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1999년 이후 27년 만에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검체검사 수가의 과보상 구조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동시에,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이 자율 정산하던 검사료 배분 방식을 정부가 정한 고정 비율과 조건부 보상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최종 보상 구조는 위탁기관 35%, 수탁기관 65% 수준으로 정리됐다. 정부는 위탁기관이 단순히 검사를 의뢰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상을 받는 구조에서 벗어나,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환자에게 설명·관리하는 역할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수가구조 혁신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방안에는 검체검사와 CT·MRI 영상검사 수가 조정을 통해 연간 2조60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지출을 절감하고, 이를 지역·필수의료 보상 강화에 활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체검사 원가보상률 190%”…2026년 150%, 2028년 110% 목표
정부는 혈액·소변검사 등 검체검사의 현행 보상 수준이 원가 대비 평균 190% 수준으로 과보상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2026년 하반기 1단계 조정에서는 150% 이상 과보상된 수가를 150% 수준으로 낮추고, 2028년 하반기 2단계 조정에서는 110% 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 김성철 팀장은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가보상률 산출 근거에 대해 “작년도부터 2023년도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의료비용 분석을 진행했다”며 “상급종합병원 6개소, 신포괄수가제 참여 종합병원, 의원급 88개소 정도를 표본으로 뽑아 검사뿐 아니라 모든 의과 행위에 대해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혈액·소변검사 같은 검체검사 파트를 그룹별로 봤을 때 전체 평균이 190% 정도 과보상으로 나온 것”이라며 “수가별로는 190%를 넘는 경우도 있고 170% 수준인 경우도 있는데, 이번에는 그중 150%를 넘는 수가에 대해서만 150% 수준으로 조정하고 150% 미만은 조정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2028년 110% 조정 목표와 관련해서는 비용분석 결과에 따라 세부 조정 폭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내년에도 비용분석 결과를 산출할 예정”이라며 “2028년 하반기에는 최종적으로 110% 수준을 목표로 인하하겠다는 목표점은 있지만, 그 사이 비용분석을 했을 때 과보상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조정 폭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탁 35%·수탁 65% 최종 결정…조건부 보상은 위탁 10%·수탁 20%
이번 개편에서 의료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 보상 배분 구조다.
당초 정부는 조정된 검사료 안에서 위탁기관에는 기본수가로 검사료의 25%, 수탁기관에는 45%를 지급하고, 나머지 30%를 조건부 보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조건부 보상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쟁점이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위탁기관 10%, 수탁기관 20%로 나누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조건부 보상을 모두 충족할 경우 전체 보상 비율은 위탁기관 35%, 수탁기관 65%가 된다.
김 팀장은 “현재는 위탁관리료 10%와 검사료 100%가 각각 규정돼 있지만, 실제 정산 과정에서는 위탁기관이 약 60%, 수탁기관이 약 40%를 가져가는 구조”라며 “상호 자율 정산 구조가 검사료 할인 경쟁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위탁기관 조건부 보상, ‘환자당’ 임상결과 판단·설명 수가 검토
정부는 위탁기관에 대한 조건부 보상을 기존 위탁검사관리료처럼 단순히 검사를 의뢰하면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위탁기관 조건부 보상은 검사 결과를 임상적으로 해석하고, 환자에게 설명하며, 사후 관리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특히 여러 검사를 한 환자에 대해 검사 항목별로 각각 보상하는 방식이 아니라, 환자당 종합적 판단과 설명 역할을 평가하는 수가 신설이 검토되고 있다.
김 팀장은 “위탁기관에는 의원급을 대상으로 임상 결과를 판단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쪽에 보상하겠다는 내용을 넣어놨다”며 “다만 세부적인 수가안은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는 한 명의 환자에게 한 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상 결과 판단료는 환자당으로 산정하려고 한다”며 “여러 검사를 처방했을 때 검사 결과가 임상적으로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 판단하고, 이를 환자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위탁검사관리료는 위탁검사를 처방하면 받는 구조였지만, 임상 결과를 판단하고 설명하는 부분은 심층진찰료나 만성질환관리료처럼 어떤 행위를 해야 받을 수 있도록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위탁검사의뢰료처럼 위탁기관이면 모두 받는 구조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탁기관은 고난도·취약지 검사, 검체 추적관리·위급결과 통보 보상
수탁기관에 대한 조건부 보상은 고난도 검사와 취약지 검사, 검사 프로세스 개선, 검체 추적관리, 위급 검사결과 신속 통보 등과 연계된다.
김 팀장은 “수탁기관의 경우 고난도 검사나 취약지 검사에 가산을 주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검사 기법이 복잡해 원가가 더 많이 들거나, 취약지처럼 검사 빈도가 낮아 수탁기관이 기피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조건부 보상으로 접근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체 채취부터 수탁기관 접수, 검사, 결과 회신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관리도 강화된다.
김 팀장은 “검체를 채취하면서부터 수탁기관이 받아 검사하고 다시 결과를 회신하는 과정을 강화해야 검사의 정확도가 올라가고, 최근 발생한 검체 변경 사건 같은 사례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검체 추적관리를 강화해 검체 변경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검사 결과를 위탁기관에 더 신속하게 알리도록 개선할 것”이라며 “위급한 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는 위탁기관에 빨리 알려 환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검사 질을 높이는 경우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수탁기관 조건부 보상은 청구자료와 인증체계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김 팀장은 “고난도나 취약지 검사는 청구자료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프로세스 개선은 수탁기관 인증 과정에서 실제 어떻게 개선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조건을 충족했을 때만 보상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수가 인하와 질 향상 동시 추진…현장 수용성이 관건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검체검사 분야의 과보상 구조를 조정하면서도, 검사 질과 환자 안전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위탁기관의 검사 관련 수입 감소, 중소 수탁기관의 부담, 청구·심사 기준 마련, 조건부 보상 요건의 실효성 등을 둘러싼 우려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의원급 위탁기관 입장에서는 기존 자율 정산 구조에서 받던 몫이 줄어들 수 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향후 위탁기관의 기본 보상은 25%로 고정되고, 추가 10%도 임상결과 판단과 환자 설명 등 요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수탁기관은 기본 45%에 조건부 보상 20%를 받을 수 있지만, 검사 수가 자체가 낮아지는 만큼 고난도·취약지 검사, 검체 추적관리, 신속 결과 통보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관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김 팀장은 “수가 인하와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방향”이라며 “조건부 보상은 단순히 검사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안전과 검사 질 향상에 기여했을 때 지급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위탁기관과 수탁기관별 조건부 보상 세부안을 구체화해 검체검사 수가 조정 시행 시점에 맞춰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