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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차수당 소송 1심 패소 아주의대 교수들 '항소'

    재판부, 지난달 말 1심서 학교 측 손 들어줘...노재성 교수 "재판부가 오인한 부분 많아 항소"

    기사입력시간 2022-04-14 06:59
    최종업데이트 2022-04-14 06:5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아주대의료원 교수들이 사용하지 않은 연차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라며 지난 2019년 학교법인인 대우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패소하자, 이에 불복해 지난 8일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소송의 결과는 아주대의료원 뿐 아니라 다른 대학병원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의료계의 관심이 높았는데, 3년 여 만인 지난달 30일 열린 1심에서는 학교 측이 승소했다. 재판부는 대학병원 교수(임상전임교원)들의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사립학교법에 의거 학교 측이  연차미사용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원고 중 한 명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재성 교수(아주의대 교수노조 위원장)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14일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1심 재판부가 사실 관계를 포함해 여러가지 오인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여 항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 대학병원 교수 근로자 지위 인정 안 해...연차수당∙​연가보상비 지급 의무 없다

    이번 소송의 시작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 교수를 포함한 아주대병원 교수 10명은 연차미사용수당을 지급하라며 학교법인인 대우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아주대의료원 대학병원 교수(임상전임교원)는 업무내용, 지휘∙감독 체계, 보수의 구성, 방학이 주어지지 않는 점 등에 비춰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지위 뿐 아니라 근로자인 의사로서의 지위도 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차미사용 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만약 근로자로서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예비적으로 사립학교법에 의해 준용되는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연가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학병원 교수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아주의대 소속 교수들이 아주대의료원에서 진료를 행위를 하는 것은 사립학교법상 교원의 복무로서 예정된 겸직이며, 전문의를 길러내기 위한 실무수습 또는 임상수련 등도 교수들의 진료행위와 결합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근로 제공이 교원의 지위와 배치되거나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해준다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학병원 교수의 진료와 관련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제공하고 대가를 수령하는 측면 또한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한 진료 등을 통해 임상사례가 축적되고 해당 임상전임교원이 담당하는 분야의 전문화로 이어지는 만큼 교육, 연구, 진료의 목적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돼 이뤄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근로자 지위 여부와 별개로 법인과 사립학교 교원의 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특별법인 사립학교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점도 짚었다. 근로기준법은 사립학교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 보충적으로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사립학교법 시행령에서 ‘겸직교원의 보수는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원 소속기관인 대학에서 지급하고, 협력병원은 겸직교원에 대해 협력병원의 정관 또는 관련 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우학원이 임상전임교원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차휴가미사용 수당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연가 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임상전임교원의 수당과 관련해서는 사립학교법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적용을 전제로 한 연가 보상비 청구 주장은 더 살펴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노재성 교수 "부속병원인데 협력병원 관련 조항 근거 삼아...방학 없는 현실도 외면"

    하지만 노 교수는 재판부가 이번 판결의 근거로 제시된 것들 중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겸직교원의 수당은 ‘협력병원’의 정관 또는 관련 규정에 따라 협력병원이 지급한다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삼은 것을 예시로 들었다. 아주대병원은 협력병원이 아니라 ‘부속병원’이기 때문에 해당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진료 등으로 인해 방학이 없는 대학병원 교수들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원고의 주장처럼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교수들은 연가보상지급 제외 대상인 교육공무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연가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해당 조항에서는 교육공무원이라 하더라도 방학이 없는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연가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아주대학교는 방학이 있기 때문에 소속 의대교수들도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 데, 이는 실제로는 방학이 없는 대학병원 교수들의 특수성을 무시한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노 교수는 항소를 결정하게 된 배경과 관련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납득이 어렵지만 근로자가 아닌 교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과거 판례들이 많이 있다”며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그렇다면 방학이 없는 대학병원 교수들에게는 휴가를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휴가를 준다면 어떤 근거에 따라 줘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