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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신약개발하면 시간·비용 절반 뚝↓? "아직은 후보물질 도출 2~3년 단축 불과"

    온코크로스 김이랑 대표 최근 '디지털·융복합화' 강조한 헬스케어연합회 포럼서 지나친 맹신 지양 제언

    기사입력시간 2023-03-12 11:53
    최종업데이트 2023-03-12 11:53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최근 많은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낮추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열린 제1차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포럼에서도 잇따라 AI신약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제약사의 AI 전문기업간 협업 등 오픈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온코크로스 김이랑 대표는 포럼 행사 말미에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면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날 오두병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신약단장은 '바이오 대전환시대의 신약개발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4차산업혁명에 의한 과학기술 융합에 따라  '바이오 대전환' 시대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오 단장은 "기술패권 시대의 대표분야는 바이오다. 기술 혁신이 곧 신산업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며 "다만 바이오는 고비용, 고위험, 장기간이라는 R&D 한계점이 분명한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의 성능 또는 트랜지스터 밀도가 2년마다 2배씩 향상하는 것(무어의 법칙)과 달리 신약개발 R&D 생산성 감소로 1950년 이후 신약 R&D 10억 달러당 FDA 승인 신약 수는 9년마다 반감(이룸의 법칙)한다"면서 "최근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 접목으로 바이오 R&D 한계 극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신약개발 역시 고비용, 고위험, 장기간이라는 장벽 극복은 AI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보통 신약개발 주기를 보면 후보물질 발굴과 스크리닝 등이 3~4년이 소요되고 최적화는 1~3년, 비임상시험·독성시험 1~3년, 임상시험은 5~6년, 상용화 1~2년의 기간이 이어진다. 그런데 임상시험 진입 이전의 최소 5~10년의 기간을 빅데이터 검색·선택과 밸리데이션으로 1~2년만에 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 오두병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신약단장.

    오 단장은 "후보물질 탐색과 비임상시험은 물론 AI를 신약개발 전 과정에서 활용 가능하다. 대규모 정보 수집, 분석, 제조, 인허가, 실사용단계 등에도 AI를 활용해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성공률을 대폭 높일 수 있다"며 "우선 ▲정보탐색 단계에서는 대규모 정보 수집과 종합화, 기존 약물을 다른 질환에 이용하는 방안 등을 AI가 대신하고,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서는 약물디자인과 새로운 신약후보 창출과 검증을, ▲비임상(전임상)에서는 실험설계와 수행, 독성예측까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상시험 역시 설계와 피험자 모집, 최적화, 계량약리학 등을 할 수 있다. ▲제조단계에서는 스마트제약공장을 통해 보다 고품질의 의약품을 빠르고 정확하게 생산하고 ▲인허가 의사결정도 대신하며 ▲실사용(리얼월드)단계에서는 스마트 약물감시를 통해 안전한 사용도 도모할 수 있다"면서 "이미 최근 알파폴드2를 통해 2억개 이상 약물의 주요 타겟인 단백질 구조 예측이 가능하며 이는 오픈소스로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 게다가 알파폴드2를 재현한 로제타폴드 개발도 성공했다"고 부연했다.

    원희목 서울대 특임교수(제약바이오협회 고문)도 기조 강연을 통해 제약사들이 변화에 더디게 움직이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신약개발에서 AI(인공지능)를 활용하면 연구개발과정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도 관심이 매우 적거나 아예 활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이상은 분절된 형태로 산업이 유지될 수 없다고 판단해 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등 유관기관들이 퀀텀점프를 위한 연합회를 출범시켰다. 제약회사들도 이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디지털화와 융복합에 나서야 할 때"라며 "콜라보레이터가 아니면 죽음 뿐'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면서 AI 활용 등 디지털화, 융복합화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국회, 정부 관계자들도 크게 동의하면서 지원을 약속했으나, 온코크로스 김이랑 대표는 지나친 맹신을 경계하면서 아직은 AI 신약개발이 초기 단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AI 신약개발이라는 장르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매우 핫한 영역"이라며 "연합회 주제발표에서 인용한 자료들을 보면 '1년 안에 임상시험을 간다'는 이야기가 많고, 최근 많은 제약사들이 AI신약개발 회사들과 같이 일하면 대폭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것으로 보고 큰 기대감으로 협업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R&D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파격적으로 절감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독성이나 약물 디자인 등이 모두 가능해지면 시간과 비용을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유럽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후보물질 참색단계에서 단서(Clue)를 주는 정도다. AI를 활용해 신약개발을 하더라도 독성시험, 효력시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개발 십수년의 기간 중 2~3년 정도 단축하는 데 그친다"면서 "AI협의체에서도 제약기업드링 기대하는 바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김 대표는 "조금씩 기술이 발전하고 개선하고 있지만, 아직 절반을 단축하기에는 먼 일"이라며 "AI가 더 정교화되고 신약개발의 전 단계에서 활용이 이뤄지려면 기업들은 더 기다려주고 정부에서는 큰 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