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중국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 PD-1 항체 신틸리맙(sintilimab, 중국 제품명 Tyvyt)이 미국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추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거듭되면서 미국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중국 자체 개발 면역관문억제제는 규제당국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최근 열린 이노벤트의 파트너사 릴리가 제출한 신틸리맙 허가신청 관련 14대 1로 추가 FDA가 승인을 고려하기 전 추가 임상을 실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릴리와 이노벤트는 지난해 8월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비편편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로 신틸리맙과 알림타(Alimta, 성분명 페메트렉시드), 백금화학요법 병용요법에 대한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FDA는 자문위 회의 전 근거로 제출한 임상시험 Orient-11가 중국 단일국가 임상이며, 대조약(화학요법)이 미국의 표준요법을 반영하지 않고, 전체 생존(OS)이 아닌 무진행 생존(PFS)을 1차 평가변수로 설정한 점 등 6가지 이유를 들어 신틸리맙 병용요법을 허가하기 어렵다는 브리핑 문서를 공개했다. [관련기사=美FDA가 중국 데이터만으로 릴리 PD-1 항체를 승인하기 어렵다 판단한 이유 6가지]
FDA 심사관 측은 신청자가 중국, 미국, 유럽연합에서 수행될 추가 연구를 제안했으나 1차 평가변수는 객관적 반응률(ORR)로 평가변수 선택과 관련된 우려를 다루지 않으며, 오히려 신틸리맙은 다지역임상시험을 통해 승인된 면역관문억제제와 직접 비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문위 의견도 이와 비슷했다.
비편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분야에서는 미국에서 이미 2017년 5월 키트루다와 알림타, 백금화학요법 병용요법이 전체 반응률과 무진행 생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속 승인 받은데 이어, 2018년 8월 전체 생존(OS)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종 승인받았기 때문이다.
자문위에서 유일하게 추가 임상에 반대 의견을 낸 위원은 신청자의 가장 큰 문제는 FDA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은 것이라며 과학적으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과정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신틸리맙 사례를 바탕으로 현재 FDA에 신약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한 다른 중국 면역관문억제제 사정은 어떤지 알아봤다.
토리팔리맙, 아시아서 더 흔하고 승인약제 없는 비인두암 노린다
신틸리맙 다음으로 허가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약물은 상하이 준시 바이오사이언스(Shanghai Junshi Biosciences)가 개발한 토리팔리맙(Toripalimab, 중국 제품명 Touyi)이다.
토리팔리맙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허가받은 자체 개발 항PD-1 단클론항체로 2018년 12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절제 불가 또는 전이성 흑색종 2차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 받았다. 이어 2021년 최소 2차 전신요법에 실패한 재발성 또는 전이성 비인두암, 백금화학요법에 실패했거나 선행 또는 수술후 백금화학요법 후 1개월 이내 진행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받았다.
토리팔리맙은 계약에 따라 코헤러스 바이오사이언스(Coherus Biosciences)가 미국 및 캐나다 상업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코헤러스는 지난해 비인두암 1차 치료로 토리팔리맙과 화학요법(젬시타빈 및 시스플라틴) 병용요법 및 비인두암의 2차 이상 치료로 토리팔리맙 단독요법에 대한 BLA 접수를 완료했다. 우선심사지정을 부여받아 전문의약품 허가신청자 비용부담법(PDUFA)에 따른 목표 심사 종료일은 2022년 4월로 설정됐다.
제출된 근거는 표준 화학요법에 불응성인 재발성 또는 전이성 비인두암에서 토리팔리맙 단독요법 2상 임상인 Polaris-02와 비인두암 1차 치료에 대한 토리팔리맙 병용요법 3상 임상인 JUPITER-02 데이터다.
Polaris-02 연구 결과 토리팔리맙은 관리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과 지속적인 임상 반응을 입증했고, 이 결과는 2021년 1월 임상종양학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게재됐다. JUPITER-02 연구에서도 토리팔리맙 치료는 관리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과 함께 화학 단독요법보다 우수한 무진행 생존 및 객관적 반응률, 더 긴 반응기간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8월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Polaris-02 연구는 중국에서만 수행됐고, JUPITER-02 연구는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3개 국가에서만 수행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신틸리맙 승인신청에 대한 브리핑 문서에서 FDA는 "간세포암종이나 비인두암종과 같이 미국보다 아시아에서 더 흔하고 지역에 따라 환자 수가 적어 다지역임상시험에 등록하기 어려울 수 있는 질병은 규제 유연성이 필요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미국에서 현재 비인두암에 사용하도록 승인된 PD-1 억제제가 없다는 점에서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티스렐리주맙, 식도암 임상엔 북미인구 포함됐으나 폐암선 미국 빠져
베이진(BeiGene)이 개발한 티스렐리주맙(Tislelizumab, 중국 제품명 Baizean)은 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편평세포암종(ESCC) 2차 치료제로 가장 먼저 FDA 허가 관문을 두드렸다. 파트너사는 노바티스(Novartis)다. 목표 심사 종료일은 2022년 7월 12일이다.
BLA 제출의 근거가 된 Rationale-302는 중국, 대만, 한국 외에도 미국과 유럽 병원이 포함된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이다. 이 연구의 유럽 및 북미 인구 데이터를 따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티르셀리주맙은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사망 위험을 30% 줄이고,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을 2.3개월 연장시켰다. 유럽과 북미 하위그룹의 효능과 안전성 결과는 전체 인구와 일치했다.
하지만 만약 비소세포폐암 2차 또는 3차 치료 적응증에 대해 미국에서 BLA를 제출한다면 신틸리맙과 유사한 난관이 예상된다. 베이진은 글로벌 연구지만 미국 임상사이트를 포함하지 않는 3상 임상 Rationale-303 연구에서 화학요법에 대한 수명 연장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상 지역은 브라질과 불가리아, 중국, 리투아니아, 멕시코, 뉴질랜드, 폴란드, 러시아, 슬로바키아, 터키 등이었다.
FDA 우수종양학센터(Oncology Center of Excellence) 디렉터 리차드 파즈두르(Richard Pazdur) 박사는 과거 중국에서 개발된 PD-1 억제제에 대한 중국 임상연구는 미국의 임상연구와 비슷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근거해 FDA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발표한 논평에서 "미국에서 승인된 적응증에 대해 개발된 약물은 승인된 PD-(L)1 요법과 일대일 비열등성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면서 "미국 이외 지역에서 수행된 임상은 그 결과가 미국 국민들에게 일반화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추가 규제 허들을 넘어야 한다"고 밝혔다.
5번째 중국산 면역관문억제제 펜풀리맙도 비인두암으로 미국시장 겨냥
이 외에도 아케소(Akeso)와 시노 바이오팜(Sino Biopharmaceutical Limited)의 자회사 치아타이텐칭(Chia Tai-Tianqing Pharmaceutical Group)이 공동 개발한 펜풀리맙(penpulimab, 중국 판매명 安尼可)도 FDA에 BLA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풀리맙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승인된 다섯번째 중국 자체개발 PD-1 면역관문억제제다.
중국에서는 호지킨림프종 3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미국에서는 비인두암 3차 치료제로 먼저 BLA를 제출했다. 근거로 제출된 연구는 중국에서 수행된 2상 임상시험이다. 토리팔리맙과 같은 적응증으로 FDA에 신청했으나 임상에 대해 알려진 자료는 적다.
아케소는 2021년 5월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PD-1 약물로는 처음으로 FDA가 실시간항암제심사(Real-Time Oncology Review, RTOR)를 통해 BLA를 검토할 것이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업데이트된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