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을 한 번에 2000명 증가하기로 한 결정의 배경에 KDI(한국개발연구원)와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의 연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연구 중 '2000명 증원'을 주장한 연구책임자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MBC '100분 토론'에서 '의대 증원 충돌, 의료대란 오나'를 주제로 의대 증원에 대한 찬반 토론을 진행한 가운데 정부의 의대 증원 규모 2000명 추계의 근거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는 "정부가 참고한 KDI와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연구에 의하면 2050년에 부족한 의사 수는 3만 명이다"라며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대도시 지역 중 공급 과잉인 지역은 없다. 실제로 고혈압, 당뇨병, 천식 같은 만성 질환들이 잘 관리되기 위해 필요한 의사 수를 충족하는 지역은 서울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의료 취약지의 부족한 의사 수를 계산해 보면 2만 명에 달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초과 사망자 수가 한 2만 명이다. 그 합병증 진료비로 인해 낭비되는 돈이 6조 원 규모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같은 병원들은 의사가 남느냐면 그렇지 않다. 병상당이나 환자 진료 건수로 비교해보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의사가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학술적인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충분한 의료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준의 의사 수 미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천의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서울대, KDI,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하나씩 언급하며 정부가 그 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인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 연구는 시나리오를 하나만 제시하고 있고, 특정 시점을 고정한 채로 평가가 이뤄졌다. 그리고 의사 인력이 어느 정도 부족함이 있다고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마지막에 연구책임자는 의사 인력의 증원보다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며 "해당 연구 책임자의 최근 인터뷰를 보면 복지부가 자신의 연구를 인용해 결과를 발표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KDI가 발표한 연구 중 연구 책임자가 가장 의사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시나리오는 의사 수를 연간 5%씩 늘려서 총 정원을 4500명 정도까지 유지하는 방안이다"라며 "한 번에 의사를 2000명 늘려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 번째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한 연구는 굉장히 다양한 가정을 하고 있다. 그중 첫 번째 분석은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조건을 의사 생산성이 좋아진다, 수요 증가 속도가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오히려 의사 수 과잉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정 교수는 "최근 그 연구 책임자도 의사인력을 1000명씩 10년간 늘리는 점진적 방안도 있는데 정부는 왜 그런 방안을 선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며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세 개의 연구 책임자 모두 정부의 2000명 증원은 너무 과감한 변화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안이 현재 의료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은 고령화가 모든 문제의 원인에 가깝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연히 의료 비용이 증가한다. 사람이 5세 늙어갈 때마다 의료비는 1.3배씩 높아진다"며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은 공급을 무작정 늘린다고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공급에는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가 정부안대로 2000명 증원을 하게 되더라도 의사가 실제로 현장에 나오는 것은 2032년이며, 전문의로 전환되려면 2035~2036년이다. 정부가 말한 정책의 효과는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이며, 그 10년 뒤의 효과도 1년분에 불과하다. 정부가 제시하는 증원 효과가 나오려면 2065~2070년까지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