅치 않은 한계도 있다.

    전문의 채용 늘리게 하는 게 목표...조합원 수 정체 상태지만 '희망적'
     
    Q. 그렇게 힘든 노조활동을 굳이 하는 이유는 뭔가.

    내가 올해 환갑이다. 5년 후면 정년퇴임 하는데, 노조 활동이 내 근무여건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의사후배들과 환자들을 위해 하는 일이다. 노조를 만들 때 제일 중요한 목적은 안전한 진료환경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단순히 처우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안전한 환경말이다.

    요즘 모든 병원들이 낙상 방지 등 환자안전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런데 환자들이 진짜 안전해지려면 의사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진료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의사의 신체적 컨디션이 중요한데, 최근 대학병원도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업무부담이 교수들에게 몰리고 있다.

    예를 들어 밤에 나와 응급수술을 했어도 그 다음날 원래 잡혀있던 수술을 그냥 한다. 이는 의사는 물론 환자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사를 더 채용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교수들에게 수술을 시키는게 비용 부담이 덜하니, 병원들이 의사를 더 고용하지 않는다.
     
    Q. 노조 설립 후 1년 반 정도가 지났는데 조합원 수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뭐라고 보나.

    전임교원이라 하더라도 조교수, 부교수 등은 진급 문제가 있다. 이 사람들이 의대로부터 트집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로 가입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교수들은 개인적으로 노조 가입 필요성이 덜할 수 있다. 정교수가 돼야 두려워하지 않고 노조활동을 할 수 있지만 니즈가 떨어지고, 신분이 취약한 사람들은 노조가 필요하지만 눈치가 보여 노조 가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소송 비용 모금 과정에서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노조의 뜻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교수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합회비가 5000원인데, 그걸론 소송 비용은 택도 없어서 모금을 진행했다. 그 결과 조합원이 아닌 교수들도 기부에 많이 참여해줬다. 또 조합원 중엔 소위 우리 병원에서 학문적으로든, 병원 일이든, 행정적 일이든 주역으로 참가하는 교수들이 많다. 사측이 조합원 명단을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절대 넘길 일이 없다. 분명한 것은 조합원 명단을 보면 다들 깜짝 놀랄 것이고, 이런 부분에서 희망을 느낀다.
     
    Q. 지난달 24일부터 바로 2022년 임금협상에 돌입했다. 올해 협상에선 어떤 부분을 쟁점화할 예정인가.

    이번엔 당직비에 대해 다뤄 볼 생각이다. 교수의 경우 당직비가 시간당 1만7000원이었고, 최근 2만1000원으로 올랐지만 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이미 말한대로 당직비 몇 푼을 올려서 돈을 많이 받겠다는 게 아니라, 의사를 더 고용하게 하고 보다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는 게 궁극적 목적이다. 병원이 그런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당직을 서고 고생하는 의사들이 돈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고 본다.

    최근 직원들 대상으로 신설된 온콜 대기 수당 문제도 수면 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병원은 직원과 교원 임금인상률을 동일하게 적용해왔다. 휴가 수당, 가족 수당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직원들에게 온콜 대기 수당이 만들어는데, 교수들에게는 안 줄 수 있을까. 직원들 대기 수당이 만원인데 의사나 교수들도 만원을 받아야 하는건지 등에 대한 이슈도 제기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초과 근무에 대한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얘기하려고 한다.

    의사노조는 계속 생길 것...환자안전 위한 '의사노조' 의협 지원 필요
     
    Q. 아주의대와 인제의대에서 교수노조가 생긴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세 번째 노조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뭔가.

    다른 학교 사정을 다 알진 못하지만 어떤 학교들은 굉장히 억압적이다. 사실은 그런 학교나 병원에 꼭 노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교수들이 위협을 너무 크게 느끼니 노조를 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서게 되면 그건 금방 다 해결되고 분위기가 바뀔 것이다. 반대로 대우가 아주 좋아서 별 문제가 없는 학교도 있을 수 있다.

    우리 학교는 다행히 근무 환경이 아주 열악하진 않은데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아주 폭압적인 곳도 아니라서 여기서 먼저 노조가 만들어졌다. 우리 병원이 특별하게 모순이 더 많은 곳이라서가 아니라 여건이 되니 만들어진 것이다. 노조위원장인 나에게도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주려고 한다거나 그런 건 없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임에도 말이다.
     
    Q. 의대교수노조 외에 최근 성남시의료원, 보훈병원 의사노조의 활동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국공립병원에서 노조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국공립병원들은 운영 주체가 약간 다르다. 의료와 상관 없는 곳들도 있다. 그래서 항상 갈등이 있다. 그런 갈등을 건강한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사노조가 필요하다.
     
    Q. 소위 ‘기득권’인 의사들의 노조 활동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 근로자들에게도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는데, 이유는 결국 안전 때문이다. 간호사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게 환자 안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의사의 경우도 똑같다. 그런데 그걸 의사들에게만 적용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다. 응급실에 불려 나와서 밤새 수술하고 다음날 약속된 환자를 수술하는 걸 적절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겠나. 의사는 환자안전의 가장 중요한 고리다. 그런 권리를 주장하지 말라고 하는 건 사용자의 논리로 느껴진다.
     
    Q. 지난 의협 회장 선거 당시 의사노조가 화두가 됐지만, 그 이후 의협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의사노조와 관련해 의협에 바라는 바가 있나.

    이필수 회장을 만나 의사노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 회장도 의사노조 활동에 대해서 긍적적인 얘기를 해줬다. 지난 봄에는 노조의 인터뷰 내용을 의협 유튜브에 실어주기도 했다. 앞으로는 의협 내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의사노조에 대해 더 많은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