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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치료제' 77만명분 아껴뒀다 뭐하나...재유행 거센데 처방 어려워

    입원환자 외에 대학병원 외래와 개원가 처방 제한적...전문가들, 중증환자∙사망자 줄이려면 처방 용이해져야

    기사입력시간 2022-07-22 07:10
    최종업데이트 2022-07-22 08:2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연일 7만명을 넘으면서 사실상 재유행이 시작됐지만 일선 의료기관들은 여전히 먹는치료제 처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4차접종에 대한 고령층의 회의적 반응 속에서 중증환자와 사망자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치료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의료기관들이 먹는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처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먹는치료제는 77만3000명분이 남아있다. 정부는 유행 확산에 대비해 추가 구매할 계획인 94만2000명분을 합치면 치료제 양 자체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먹는치료제는 이미 효과도 입증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팍스로비드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중증화 위험을 63%, 사망 위험을 56%가량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작 일선 의료기관들에선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처방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에 도입된 먹는치료제 106만2000명분 중 처방된 것은 약 29만명분에 불과하다.

    대학병원 외래서도 처방 가능해야...개원가 처방 독려위해 교육 필요

    당장 대학병원에선 외래환자들에 대해서도 먹는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병원이야말로 환자의 간·신장 상태, 병용 금지 약물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안전하게 처방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병원 교수는 “현재 대학병원에서는 입원환자가 아닌 외래환자에게 치료제를 처방할 수 없다”며 “감염내과와 상의를 통해 고령의 코로나19 환자에게 먹는치료제를 처방하려 했더니 약국에서 불가능하단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의원급은 처방을 할 수 있는데 다양한 검사는 물론 감염내과와 상의가 가능한 대학병원은 처방을 못하도록 막아놓은 것”이라고 헸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 역시 “요즘은 코로나19 입원환자가 적고, 외래환자에겐 처방을 할 수 없다보니 대학병원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라며 “대학병원도 대면진료를 할 수 있게 하고, 외래처방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팍스로비드 등 치료제는 감염 초기에 신속하게 투여해야 효과가 크다. 하지만 대학병원 외래에서 약을 처방받지 못한 환자들은 다시 의원급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은 물론 환자가 번거롭단 이유로 약을 처방받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정작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처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문제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장현재 부회장은 “먹는치료제는 병용 금기약물이 많고, 간이나 신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선 투여가 권장되지 않는다”며 “처방 시 심평원에 신고도 해야 하는데, 환자가 밀려드는 상황에서 이런 부분들을 다 체크하면서 처방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장 부회장은 또 “의사들로선 새로운 치료제다보니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먹는치료제 처방 경험이 많은 의료진 등을 통해 정보를 적극 제공하거나 교육에 나선다면 일선 개원의들도 더 자신감을 갖고 처방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적시에 처방 어려워 환자들 피해 우려...심평원 신고 절차 폐지 등도 고려해야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기석 교수(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도 치료제 처방을 지금보다 용이하게 해야한다는 데 동의했다.

    정 교수는 “초기에는 확보한 물량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일부러 처방을 까다롭고 불편하게 만들어놨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치료제 처방을 더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복지부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처방이 쉬워지면 처방이 남발되고 암시장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런 부분을 관리하면서 처방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후에 환자가 폭증하는 시기에 제 때 약을 처방받지 못해 희생되는 환자들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약제 급여화를 통해 처방과 수령을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처방 시 심평원 신고 절차는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김탁 교수는 “지금은 정부가 무료로 지급하는 약이다보니 처방을 받더라도 환자들이 약이 구비돼 있는 특정 약국을 찾아가야 하는 형태”라며 “급여화를 해서 어디서든 처방을 하고 약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심평원 신고 절차는 없애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먹는치료제 투여에는 여러 행정적 허들이 있는 만큼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지속적으로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