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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환자 약물투여를 간호사가?…응급실 의사들 "환자도 죽고 간호사도 죽는다"

    법적 책임소재 문제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응급 환자 보는 간호사 없을 것 …간호사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

    기사입력시간 2024-03-07 16:31
    최종업데이트 2024-03-07 16:3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간호사 업무범위를 대폭 확대하자 응급실 의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7일 오전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로 간호사가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공개했다.

    그러나 현장 응급실 의사들의 견해는 다르다. 특히 간호사 법적 책임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전혀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이날 메디게이트뉴스에 "현실 임상에서 의사의 구체적 지시없이 심폐소생술(CPR)이나 약물을 투여할 간호사는 없을 것"이라며 "병원 전 상황이 아닌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가 심정지가 와서 생명이 경각에 달렸는데 간호사가 알아서 심폐소생술하고 있다면 이를 용인할 환자의 보호자도 없을 것이고 반드시 의료 분쟁의 소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보이사는 "기본심폐소생술(basic life support) 범위를 넘는 기도 삽관 후 에피네프린과 같은 약물을 주고 전기적 제세동을 하는 것은 의사 처방 없이 간호사가 단독으로 실행하기도 어렵고 한계도 명확해 현장에서 이를 실시할 간호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도 "정부가 먼저 나서서 의료법에 명시된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초과한 불법행위를 교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심폐소생술이 그저 심장마사지와 약만 주면 되는 행위라는 기본적인 생각이 투영된 말도 안되는 결정"이라며 "책임소재가 불명확해 여기에 참여하거나 동조한 간호사들은 분명 처벌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정부가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약물투여 등 응급한 환자에 대해 간호사가 대처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확대한다고 한다. 결국 간호사에 대한 복지부 행정처분은 없을 수 있지만 환자 상황이 안좋아졌을 때 간호사가 민형사상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업무범위가 늘어난 간호사들에 대한 법적 피해를 면책할 수 있는 조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현장에선 어떤 간호사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매번 대단한 대책을 내놓는 것처럼 하지만 실상은 현장에 전혀 적용할 수 없는 것 뿐"이라고 질타했다.   

    간호사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달 20일부터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불법진료 지시 등에 대한 간호사들의 신고를 받고 있다. 6일 기준으로 총 218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간호사들은 신고 등을 통해 간호사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진료행위가 간호사들에게 무분별적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