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올해 광주·전북·전남 등 호남에서 시행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에 참여한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광주응급의료지원단장)가 사업을 둘러싼 비판에 직접 해명했다.
조 교수는 자신도 초기 사업안에 강하게 반대했으며, 협의를 통해 지역 이송지침의 작동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이 응급의료법 개악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지역 의료진과 소방이 수년간 준비한 협력체계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15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6 대한응급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응급의료체계, 정책: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과 지역응급의료체계 구축’ 세션에서 광주 지역의 사업 추진 경위와 운영 경험을 설명했다.
“이사장이 시켜서 했느냐는 질문 많아…지역 이송체계 준비해 온 것”
조 교수는 발표 초반부터 시범사업 이후 자신을 향한 비판이 많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특히 “이사장님이 시켜서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학회 차원의 제도·정책 활동과 자신이 지역에서 추진해 온 이송지침·시스템 구축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수년간 반복적으로 보도됐고, 여러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현행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 왔다"며 "시범사업 전후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지역 이송지침이 반영됐다. 지역 이송지침에 대한 비판은 감내할 수 있지만, 시범사업 때문에 법이 개악됐다는 비난까지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 시범사업안에 대해서는 자신도 강하게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중증도에 따라 충분한 논의 없이 환자를 배정하는 구조로 받아들였고, 지역에서 준비해 온 이송체계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학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복지부와 협의하면서 지역별 이송지침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해결되지 않는 부분에 보완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지역 이송지침만으로 문제를 해결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단계까지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사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전북 역시 동일한 방식이 아니라 각 지역의 의료자원과 여건에 맞춰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호남이라 성공 예정됐다는 비판 모욕적…3개월 이전의 노력 봐야”
호남이 여권의 정치적 기반인 만큼 처음부터 성공을 예정하고 진행한 사업이라는 비판에는 “모욕적으로 들린다”고 반발했다.
그는 "광주 역시 같은 의료체계 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역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했다. 성과를 정치적 배경으로만 해석하면 현장의 준비와 협력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게 된다는 취지다.
조 교수는 시범사업 기간인 3개월 동안 특별한 체계를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수년간 준비해 온 지역 이송지침과 협력체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개월 만에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겠나"라며 "지원단 구성과 이송지침 마련, 지역 의료기관·119와의 협의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대학병원뿐 아니라 지역 종합병원 의료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도 중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별 자원을 공유하고 전원을 조정하는 체계를 만드는 데 여러 의료진과 지방정부가 함께 참여했다"며 "이송지침도 지역 전문의들의 의견을 받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심뇌혈관 관련 지침은 해당 센터와 협의하고, 각 병원이 실제로 진료할 수 있는 범위를 반영해 지침대로 이송했을 때 환자를 받아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27건만 보고 평가해선 안 돼…단톡방도 의료진 참여가 핵심”
수십 건의 환자 조정 사례를 근거로 사업 성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직접 조정한 건수와 전체 이송체계의 효과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광주는 6개 응급의료기관 당직의사와 구급대, 광역상황실이 참여하는 ‘중증응급환자 이송병원 결정 위원회(Final Landing Team, FLT)’를 운영해 총 27건의 환자 수용 조정에 대응했다. 시범사업 기간 광주의 중증환자(pre-KTAS 1~2) 현장체류 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1분 24초 줄어든 16분 6초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직접 조정한 27건만이 아니라 지역 이송지침에 따라 이송된 환자들도 시스템의 영향을 받았다"며 "전남·전북에서도 각 지역에 맞는 성과가 있었지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협의체를 단순한 ‘단톡방’으로 평가하는 시각에도 반박했다.
그는 "대화방을 개설하는 것보다 의료진을 설득해 참여시키고, 새벽에도 실제 당직 의료진과 연결해 환자 수용을 논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 어려웠다"며 "병원 한 곳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환자도 다른 병원과 함께 논의하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광주 소방의 협조를 받아 3~8월 약 6만7000건의 자료를 분석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분석 결과 중증도 2등급 환자 가운데 40분 이상 이송이 지연된 환자 비율이 시범사업 기간에 4% 가량 낮아졌다"며 "사업 종료 이후인 6~8월에는 다시 상승했지만 이전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사업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특정 개인의 노력에 의존하기보다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개정 응급의료법을 둘러싼 우선 수용과 강제 배정 우려에 대해서도 지역 이송지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지역 지침에 수용 확인과 협의 절차를 명시하고, 우선 수용 역시 절차를 거쳐 결정하면서 책임과 업무 부담을 나누도록 했다"며 "구급대원들 역시 의료진과 원만하게 소통하며 일하기를 원한다며, 지역 소방과 의료진이 함께 이송지침을 만들고 협력체계를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