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2018년 5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오직 문재인 케어 저지'를 내세워 당선됐다. 의협회장 임기는 3년이라 최 회장의 임기는 내년 4월 말까지 8개월이 남았다.
4일 대한소아청소년과임현택 회장은 최 회장이 대한전공의협의회,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와의 독단적인 합의 추진을 이유로 의협 대의원회에 탄핵 발의안을 올렸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 한 차례 탄핵 위기에 처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한참 파업 열기가 뜨거울 때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감옥에 가겠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일부 젊은 의사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임기 첫해부터 시도의사회장단과 의협 대의원회, 산하단체 등과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최 회장의 탄핵안과 비대위 구성안이 발의됐지만 부결됐고 2018년 임기 첫해에도 비대위 구성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최 회장이 의료계로부터 비판을 받은 이유는 “문재인 케어를 저지한다더니 겉으로만 투쟁을 외치고 협상을 하고, 결국 모든 정책들이 정부의 의도대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회장 탄핵이 성립되려면 현재 재적 대의원 242명의 3분의 1인 81명이 직접 동의서를 이메일이나 팩스, 우편 등으로 발송해야 한다. 동의서가 모아지면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이를 제출해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임시대의원총회(임총) 날짜를 확정한다. 그리고 나서 임총이 열리면 안건에 대한 표결이 이뤄진다.
현재 재적 대의원은 지역별로 서울 37명, 부산 14명, 대구 13명, 인천 8명, 광주 8명, 대전 6명, 울산 6명, 경기 18명, 강원 5명, 충북 5명, 충남 6명, 전북 8명, 전남 7명, 경북 8명, 경남 9명, 제주 4명 등에 이어 직역별로 의학회 50명, 군진의 5명, 개원의 17명, 공직의 2명, 공보의 1명, 전공의 5명 등으로 구성돼있다.
지난해 12월 회장 불신임안 추진 경과를 보면 동의서를 모으고 임총 날짜를 확정하는 데서 시간이 소요돼 발의에서 표결까지 한달 남짓 걸렸다. 동의서를 모으지 못해 임총이 열리지 못할 수도 있고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변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최 회장 집행부는 정부 정책에 끌려가기만 했다. 최 회장 집행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 귀담아듣지 않는 불통 회무가 계속 됐다"라며 "의료계는 가급적 분열되지 않고 하나되는 목소리를 내자는 이유로 위기 상황에서도 최 회장 집행부를 여러차례 격려했지만, 결국 이번 합의를 계기로 찬성하던 이들마저 상당수 돌아서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의협 대의원회는 5일 오후 4시 30분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회장과 상임이사들로부터 합의문 서명에 이르기까지 전후관계를 보고 받고 최선의 수습책 마련을 위해 논의한다.
2019년 임총 "겉으로는 투쟁하고 손 놓고 있다가 정부 정책 그대로"
지난해 12월 29일 열렸던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대의원 239명 중 204명이 투표해 찬성 82표, 반대 122표로 부결됐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은 202명이 투표해 찬성 62명, 반대 140명으로 부결됐다.
최 회장 불신임안 사유를 보면 “겉으로는 투쟁하고 밀실에서 정책 일방 추진”이 원인이었다. 투쟁과 정책 저지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모든 정책이 정부의 흐름대로 그대로 흘러가는 것에 있었다. 또한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 산하단체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 붙통회무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의료일원화 합의 정황, 방문진료 왕진 찬성, PA합법화 문제 방관, 산하단체 배제, 상대가치위원회 개원의와 학회 동수구성 미이행, 회원정보 이용 동의 없이 조국 사태 설문조사 이용, CT· MRI 영상의학과 인력규제 문제 미해결 등을 들었다. [관련 기사="의협, 겉으로는 투쟁하고 밀실에서 정책 일방 추진…왕진 불참 선언했지만 커뮤니티케어 방문진료에는 참여"]
당시 불신임안을 발의했던 박상준 경남대의원은 “오직 문재인 케어 저지라는 선명한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출범한 의협 제40대 집행부의 역할이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그 틈을 이용해 정부는 그동안 선배 회원들이 온몸을 던져 막아왔던 의료 관련 불합리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의원은 “그런데도 의협 대응은 방향성을 상실하고 내부적으로 조직화하지 못하고 있다. 직역 간 갈등과 회장의 부적절한 정치 노선의 표방으로 말미암아 총체적인 난국을 맞이했다”라며 “정부의 악의적 의사 죽이기 정책과 시민사회 단체와 국회의 압박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게 의협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고 했다.
박 대의원은 “의협이 처한 위기를 인정하면서도 나서 극복 방안을 제시하고 수습대책을 세우지 않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큰 실망과 무력감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라며 “회원의 권익을 위해 회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회원의 권익에 심각한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다면, 이는 회원에 대한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2018년 임총 "투쟁한다더니 협상만 하는 의협, 비대위 구성하고 소통 회무를"
최대집 회장이 투쟁 아닌 협상만 한다는 2018년 임기 시작 첫해에도 있었다. 당시 정인석 경남대의원은 문재인 케어 저지와 수가 정상화 대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발의했다.
2018년 10월 3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안은 투표에 참여한 178명 대의원 중에서 129명 반대(72.5%), 49명 찬성(27.5%)으로 부결됐다. [관련 기사=대의원들 "최대집 회장 믿어보겠다. 수가 인상 이뤄내고 의료일원화·경향심사 막아야"]
정인석 경남대의원은 당시 비대위안을 발의하며 “2017년 12월 10일 혹한의 대한문 광장에 모여서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기 위해 수많은 의사 동료들이 벌벌 떨면서 외쳤던 그 함성을 아직도 기억하는가”라며 “최대집 회장은 의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이전 집행부를 상대로 펼쳤던 투쟁을 하지 않고 있다.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면서, 문재인 케어를 사실상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의원은 “한방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의한정협의체에서 밀실행정을 통해 합의문 초안을 만들어놨다. 회원들 모르게 정리해놓고 기사화되면서 문제가 되자 그때야 아니라고 발뺌했다”고 지적했다.
정 대의원은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상임이사가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라며 “ 최 회장은 문재인 케어를 막을 후보는 자신밖에 없다고 했고, 의료를 멈춰서라도 문재인 케어를 막겠다고 했다. 공약을 실현하려면 이렇게 행동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협 집행부는 비대위 구성이 결정되면 전체 13만 의사를 위해 비대위에 전격적으로 도움을 주고 협조해 달라. 만약 부결되면 철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회원들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다시 한 번 더 깨닫고 소통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