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주제로 한 공론화 논의를 중단했다. 탈모 치료제 급여화 논의가 본격화되자 의료계와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건강보험 재정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는 29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탈모 급여 확대를 주제로 한 토론회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토론회를 앞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탈모 급여 확대에 대한 여러 입장이 충분히 제기된 점을 감안해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오는 7월 4일 ‘모두의 토론회’ 첫 번째 의제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다룰 예정이었다. 보건복지부도 탈모 치료제 급여화 방식과 대상, 재정 소요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2030 청년층을 겨냥해 제시한 공약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이번 공론화 추진은 단순한 보장성 확대 논의를 넘어 청년 공약 이행 차원의 상징성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공론화 계획이 알려진 뒤 의료계와 환자단체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을 탈모 치료제 급여화에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의료계는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응급·소아·분만 등 지역 필수의료 붕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탈모 치료제 급여화를 우선 논의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탈모로 고통받는 환자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보험 급여 우선순위는 의학적 필요성과 생명·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며 “필수의료와 중증질환 보장성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탈모 급여화가 먼저 공론화되자 의료계 내부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도 탈모 급여화 논의가 청년 민생정책으로 보이기보다 건강보험 재정의 정치적 사용 논란으로 확산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환자단체까지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공론화 동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환자단체 반발도 적지 않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모 치료제 급여화 숙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치료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이 2021년 64.5%에서 2024년 64.9%로 60%대 중반에 머물고 있고,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은 같은 기간 84.0%에서 81.0%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암질환 보장률도 80.2%에서 75.0%로 낮아졌다.
환자단체는 “숙의는 필요하지만 순서가 틀렸다”며 “탈모 환자의 고통을 부정하지 않지만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중증질환 치료에 우선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이번 중단 결정이 사실상 정책 속도 조절이라고 해석한다. 탈모 치료제 급여화가 공론화 단계에 오르는 순간, 건강보험 재정 투입 기준과 보장성 확대 우선순위 논란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탈모 치료제 급여화는 단순히 한 품목의 급여 여부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의 문제”라며 “정부가 토론회를 강행했다면 중증질환 환자, 희귀질환 환자, 필수의료 현장 모두에서 반발이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모두의 토론회는 중단하더라도 청년을 비롯한 국민 건강 문제 해결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 발굴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