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7000명 이상 발생하면서 국내 중환자 진료 마비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현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급한 대로 정부는 코로나19 위중증환자 증가에 대비해 상급종합병원 병상동원령을 내려 허가 병상의 1.5%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민간병원 병상동원령으로 병상은 확보했어도 인력과 장비가 없어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선 현장에서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수차례 대유행이 있었지만 고비 때마다 중환자 진료 문제가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올랐던 이유다.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지난해 초부터 줄곧 현장의 중환자 진료 공백을 우려했다.
의료계는 중환자진료 대책본부를 설립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고 거점전담병원을 통해 효율적으로 중환자 진료에 대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감염병 거점전담병원 설립으로 코로나 중환자로 인한 비코로나 중환자 진료에 공백을 줄이고 중환자 병상을 한곳에 모아 증상에 따른 전원이 필요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지만 섣불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중환자 진료 우선순위를 통해 부족한 의료 자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지만 현장에 반영되지 못하고, 이번 위드코로나 이후 대유행 때에 또다시 거론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환자가 늘어나면서 인공호흡기나 에크모(ECMO) 등 응급 장비의 부족도 현실화되고 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현재 에크모 적용 환자 수는 코로나19 1~2차 유행 시기의 일간 최대 에크모 환자 수의 2배가 넘는 상황으로 향후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는 동절기를 앞두고 일선 병원들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한국은 코로나 중환자가 생겨선 안 되는 나라다. 중환자 진료에 대한 체계적인 개념조차 보건복지부에서 갖고 있지 않다. 환자 생명과 가장 직결된 과목임에도 담당 공무원 하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취재도중 만난 한 의대 교수는 정부가 중환자 진료체계를 개선하기보단 어떻게든 병원들의 병상 동원을 통해 눈앞에 위기를 넘기기에만 급급하다고 하소연을 늘어놨다. 실제로 10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추가로 행정명령을 내리고 또다시 241개의 500~700병상 종합병원으로부터 241병상을 강제동원했다. 뒤늦게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도 137개 병원, 1659병상을 추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환자 이송 체계와 인력 부족, 비코로나 중환자 진료 등 문제에서 공백이 발생할수 있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사전에 받아들여 미리 대처할 수 있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초 정부가 200~300병상 중소병원을 포함해 전담병원 60여곳을 추가 지정하는 과정에서 무작정 병원 지정만 하다보니, 코로나19 진료를 볼 수 없는 정형외과나 재활병원도 포함돼 전담병원을 재지정하는 파문이 일기도 했다. 섬세한 정책 추진이 아쉬운 대목이다.
코로나19 환자의 치명률은 그 나라의 중환자 진료 시스템과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여러 번 대유행을 겪고도 K방역을 자랑하던 정부는 확진자가 확 늘어날 때만 당장 남아있는 민간병원 중환자 병상을 쳐다볼 뿐, 실제 현장의 어려움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위중증환자 수는 사흘 연속 800명대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추세를 봤을 땐 짧은 기간에 2배~3배 이상 급증한 수치지만 하루 수만 명씩 확진자가 쏟아지는 유럽과 미국에 비해선 비교도 안 되게 적은 숫자인 것도 팩트다. 고작 중환자 몇백 명으로 진료체계 자체가 마비되고 병상을 마련해도 인력과 장비가 없는 ‘웃픈’ 현실에 일선 중환자 의료인력들만 매번 쓴웃음을 짓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