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건선과 유방암, 탈모,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HIV, 크론병 등 다양한 치료 영역의 블록버스터 유망 치료제가 올해 허가를 받으며 치료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항암제가 크게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시장에서 매출 10억 달러의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를 약물은 9개가 꼽혔고 그 중 8개는 항암제였으며, 4개는 자체 개발 제품이었다.
클래리베이트(Clarivate)가 26일 '2023년 블록버스터 신약' 보고서를 발표하고 의료 분야를 변화시킬 15가지 치료법을 소개했다.
먼저 UCB의 건선 치료제 비메키주맙(Bimekizumab)이 보고서에 가장 첫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는 비메키주맙을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선정한 이유로 임상 3상 결과 기존 치료제 대비 현저한 효능을 보인 점, 적은 투여 횟수와 우수한 안전성 프로파일로 임상의와 환자에게 각광받을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비메키주맙은 중등증~중증 판상 건선을 치료하는 첫 이중 특이성 IL-17 A/F 억제제다. 스텔라라(Stelara, 성분명 우스테키누맙)와 위약,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와 각각 비교한 3상 임상시험 3개에서 모두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또한 IL-17 억제제 코센틱스(Cosentiyx, 성분명 세쿠키누맙)과 비교한 3상 BE RADIANT 시험 결과 PASI 100 피부 개선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능이 확인됐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판상 건선 치료제로 이미 승인을 받아 출시했고, 미국에서는 제조시설 문제로 지난해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완요청서한(CRL)을 받아 허가가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BMS(Bristol Myers Squibb)의 판상 건선 치료제 듀크라바시티닙(Deucravacitinib) 역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선정됐다. 경구용 TYK2(tyrosine kinase 2) 억제제로 염증과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 IL-23, IL12, 1형 인터페론(IFN)의 신호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독특한 작용기전을 가졌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보고서는 "경구용 제제 및 광선치료 후에도 진전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로 권고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와 경쟁할만한 수준의 효능을 갖춘 경구제다"면서 "아프레밀라스트(apremilast, 제품명 오테즐라) 대비 효과가 뛰어나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아프레밀라스트는 의사들 사이에서 효능이 높지 않은 약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아페밀라스트에 대한 불응성 또는 불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유방암 치료제 카피바서팁(Capivasertib)은 초기 임상에서 PIK3CA, AKT1, PTEN 유전자 변이 상태와 상관 없이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현재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임상 3상 시험 성공 시 전이성 HR 양성/HER2 음성 유방암에 대한 2차 또는 후기 치료 목적으로 풀베스트란트와 함께 투약 시, 그리고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의 1차 치료 목적으로 파클리탁셀과 함께 투약 시 규제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샌안토니오유방암심포지엄(SABCS 2022)에서 발표된 CAPItello-291 임상시험 데이터에서 카피바서팁+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은 HR+/HER2- 유방암 환자에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0% 줄이는 것으로 확인되며,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AKT 억제제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GSK의 만성 신부전(CKD) 관련 빈혈 치료제 다프로두스타트(Daprodustat)는 뛰어난 안전성 프로파일과 효능, 경구 투여 방식을 기반으로 이미 주 치료제로 자리잡은 주사형 적혈구 생성 족진제(ESA)와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신부전 환자 중 빈혈이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다프로두스타트가 안전한 치료제의 공백을 메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일본에서는 이미 승인 받아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올해 중 허가를 받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브비(AbbVie)가 개발 중인 파킨슨병 치료제 ABBV-951(Foscarbidopa/Foslevodopa)는 파킨슨병의 표준모델 치료제(Carbidopa/Levodopa)를 새롭게 구성한 것으로, DUOPA/DUODOPA의 단점(수술 조건, 합병증 등)도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파킨슨병의 운동 동요용 치료제가 많지만, 진행성 파킨슨병 환자는 만성 질환 치료를 위해 다약제를 복용해도 운동 장애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약은 레보도파 수치를 안정화해 보다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러 임상 3상에서 장기적인 안전성과 내약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IL-23의 p19 서브유닛을 표적하는 단일클론항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미리키주맙(Mirikizumab)은 퍼스트인클래스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판매 승인 신청이 제출돼 올해 중 허가 및 출시가 예상되며, 크론병 치료제로는 2025년 출시가 전망된다.
화이자(Pfizer Inc)의 원형 탈모증 치료제 리틀렉시티닙(Ritlecitinib)은 퍼스트인클래스 치료제로 빠른 효과와 함께 특히 청소년 환자군에 대해 평가되고 있는 유일한 JAK(Janus kinase) 억제제라는 점에서 높은 잠재력을 가진다.
두피의 최소 50%에서 탈모가 발생한 12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용량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ALLEGRO 2b/3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에 허가신청서가 제출됐고, 3상 ALLEGRO-LT 연구에서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능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에자이(Eisai)·바이오젠(Biogen)의 레카네맙(Lecanemab)과 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 ▲길리어드(Gilead Sciences Inc.)의 HIV 치료제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 ▲아펠리스(Apellis Pharmaceuticals Inc)의 발작성 야간혈색소 요증 (PNH) 및 지도모양위축(GA) 치료제 페그세타코플란(Pegcetacoplan)
▲트래버 테라퓨틱스(Travere Therapeutics)의 IgA신증 치료제 스파르센탄(sparsentan) ▲얀센(Janssen)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테클리스타맙(Teclistamab) ▲프로벤션 바이오(Provention Bio Inc)의 제1형 당뇨병 치료제 테플리주맙(Teplizumab) ▲바이오마린(BioMarin Pharmaceutical Inc.)의 A형 혈우병 치료제 발록토코진 록사파보벡(Valoctocogene Roxaparvovec) 등이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2023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꼽혔다.
더불어 보고서에는 중국 본토에서 성장하고 있는 시장 분석 결과도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2030년까지 10억 달러 규모의 블록버스터 지위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 9가지 의약품 가운데 8개가 항암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게임체인저 신약으로 꼽힌 9개 제품 중 ▲제넨텍(Genentech)의 티쎈트릭 ▲BMS의 옵디보 ▲MSD의 키트루다 ▲노바티스(Novartis)의 엔트레스토 ▲로슈(Roche)의 허셉틴 등 5개는 글로벌 제약회사가 개발한 약물이다.
그 외 ▲CTTQ(Chia Tai Tianqing Pharmaceutical)의 안로티닙(Anlotinib, 제품명 Focus V) ▲항서제약(Jiangsu Hengrui Medicine)의 캄렐리주맙(Camrelizumab, 제품명 AiRuiKa)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 Inc) 및 릴리의 신틸리맙(Sintilimab, 제품명 TYVYT) ▲베이진(BeiGene)의 티스렐리주맙(Tislelizumab, 제품명 Baize’an)은 모두 중국 자체 개발 항암제다.
보고서는 "이는 아마도 중국 정부가 암 치료 부담 해결에 중점을 두고 제시한 건강중국 2030(Healthy China 2030) 비전이 주도하는 의료 개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2022년 중국 내에서 482만 건 신규 암 진단 사례와 320만 건 암 관련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