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인제의대 백중앙의료원 전체 교수 절반 가량이 일방적인 서울백병원 폐원과 섣부른 언론 발표에 대해 정당치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교수 10명 중 6명은 서울백병원 폐원에 대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앞서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20일(오늘) 열리는 이사회에서 서울백병원 폐원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서울백병원 교수와 직원들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이뤄진 일방적 결정이라며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응답 많아…"막연한 기대감과 재단의 가스라이팅 영향"
20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입수한 ‘서울백병원 폐원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제의대 교수 48.2%가 서울백병원 폐원의 일방적 결정과 섣부른 언론발표에 대해 ‘정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모른다는 응답이 27.7%를 뒤를 이었고 정당하다는 의견은 24.1%였다.
특히 당사자인 서울백병원 소속 교수들의 대다수(93.9%)가 ‘정당하지 않다’고 답한 반면 형제병원 소속 교수들 중 ‘정당하지 않다’고 답한 교수의 비율은 35~50% 수준으로 소속 병원에 따라 이번 사안에 대한 온도차가 있었다.
또, 서울백병원 폐원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정당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32.4%로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응답(67.6%)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백중앙의료원 교수들 사이에선 현실적으로 폐원을 막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원의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임에도 어쩔 수 없다는 응답이 많은 설문 결과에 대해 인제의대 교수노조 측은 “폐원의 과정은 공정하지 않다고 다수가 인식하고 있지만, 폐원 이후 발생한 잉여자금이 본인의 임금상승이나 재직병원으로 투자되는 등의 막연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관계자 역시 “전체 병원들을 합치면 의료수익이 충분히 나오고 있음에도, 재단이 형제병원들이 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서울백병원의 적자 때문에 힘들다는 식으로 다른 병원들을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 해온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고용승계 '부담' 상계백∙일산백 교수들이 더 많이 느껴
재단 측이 밝힌 폐원시 고용승계 문제와 관련해 서울백병원 폐원 시 형제병원으로 교직원 분산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4.9%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특히 서울백병원과 동일 생활권으로 부산 소재 형제병원들에 비해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계백병원(52.1%), 일산백병원(60%) 등에서 부담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서울백병원 폐원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재단(74.8%)과 병원 운영진(51.8%)을 꼽은 교수들이 많았다. 병원 교수들과 직원들의 책임이라고 답한 비율은 서울백병원의 경우 10% 미만이었으나, 다른 병원들에선 10~20%대를 보였다.
급작스러운 서울백병원 폐원 관련 언론보도가 소속 병원과 인제학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52.9%였으며,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14.4%에 그쳤다.
또 재단과 의료원의 경영 부실에 대해 서울백병원 폐원 이외의 비전에 대해 논의했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지의 질문에는 84.2%가 없다고 답했다.
각 병원 자율성 인정하는 정책 펴야…의료원장 및 병원장 직선제 도입 찬성 72.9%
이번 설문에서는 향후 산하 병원 운영 방향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을 묻는 질문도 포함됐다.
각 병원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경영방침과 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의료원 정책이 변경돼야 한다는 의견이 87.8%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으며, 연장선상에서 의료원장 및 병원장 직선제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72.9%에 달했다.
인제의대 교수노조 측은 “성급한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에 대해 구성원들은 매우 복잡한 심정을 표했다”며 “서울백병원 폐원은 이해당사자인 서울백병원 교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절차적 부당함을 지적하는 대다수 교원의 의견을 적극 참고해 향후 비전을 포함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무제표를 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백중앙의료원의 당기순익익은 연 300억~700억원”이라며 “의료원 재정이 건전함에도 적자를 주장해 구성원을 압박하면서 보상을 억제하려는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 측은 또 “산하병원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유연하지 못한 재단경영의 한계를 인지하고, 각 병원의 자율경영을 존중하며 이에 따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해결책으로 의료원장, 원장에 대한 직선제 선거를 제안했고 대다수 교수가 찬성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