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전서구보건소장 자리를 두고 '공무원 내정설' 논란이 일고 있다.
의사 면허가 있는 보건소장직 지원자가 있었음에도 해당 지원자가 탈락하고 지원 자격이 공무원까지 낮춰져 내정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1일 의료계와 대전서구청 등에 따르면 대전서구청은 지난 10월 4일 보건소장 임용을 위해 1차 모집 이후 23일 재공고를 냈다. 이후 지원자가 없다는 이유로 11월 21일 2차 재공고를 진행했고 오는 12일 서류전형 합격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문제는 재공고 과정에서 의사 면허를 소지한 지원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의사회는 의사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지원했음에도 해당 지원자가 선정되지 않고 재공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에 따르면 보건소는 보건소장을 1명 두되,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은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정해서만 보건 등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의사 면허가 있는 의료인이 보건소장직에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선정되지 않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인 것이다.
실제로 대전서구에 따르면 의사 면허를 소지한 신청자가 1명 있었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당 지원자는 서류 통과 후 2차 면접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격성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으로 불합격 처리됐다.
이에 지원자가 없어 공석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대전서구청은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최근 5년 이상 보건소, 시·군·구에서 보건 등과 관련된 근무 경험이 있는 공무원까지 지원 문턱을 낮췄다.
지원 탈락 사유도 쟁점 중 하나다. 대전서구청은 지원자에게 탈락 사유를 설명했다는 입장이지만 대전시의사회는 지원자가 탈락한 명확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전서구청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선발시험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심사를 했다. 적격성 심사에서 지원자가 형식요건에 맞지 않아 불합격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과정은 개방형 직위 선발 지침에 따라 진행됐다. 조건에 맞지 않는데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합격시키는 것이 오히려 무리가 있다. 불공정하다는 것은 의사단체 입장에 불과하다"며 "내일(12일) 발표 예정인데 확실히 의사 면허 소지자에 한정할 때 보다 지원자가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며 민·형사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은 “의료인이 부족한 행정력은 배워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보건 관련 근무 경험만 있는 공무원은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활용해 구민들의 건강증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보건소장 내정설이 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닐 거라 믿는다. 구민들을 위해 일할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한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도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등의 국가적 유행과 세계최고수준의 결핵 환자 발생등의 보건의료상의 국민건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의사가 보건소장 직을 맡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법의 입법취지도 부합한다"며 "그런데도 대전서구청장이 이 법에 따른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있는 이유와 앞으로 임용절차를 어떻게 법에 맞게 진행할 지에 대해 분명히 답해 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만약 대전서구보건소장 임용절차가 법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과 위법행위자들에 대한 직무유기 형사고소, 민사소송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대전서구 의사회원들이 환자 동의를 얻어 대전서구 청장에 대한 지자체장 주민소환 절차에도 돌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도 11일 성명을 통해 " 아무리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을 보건소장으로 우선 임용하도록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더라도 현장에서 ‘우리는 노력했으나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혹은 ‘지원자가 부적격하다’는 식의 핑계를 내세워 의사의 보건소장 임용을 막아버린다면 지역사회 건강을 위해 제정된 법률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