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중환자에 대해 증상 발현 20일 후 격리해제를 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다.
환자 상태에 따라 병상 이동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20일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전파 우려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어 일률적 격리해제 적용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난 코로나19 중환자의 경우, 일반실로 옮기고 상태가 심각한 환자는 일반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토록 하는 조치를 16일 발표했다. 코로나 중환자 병상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병상 회전률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다. 정부는 조치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격리해제 후 입원치료비도 환자 본인부담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지침은 현장 갈등만 부추기지 효율적 병상 가동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환자들 중 에크모 장비나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이동이 어렵다”며 “에크모는 작동을 시키며 옮길 방법이 없고 인공호흡기도 이동형이 있지만 그걸로 견디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환자들은 일반 중환자실이 코로나 중환자실 바로 옆에 붙어있지 않는 이상은 이동이 불가능해 현실적으로 지침을 지킬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격리해제 후 입원을 원하는 경우 입원비가 환자 본인 부담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환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그에 따른 환자 및 보호자들의 민원을 병원들이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중환자실에 있으면 경우에 따라 일주일만 지나도 본인부담금이 1000만원 이상 나올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이 되면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이 견딜 수가 없고, 의료진도 엄청난 민원에 시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병실로 전실할 경우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점 역시 우려가 큰 대목이다. 통상 20일 후에 전파력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에 따라 그렇지 않은 사례들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악의 경우 고위험군인 일반 중환자들이 집단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엄 교수는 “80~90대의 고령자라거나 여러 면역질환이 있는 환자는 PCR검사에서 전파력이 없는 수준까지 바이러스가 감소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20일이 지나도 전파력이 지속되는 사례들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차기 회장) 역시 이번 조치가 병원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내 전파 위험이 전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으로선 코로나19 환자에 준하는 보호 장치들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를 위한 병상이 조금 더 생길 수는 있겠지만 병원 내 전파를 원천 차단하려는 병원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20일 지난 환자가 격리해제되더라도 병원이 그 환자를 온전히 일반환자처럼 대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결국 그 환자가 중환자 병상에 있든 일반 병상에 있든 인력과 장비는 똑같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원내 감염과 전파에 대해 엄격한 병원과 사회적 분위기 하에서 이번 조치는 일선 현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김탁 교수는 원내 전파 가능성보다는 일반 응급∙중환자 진료체계가 붕괴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원내 전파 문제는 크게 보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중증병상 확보를 위해 줄인 일반 중환자실을 격리해제된 코로나 환자들이 채우면서 일반 중환자실 병상이 소진되고 연쇄적으로 응급실∙중증질환 진료가 중단되는 것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코로나19에 의한 피해보다 훨씬 막대한 피해를 낳을 것”이라며 “그야말로 응급진료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