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은별 인턴기자 원광의대 본1] 슬립테크 기업 아워랩 신현우 대표(서울의대 의과학과 교수)는 수면장애를 치료하는 구강내장치 ‘옥슬립’을 개발한 의사 겸 창업가다.
구강내장치는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정하게 턱을 당겨 기도를 여는 역할을 한다. 기존 구강내장치 제품은 앞으로 전진만 하는 식이었지만 아워랩 제품은 다르다. 무조건 턱을 계속 당기는 것이 아니라 자세에 따라서 다르게 설정한다. 사람이 옆으로 누울 때와 똑바로 누울 때 호흡이 다르다는 원리에 착안해 옆으로 누울 때는 아래턱을 당기지 않는 상태에서 부담을 줄여 치료한다.
신 대표는 "수면무호흡증은 많은 위험한 질환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고, 갈수록 중요한 질환으로 인식될 것이다"라며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수면다원검사가 자택에서도 이뤄지고 보편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그런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대기만 수개월, 재택 수면다원검사 시대 열린다
-일찌감치 수면 건강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3년차 때 1년동안 수면무호흡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교수님 밑에서 공부하게 된 것이 직접적 계기였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을 보면서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련을 받으면서 수면에 노출될 기회가 다른 동기, 친구들보다 많았다. 또한 이전부터 심리학, 수면 등에 관심이 있었다. 수면 분야에 관심을 먼저 가졌기보다는 아는 것이 먼저였고 차차 관심을 가지게 됐다.
-수면무호흡증의 최근 진료 트렌드나 방향성은 어떤가.
큰 트렌드는 2가지이다. 기존에는 병원에 가서 하룻밤을 잔 후 검사를 하고 수면무호흡증 치료했지만, 이제는 최근 코로나19 이슈도 있는 관계로 병원이 아닌 집에서 하자는 추세다. 재택 수면무호흡증 검사가 외국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고 한국에도 곧 도입될 것이다. 원격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원격이 아니라 집에서 장치를 착용한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다음날 병원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싱가포르, 홍콩의 경우 좁은 지역에서 녹음 형태의 기술을 활용해 원격으로 수면검사가 많이 이뤄진다. 환자에게 센서를 부착해 정보를 보내고 도시에 컨트롤타워를 지정해 원격으로 확인한다. 만약 센서가 떨어지면 해당 가정에 방문해 센서를 다시 붙여주는 식이다.
-우리나라에도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재택수면검사가 도입될 수 있나.
서울에서도 검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환자의 위치가 서울과 대구처럼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어려울 것이다. 대신 재택 수면검사가 활성화돼 지역별 거점병원에서 그 근처의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밤에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작은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환자에게 센서를 부착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0만명이고, 전 세계에는 수억 명이 있다. 이렇게 많은 환자들을 병원에서 하룻밤 재우면서 검사할 수 없기 때문에 재택수면검사라는 제도가 도입될 것이다. 따라서 빠르면 1~2년 안에 늦어도 4~5년 안에는 재택수면검사 제도가 도입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식이 한 도시에 국한해 적용될 가능성이 크지만, 녹화 방식으로 한다면 꼭 도시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현재 수면과 관련된 정책이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지금도 시중에 재택수면검사 기계가 나와있으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비급여 가격이 병원에 가서 하룻밤 자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검사 기계를 쓰기보다는 입원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면다원검사를 위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이 문제다. 서울대병원은 수면다원검사를 예약한 시점으로부터 보통 5개월 후에 입원해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환자들이 기다리다 지치는 경우가 많다. 수면장애에 대한 처방, 치료를 위해 진단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데, 진단할 때부터 벌써 장애물이 있고 병목 현상이 심하다. 그래서 집에서 검사를 하는 것도 건강보험 인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에서 재택수면검사를 인정해 주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인정해줘야 이를 근거로 양압기 등과 같은 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가격적인 문제도 있지만, 집에서 하는 검사를 확진이라 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현재는 반드시 병원에서 진단을 해야 최종 진단 및 치료를 할 수 있다. 집에서 한 검사결과만으로도 양압기 건강보험 적용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식의 제도적 보완이 되면 재택 검사가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양압기 외에 보조장치의 경우도 보험적용이 돼야 환자들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 진단,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진단과 치료 두가지 측면에서 정책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임상 그리고 창업 , 환자를 몇 명을 볼지의 차이일 뿐
-의료기기 개발의 현황이 궁금하다.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임상과 의료기기 개발 두 분야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수면이라는 분야 외에도 의료기기 회사들이 학교에 있는 교수들이나 병원과 협업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는 어떻게 보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산하 협력이 잘 되어있는 구조지만, 우리나라는 업체가 병원이나 학교 측에 미팅을 요청하면 학교나 병원이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가 의대 교수여서 주변에 교수 동료들이 있다거나 병원 측의 적극적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말 큰 기업이 아닌 이상 의료기기 회사와 병원 간 협업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협업이 잘 안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협업을 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형성돼있다.
-임상 업무와 스타트업 창업을 병행하면서 느낀 두 분야의 차이점은.
환자를 보는 것과 창업을 하는 것은 '환자를 몇 명을 볼지'의 차이다. 개원을 하거나 대학병원에서 24시간동안 진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수는 정해져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을 하면서 환자 치료에 필요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임상에서 볼 수 있는 환자보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진료실에서 직접 보는 환자뿐 아니라 스타트업 창업을 통해 연구, 개발을 하고 아이디어를 상용화해서 제품을 출시하면 제품을 쓰는 모든 환자들에게 의사가 도움을 주는 것이다.
결국 환자를 본다는 것은 환자를 치료하고 의학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다르다. 만약 면대면으로 환자를 직접 보고 치료, 수술한다면 남은 인생동안 의사가 자신의 건강도 유지하면서 외래진료도 많이 해야 하는 등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기술, 제품을 개발하면 의사의 고민의 흔적과 진단, 치료 방법들이 또다른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의사에 의해 환자들에게 적용된다. 시공간적 제약 속에서 삶을 사는지, 아니면 시공간적 제약을 벗어나서 사는지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임상과 스타트업을 병행하게 되면 창업 쪽에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되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회사가 더 커지면 커질수록 회사 안에서 창업자인 의사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가령 초기에 그 비중이 30~40%였다면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그 비중이 더 줄어들 수 있다. 회사가 커지면 따로 경영전문가, 투자전문가 등을 섭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령 직접 경영을 한다고 해도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회사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세금, 특허, 투자 등의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담당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회사에서 본인의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창업을 먼저한 선배의사들을 많이 만나는 것부터
-전통적 의대 커리큘럼에는 창업을 위한 과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데,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나 역시 따로 교육을 받고 창업을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워가며 시작했다. 창업과 관련해서 궁금한 점,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창업을 하고 있는 의사 선배들을 찾아가면 된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분야에서 도움을 얻기 위해서 사람을 모으는 방식은 결국 맨투맨(man-to-man)이 가장 효과적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고 괜찮다거나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삼고초려해서라도 섭외를 하는 방식이다.
아이디어는 의사가 처음에 시작할 수 있지만, 결국 그 아이디어를 다듬고 제품화해 실현하는데는 다른 전문가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도움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순탄하진 않지만, 꾸준히 두드리면 문은 분명히 열린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처음에는 특허를 냈는데, 학교 산학협력단에서 특허를 시제품으로 만들어주고 순차적 단계를 거쳐 제품으로 완성하기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창업에 관심 있는 의대생들에게 미리부터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거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창업 경험이 많은 선배 의사들을 찾아가고 조언을 직접 듣는 것을 추천한다. 미국에서 창업을 할 것이면 미국에서 실제로 창업을 해본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할 것이라면 우리나라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먼저 창업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만나서 경험에 대해 들어봐야 한다. 이야기를 들으며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