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COVID-19) 전담병원에 일반 응급 환자를 위한 응급실도 정상 운영하라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예상된다. 응급실 선별진료가 가능한 곳은 문제되지 않지만, 시설, 인력, 장비 등이 열악한 일부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환자의 동선 분리가 어려워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복지부는 23일 경증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대구·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시도별 전담병원을 지정해 1만 병상을 확보한다고 밝힌 상태다. 지역사회 확진환자가 다수 발생할 것에 대비해 전국 지방의료원, 공공병원 등 43개 기관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28일까지 전체 환자를 타 기관으로 전원조치하도록 소개 명령을 시달했다.
“코로나19 환자와 동선 분리하고 응급실 정상 운영하라”
복지부는 지방의료원, 공공병원 등을 감염병 전담병원을 지정하면서도 각 지역의 응급의료 공백을 우려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는 26일 각 지자체에 응급의료기관 운영과 관련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지자체는 다시 이 공문을 각 지방의료원 등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내려 보냈다.
복지부는 공문에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 중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이라고 할지라도 코로나19 환자와 동선을 분리하고, 응급의료종사자 개인 보호구의 철저한 착용 등을 토대로 응급실은 정상 운영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응급환자 수용 거부로 제 때에 필요한 응급의료 제공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라며 “시군에서 관내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지도 및 안내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또한 복지부는 “진단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응급실 진료 중단, 코로나19 확진자 내원 등 응급실 소독 지침과 달리 필요 이상으로 진료체계 지연되지 않도록 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방의료원, “엑스레이도 한 대 뿐인데 환자 분리 어려워”
일부 지방의료원은 이런 복지부의 방침을 즉각적으로 비판했다. 시설, 인력, 장비 등이 충분하지 않은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환자 진료와 일반 환자 진료의 병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환자군이 섞이면 일반 환자의 감염 위험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전라남도의 한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다른 응급의료센터급 기관은 전용 장비와 동선 설계가 지정요건이기 때문에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응급환자 진료의 병행이 가능하다"라며 "하지만 작은 규모의 의료원은 이동형 엑스레이, CT, MRI 등이 한 대씩 밖에 없다. 중환자실과 인공호흡기 등도 없고 인력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가 응급환자들의 민원 때문인지 말도 안되는 처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입원하기 전까지라면 몰라도 입원한 이후에도 응급실 진료를 가능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라며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아니다. 일반 응급환자는 인근의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 보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응급실을 운영하려면 선별진료를 해야 하고 인력이 더 필요하다. 특히 검사 장비는 동선 분리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일반 응급 환자가 오더라도 영상검사 자체를 할 수 없다“라며 ”응급실에서 엑스레이조차 사용하지 못한다면 의원급 의료기관처럼 단순 경증 환자를 받으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응급실을 운영하는 자체에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와 보호복 부족 문제도 지적된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인데도 보호복 보유분이 이틀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곳도 있고 마스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에게만 하루 1개로 제한하라는 곳도 있다.
“환자들 동선 분리 어렵다면 코로나19 환자 수용하지 말아야”
행정 당국은 일반 환자의 동선분리를 통해 환자들이 섞이지 않는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라남도청 공공의료팀 관계자는 "아직 확진환자를 수용하지 않는 상황이라 준비하고 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와 협의를 거쳐 환자들의 동선 분리를 통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확한 방침은 복지부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보건복지부가 우려하는 것은 응급의료 공백이다. 그러다 보니 복지부와 지방의료원 상황 모두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개별 상황이 워낙 다르고 각자 첨예하다 보니 이렇다 할 대안 제시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일선 병원들 역시 다수의 코로나19 환자들이 이동하면 동선이 섞이고 감염 위험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지정했다면 일반 환자와의 동선을 차단하고 환자들이 섞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서울, 경기처럼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은 주민들이 알아서 코로나19 전담병원의 응급실을 찾지 않는다. 하지만 인프라가 열악한 곳은 지방의료원이 응급실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환자가 섞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다른 병원장은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지정한 것은 일반환자와 섞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고 응급환자가 염려된다면 해당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지 않도록 개별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