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방역당국이 전국 예방접종센터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서두르면서 자칫 백신 관련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장 의사 수에 비해 많은 접종 인원을 한꺼번에 접종하려다 보니 백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환자 예진이 환자 1명 평균 1분도 되지 않는 등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23일 기준 현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예방접종센터에 근무하는 의사 4인 당 일일 평균 600명의 접종인원을 소화할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접종 인원이 넘치다 보니 의사 1인 당 200명의 접종인원을 소화해야 하고, 접종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기저질환이나 당일 컨디션을 체크하는 예진 시간도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임진수 회장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원래 예방접종센터 운영 계획 수립 당시 의사 1인당 150명의 예진을 기준치로 설정했다"며 "그러나 의료인력 수급이 부족한 지자체 등의 요구에 따라 예진 의사 1인 당 접종인원을 최대 200명 등록 가능하도록 늘리면서 일선 공보의들이 무리한 예진량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공협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의 공보의들은 코로나19 선별진료, 역학조사, 각종 생활치료센터와 임시생활시설 파견에 이어 예방접종센터 예진에도 투입되는 상황이다. 민간의료인력 수급이 그나마 용이한 일부 수도권, 광역시 등 지자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공보의만으로 예방접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임 회장은 "수치상을 계산하면 8시간 동안 200명이기 때문에 2분 정도지만 실제 환자 입장과 퇴장, 고령 환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어려움 등 현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1분 남짓 동안 예진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도 의사 1인당 최대 예진량을 100명으로 권고했다. 200명 예진 요구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처럼 졸속 예진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접종 후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게 되면 문제를 모두 예진 의사가 떠맡게 된다는 점이다.
임 회장은 "예진 의사는 자신의 면허를 걸고 해당 환자가 접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진료를 행한다"며 "이렇 듯 중요한 일을 1분만에 하도록 강요하면서도 이에 대한 책임소재는 모두 의사가 지기 때문에 공보의들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공보의는 공무원 신분으로 국가의 명령을 어길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공협은 해결책으로 우선 일일 최대 예진자 수를 100명으로 제한하고 센터마다 상황에 따라 유연성 있게 예진 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우선 100명으로 시작해 센터 상황에 따라 더 역량이 되는 센터는 예진을 순차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예진 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무조건적으로 200명 예진을 강요 받는 상황에선 언제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