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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소장 임용 직군 확대” vs “사무장 보건소 될 것”

    간협·약사회·치협·한의협,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 규정 개정 촉구…의료계는 '반발'

    기사입력시간 2023-03-28 12:39
    최종업데이트 2023-03-28 12:39

    2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지역보건소장 임용 개선방안 관련 토론회.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간호협회·약사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가 한 목소리로 지역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임용토록 한 법 규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른 의료직군에게도 보건소장에 임용될 기회를 동등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지역보건법 시행령에서는 의사면허가 있는 사람 중 보건소장을 임용토록 하고 있으며, 의사를 임용하기 어려울 경우에 한해 보건 관련 직렬 공무원에 보건소장을 임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의사 우선 임용은 ‘평등권’ 위반…의사 보건소장 40%로 현실과도 괴리
     
    2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선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주최로 ‘지역보건소장 임용 실태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간호협회·대한약사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가 공동주관했다. 의료인 직역단체 중에는 대한의사협회가 유일하게 제외된 셈이다.
     
    발제자로 나선 동신대 한의대 김동수 교수는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임용토록 한 현행 지역보건법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먼저 해당 규정에 대해 국가 인권위원회가 과거 두 차례에 걸쳐 평등권 위반 등을 이유로 개정을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 조항이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지난 10년간 의사 출신 보건소장은 40% 내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 출신 보건소장 임용이 보건소 임무 수행에 결정적 조건이라면 반드시 해결했어야 할 문제지만 그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행정적 조치도 없었다”며 “이는 보건소장의 의사 자격 조건이 선언적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현장에서 보건소장 임무 수행에 구체적으로 작동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보건의료 전문가인 의료직군에게 보건소장 임용 기회를 확대해 의료 소외지역의 지역내 공공의료 역할을 강화하고, 신속한 보건소장 임용을 통해 신속한 감염병 대응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소 기능 ‘진료→예방·돌봄’…지휘감독·커뮤니케이션 역량 중요
     
    약사 출신인 왕영애 전 오산시보건소장도 보건소의 일반 진료 기능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보건소장에게 의학적 전문성 보다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며 임용 직능을 확대 필요성에 동의했다.
     
    왕 전 소장은 “공공보건의료현장에서 보건소장에게 의학적 전문성보다 중요한 건 중앙정부 정책, 방역지침의 체계적 수행을 위한 지휘감독 역량, 보건의료협력을 위한 직능단체와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라며 “열악한 지방 보건의료 여건 완화 차원에서 보건소장 우선 임용 직능 확대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패널로 나선 치협 진승욱 기획·정책이사는 “치과의사는 유독 보건 소장으로 임명된 케이스가 극소수고, 현재도 258명 보건소장 중 치과의사는 1명도 없는데 이는 상식 밖의 일”이라며 “치과의사는 전신질환에 대한 교육도 다양하게 받았다. 의료적 측면, 행정적 측면서 보건소장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도 “더 이상 보건소가 과거 단순한 질병치료가 아닌 국가감염병 방역관리와 모자 및 노인보건사업, 보건교육 등 지역 보건을 총괄하기 위한 보건사업 행정 등 역할이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다”며 “진정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다면 보건소장은 의사만 할 수 있다는 인식의 고착화를 탈피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신중 입장 "논의 더 필요"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곽순헌 과장은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 소위서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된 내용을 전하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곽 과장은 “그나마 의사 보건소장이 많은 대도시의 경우에는 민간의료가 활성화 돼 보건소 진료 기능이 축소돼야 하는 상황이라 토론회서 나온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면서도 “정작 의사가 필요한 의료취약지에는 보건소장으로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의료취약지에 있는 보건소 중 일부는 공중보건의사가 떠나면 보건소에 의사가 한 명도 없어지는 곳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곽 과장은 “법안소위에서는 의료취약지에 의사가 없으면 안 되니 의사 우선 임용 규정은 유지하되 처우 개선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는 제안, 반대로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임용 직역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지자체 보건소의 의견도 들어볼 예정”이라며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의정연 우봉식 소장 “국민건강 차원서 부적절…사무장 보건소 될 것”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주장과 관련한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보건소장 임용 직군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의사 보건소장이 많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보건소장직의 안정성 부족을 꼽았다.
     
    그는 “지휘·감독을 하려고 해도 의학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다른 직종에서 보건소장을 한다면 ‘사무장병원’과 비슷한 것이다. 사실상 사무장 보건소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보건소장 의사 우선임용이 평등권에 위반된다고 하는데, 자유와 평등은 항상 대립하고 이걸 균형감 있게 가져가는 게 정의”라며 “이 사안에서 정의의 기준은 국민의 건강이지 단순히 직종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걸로 보는 건 굉장히 단편적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의사들이 보건소장을 하지 않는 건 직업적 불안정성 때문”이라며 “단체장이 바뀌면 잘리는 일이 부지기수고 전문직으로서 일을 할 수가 없는 자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